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장의 작품 - 28. 은전 한 닢(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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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 추가합격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나머지 분들에게도 2차, 3차 추가합격의 행운이 따르길 바라겠습니다.
서울대학교 추가합격발표를 기념하며...
※ 읽는이의 댓글과 평점은 쓰는이의 마음을 행복하게 합니다.
원작: 피천득 - 은전 한 닢
내가 등록할 때 본 일이다.
재수생 하나가 은행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A4용지 한 장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종이가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은행원의 입을 쳐다본다.
은행원은 재수생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종이를 비추어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종이를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은행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종이를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서울대학교 합격증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은행원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종이를 어디서 훔쳤어?" 재수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인터넷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서울대 합격증을 올립니까? 포샾하면 흔적이 남진 않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재수생은 손을 내밀었다. 은행원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종이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츄리닝 위로 그 종이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종이를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완벽하게 합성해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합성한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문제를 베끼게 해 줍니까? 사탐 하나 베껴 본 적이 없습니다. 공부비법을 알려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일 점 일 점 얻은 점수에서 수 백 점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모은 수능 점수에 내신도 일 등급 수 십 개를 오십 점 만점의 점수로 바꾸었습니다. 이것에 멈추지 않고 오천 자 쓰기를 십 수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합격증[合格證]' 한 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종이를 얻느라고 이 년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서울대에 갔단 말이오? 서울대에서 무얼 하려고?"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서울대학교에 가고 싶었습니다."
p.s. 여러분들께서는 왜 서울대학교에 가고 싶으신가요?
이제;; 이 잉여짓도 마지막인듯하네요.
그 동안 정말 즐거웠고, 감사드립니다. 오르비는 계속 할거에요ㅋㅋㅋㅋ
※ 평가원장의 작품 목록
1. 사랑스러워(개사)
2. 라라라(개사)
3.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개작, 2편)
4. 어제보다 오늘 더(개사)
5. 어린왕자(개작, 1편)
6. 홍길동전(개작, 5편)
7. 훈민정음 서문(개작)
8. Abracadabra(개사)
9. Love119(개사)
10. 심장이 없어(개사)
11. 자화상(개작)
12. 8282(개사)
13. 별 헤는 밤(개작)
14. 역사(개작, 2편)
15. 낙화(개작)
16. 쉽게 씌여진 시(개작)
17. 강우(개작)
18. Dj Doc와 춤을(개사)
19. 원더우먼(개사)
20. 농무(개작)
21. 독 을차고(개작)
22. 간(개작)
23. 한 남자(개사)
24. 크리스마스 이야기(개사)
25. 서시(개작)
26. 외딴 방(개작)
27. 그 남자(개사)
28. 은전 한 닢(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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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눈물...ㅠㅠ 님은 진짜 오르비 대(大)문학가세요!!! 옛날 가리사니님을 생각나게 하네요.
감사합니다ㅋㅋㅋ
가리사니형 얼마전에 군대갔어요 ㅋㅋ
아 너무 슬프다...... ㅠㅜ
진짜 글 잘쓰신다.... 감동의 물결이네요! 박수를 보냅니다
작년이나 올해나 논술에서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 ㄷㄷ;;
감사합니다ㅋㅋㅋㅋ
이런 분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노벨문학상이 멀지 않은 듯....
축축축......
담주 새터 잘 다녀 오세요.
멋진 시도 읊으시고......
노벨문학상이라니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아 글 진짜 잘쓰시네여..ㅋㅋ
잼잇게읽엇음~
앞으로도 종종할까요?ㅋㅋㅋㅋ
ㅋㅋㅋㅋ 잘읽었습니다
서울대 그이름만 들어도 설레여라 ㅋ 평가원장님 김성열 평가원장님 며칠전에 사퇴하셨어요 이제 평가원장 김성열 아닙니다 수정 ㄱㄱㄱ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