인간적인생활 [551321] · MS 2015 · 쪽지

2016-04-15 23:17:48
조회수 608

아빠때문에 참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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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희 아빠는 술에 너무 약하십니다.

문제는 그래도 술 마시는걸 즐긴다는 것..
술 몇잔만 마셔도 얼굴이 금세 벌거져서는
제가 인강을 듣든 공부를 하든 그런거 신경안쓰고
큰소리로 얘기하고 계속 집안을 돌아다니는게 술버릇인데
(뭐 이건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변함없었으니 10년 넘었네요)
더 화가 나는건 술에 안취한 정상상태의 아빠께서는
집에 여자가 엄마밖에 없으니 (저희 가족은 부모님과 형, 그리고 저 4명입니다)
자신은 안 챙겨도 되니 엄마한테 잘 해줘라.. 라는 말씀을 자주 하시거든요.
허나 술에 취해 엄마가 하지말라해도 계속 엄마에게 찝적대는 것이 정작 본인..
술이 약하니 술자리에서 조심하라 그렇게 얘기해도
초반에는 회식 후에도 멀쩡하게 돌아오시다가 가끔은 연락해도 안받고
새벽 늦게 들어와서 가족들 걱정시키는게 다반사..
그런 아빠를 보고 자라와선지 저는 술을 혐오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들어가서는 술은 거의 피할 수 없으니 술 마시는 연습을 해도
우선 맛 때문에 못 마시겠고 소주 0.5잔에 얼굴이 벌게져서 결국 포기하는 정도..  

아무튼 이렇게 살고 있었는데 오늘 일 하나가 터졌습니다.
대략 1시간 전 쯤에 아파트 경비분에게 연락이 왔는데
내용은 아빠가 술취해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는 것..
밖에 나와보니 경찰차까지 와있고 장난이 아니더군요.
경비분들의 안내를 따라 가보니 집 안방인 것마냥 아빠가 누워계시더군요.
취한 사람이 길바닥에 누워있는건 드라마나 만화에서나 많이 봤지
그 대상이 저의 아빠였을 때의 기분이란.. 참 착잡했습니다.
어찌어찌 부축해서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알 수 없는 헛소리하시다가
지금은 방에서 주무시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주정부리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놨으니
정상상태로 돌아오셨을 때 보여드리려 하지만..

작년 수능 하루전에는 12시 넘어서 술 먹고 집에 늦게 들어와서는
제가 잠도 못 잘정도로 계속 찝쩍대셔서 너무 화나고 이게
자식 수능 하루전에 아빠란 사람이 할 짓이라는 생각에 울컥해서
누워 자라고 소리쳤더니 저보고 ㅅㅂㅅㄲ, ㅈ같은 ㅅㄲ라고 욕하며 호통치시고
리모컨과 본인의 핸드폰을 벽에 집어던지는 등.. 
아무튼 자정이 넘은 시간에 그런 소란을 부리신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심리상태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수능을 봤지만
다행히도 수능은 제 실력대로 봤고 재수 역시 제가 선택해서 한거지만
정말 아빠때문에 수능을 망쳤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작년의 그날 이후 저는 아빠만 보면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아빠가 술 마시는 모습만 봐도 혐오스럽고..
제가 공상에 잠기는 걸 좋아하는데 그 공상 속에서
아빠를.. 죽이는 상상까지 하루에 수십번하든가
여러모로 재수생활에 방해가 되는..

내성적인 성격때문에 중학교 때 괴롭힘 당하고, 고등학교 초반에 분위기 적응못해
많이 힘들었던 것도 어찌어찌 해결해서 무사히 고등학교 졸업까지는 마쳤지만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비록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광경이라 더이상 받을 정신적 충격도 없지만..

마음이 심란해서 오늘 인강 더 들으려는 것도 포기하고..
하.. 빡t랑 띵학쌤 인강 들을 때까지는 참 재밌는 하루였는데 기분이 한순간에 다운되네요.
긴 신세한탄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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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슷트 찬스 · 660934 · 16/04/15 23:33 · MS 2016

    할수잇는 말이 힘내세요 밖에 없지만 그래도 힘내세요

  • 인간적인생활 · 551321 · 16/04/15 23:52 · MS 2015

    응원 감사합니다!

  • 17샤댕 · 635913 · 16/04/15 23:47 · MS 2015

    연끊고 남이다 생각하고 금전적지원만 받으세요 그리고 수능 전날은 원룸잡고자던가 아니면 할머니집에서 자던가하세요

  • 인간적인생활 · 551321 · 16/04/15 23:53 · MS 2015

    확실히 이번에도 잘 해결이 안되면
    그런 방법까지 고려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수능전날밤 · 653060 · 16/04/16 01:34 · MS 2016

    힘내세요 ㅠ

  • 인간적인생활 · 551321 · 16/04/17 00:21 · MS 2015

    감사합니다 ㅜㅜ

  • KMS1111 · 642664 · 16/04/16 23:46 · MS 2016

    정말 공감되네요 전 26살인데 평생을 그 고민 속에서 살고 있어요 상황도 비슷하고 아버지를 생각하면 드는 잔인한 상상이나 술만 보면 혐오스러운 것도 비슷하네요

    저는 열살 때 정도부터 아버지가 그러셨는데 스물여섯이 될 때까지 나아지기는 커녕 더 심해지기만 했어요 그렇게 가족들에게 심하게 하고는 오히려 본인이 더 화내는 모습에 저는 그냥 말문을 닫고 묻는 말에만 답하고 있어요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폰을 던지고 집안물건 부수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 매일 아버지 귀가할 시간이 되면 가슴이 쿵쾅 뛰고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불안장애도 생긴 것 같아요

    저랑 동생이 키가 180에 덩치가 있어서 제압을 할 수 있긴 한데 아버지라 어쩔 수 없으니 이렇게 불안하기만 하네요

    아버지 그냥 두고 동생이랑 집을 나가고 싶은데 그러기엔 엄마가 너무 걱정 되고요... 꿈 때문에 늦은 나이에 재수 준비중인데 인강 듣거나 집중하려하면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자꾸 떠올라서 집중이 안되네요

    생각해보니까 글쓴이님 아버지는 쉰정도일테고 저희 아버진 거의 환갑에 가까운데 반백년을 그렇게 산 사람들을 어떻게 대화로 풀고 새사람 만드는 건 불가능한 게 아닌가 싶어요 희망이 없죠

    대화로 한 20년 풀고 그 이후로는 무시도 해보고 반항도 해보고 가출도 해봤는데 어떤 것도 해결해주지 못하더라고요 오히려 폭력적인 성향을 더 돋구기만 했어요

    스물여섯인 저도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해서 도움을 드릴 수 없어서 죄송하네요 전 희망이 없지만 글쓴이님은 아버님께서 어떠한 계기로라도 가족들을 위해 새삶 사셨으면 좋겠네요

    수능 일주일전쯤부터 학원 같은 곳에 들어간다고 아버지 맨정신이실 때 말씀드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어머님이 걱정되긴 하지만 일년농사를 망치는 것보단 그게 나을 것 같아보이네요 부디 좋은 일 있으시길 바랍니다

  • 인간적인생활 · 551321 · 16/04/17 00:22 · MS 2015

    제 상황에 공감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럴때일수록 열심히 해야겠죠..!

  • KMS1111 · 642664 · 16/04/17 00:31 · MS 2016

    이 악물고 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가지만 더 보태자면 아버님의 안 좋은 점 절대 닮지마세요 닮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피를 속일 수가 없어서 은연 중에 아버지의 모습이 글쓴이의 모습에 나타나는 걸 느끼는 순간이 올 거예요 화가날 때에 폭력적인 성향 같은 거요

    지금은 술이 싫지만 나이가 들면 술을 많이 마시게 될 수도 있고요 그걸 이성으로 무조건 컨트롤 하셔서 글쓴이님이 겪은 아픔을 물려주지 않으셔야 합니다 글쓴이님 세대에서 반드시 끊어내세요
    절대 잊지마세요

  • 인간적인생활 · 551321 · 16/04/17 08:11 · MS 2015

    명심하겠습니다

  • 뱅크스키 · 646685 · 16/04/17 01:13 · MS 2016

    진짜 술이 문제; 그거 안고쳐짐 절대

  • 뱅크스키 · 646685 · 16/04/17 01:14 · MS 2016

    무조건 님세대에서 끝내야해여

  • 인간적인생활 · 551321 · 16/04/17 08:12 · MS 2015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