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537476] · MS 2014 · 쪽지

2016-03-02 09: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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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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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적에 고모부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며 살았다.

엄마가 집안 재산을 모두 들고 사라지는 바람에

아버지의 정신적 고통으로 레스토랑도 망하게 되고

살던 아파트에서도 좋지 않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살던 아파트에서 나와 고모집에 얹혀 살아야만 했다.

아빠는 엄마가 우릴 버리고 떠났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고

삶의 의지를 전부 버린 채로 살게 되었다.

기억 상으로는 매일 밤 늦게 술에 취해 돌아오셨다.

또한,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시절에 도박에도 손을 댔단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는 우리를 껴안고 살아가자고 말했다.

곧 돈을 벌어 고모집으로부터 독립했다.

2년동안 고모집에서 살다 나왔다.

무엇이 아빠를 한 순간 바꾸었을까.

어렸을 때의 기억은 너무나도 희미해서 학대의 사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초에 아버지와 밥을 먹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원래는 나도 도망가려고 했었다."

그리고는 잠깐 말을 멈추시더니 목이 메이시는 것 같더라.

"그런데 언제는 친구들이랑 술을 먹고 들어왔거든? 근데 너가 술 취한 고모부한테 맞고 있는 거야. 너 앞엔 사전이 펼쳐져 있고. 이런 걸 외우지도 못하냐면서 너가 맞고 있는 거야. 그 이후부터 너희들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도망갈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 너무 미안해..."

그 때 갑자기 저 아래에서 기억이 끌어올려졌다.

대나무 회초리, 백과사전, 어항, 술냄새, 시계.

난 시계도 볼 줄 몰랐었다.

고모부한테 시계도 못 보냐면서 맞았다.

상한 콩국수를 먹였고 배탈난 적도 있었다.

백과사전을 펼쳐놓고.

"넌 머리가 좋으니까 알 수 있다. 공부 많이 하면 너네 엄마도 돌아올 거다."

하고서는 글도 겨우 읽는 나에게 회초리를 휘둘렀다.

기억났다. 그 모든 것들이.

내가 살려고 이 기억들을 다 아래 숨겨놨구나...

하고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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