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bridge [429547] · MS 2012 · 쪽지

2016-02-28 20:41:33
조회수 17,689

서울대 인문계열 소개글(훌리건천국 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8069656

http://cafe.daum.net/posthoolis/IHsc/18499


훌리건천국이 입결 조작하는 사이트 인줄 알았는데 이런 좋은 글도 있네요


사이트에 보면 연경, 고경 소개글도 있더군요


복붙해서 퍼와도 문제 없겠죠?? ㅠㅠ



1.간략히 자기 자신에 대한 소개와, 학과의 전반적인 부분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입시분과 게지기 알레고리입니다. 서울대 인문 13학번이고 군대에 갔다와서 이제 복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험생들에게 도움될만한 정보를 제공하여 대학 선택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학과에 전공진입한 후에 글을 쓰고 싶었지만 게시판 부흥 노력을 한시라도 늦출 수 없기에 학부 전반에 대한 소개를 할까 합니다.

서울대 인문계열은16개의 학과가 모인 단과대로 크게 나눠 어문계열(인문1)과 사철(史哲)계열로 나뉩니다.

어문계열에는 여러분들이 흔히 생각하시는 어문학과가 있고, 사철계열에는 4개의 사학과와 철학과, 종교학과가 있습니다.

학과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2. 해당 학과에 입학할려면 어떤 전형이 있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 크게 3가지로 구분됩니다. 수시 일반전형, 지역균형 전형, 정시 전형입니다.

 수시 일반전형은 인문대 내의 학문의 관심도가 높은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추려내기 위해 뽑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로 1차 선발을 한 후 면접으로 학생들을 선발합니다. 중요한 건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얼마나 자기주도적이고 교수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학습과정을 자기소개서에 녹여 낼 수 있는 게 관건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니 자신이 인문학에 특별한 관심이 있다면 이 전형에 도전해 보는 게 좋습니다.

 지역균형 전형은 학교마다 내신성적이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로서, 중요한 건 내신입니다. 아무리 못해도 고3때까지의 전체 내신 평균이 1.2 안에는 들어야 합격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고등학교 생활에 매우 많은 노오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역균형 전형에서 수능 최저기준이 있는데 언수외탐 중 2등급 3개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대라는 명성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기준이지만 이것 마저도 충족시키지 못 해, 전형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수능준비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낙제의 고배를 마시게 되는지 볼까요?


작년과 이번의 경우 지원자 중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불합격한 걸 알 수 있네요. 


 마지막으로 정시 전형이 있는데 only 수능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입니다. 최근들어 정시 비율이 매우 적어져서

바늘구멍을 뚫고 입학을 해야합니다. 학교에서는 정시를 n수생들의 패자부활전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n수생들이 서울대를 갈 수 있는 전형은 정시뿐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수시 자체는 고등학교 때 이뤄낸 '스팩'으로 뽑습니다.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내신을 얼마나 잘 땄는지 등등..그렇지만 n수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그 스팩을 업그레이드 할 수가 없습니다.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수능점수 뿐이죠. 물론 수시 일반전형으로 온 예외도

있긴 한데 대부분이 다른 대학을 다니다 온 반수생이고 뚜렷한 소신이 있는 경우였습니다.

인문대의 경우 청솔학원 기준 누적백분위로 문과 상위 0.2% 안쪽에 들면 합격 가능권이라 보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 언수외탐 백분위로는 0.03%였지만 제2외국어를 망쳐서 서울대식으로 0.13%를 맞고 들어왔습니다. 자꾸 퍼센티이지만 말해서 감이 안오시는 분들을 위해 저의 성적표를 준비했습니다.

고로 노오오오오오오오력을 해서 고3때 현역으로 서울대에 가는 게 가장 속편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다시 노오오오오오오오오력을 해서 수능을 다맞는다 생각하고 수능을 파야겠죠? 


3. 해당학과의 분위기나 문화에 대해 설명해주세요.(ex. 학번제가 심하다든지,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든지) 

-굉장히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분위기라 보시면 됩니다. 흔히 인터넷 짤방으로 등장하는 똥군기?같은 짓거리는

상위권 대학에는 거의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학번제는 전혀 없다고 보시면 되고, 완전한 나이제입니다. 

그래도 나이 많다고 꼰대짓 하면 주변 사람들이 싫어하겠죠? 

 대신에 인문대는 정치성향이 서울대 내의 타 단과대와 비교해 봤을 때 진보적인 편입니다. 학생운동도 많이하고 시위도 많이 나가요. 특히 인문2 계열 쪽의 학과들이 그런 성향이 더 짙습니다. 그래서 새터나 오티같은 단체 행사에서 농담으로라도 여성이나 장애인, 동성애자들을 비하했다간 큰 일이 날 수도 있으니 입조심을 해야합니다. 일베충은 아에 뼈도 못추리는 곳이 인문대입니다.

 술은 많이 마시는 편이지만 강요하는 분위기는 없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술을 처 마시기 때문에 술을 잘 못하는 저도 억지로 마시면서 토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자기가 싫으면 안마시면 되는겁니다.

남녀비율은 4:6정도 되고 여자친구 사귀기 편합니다. 물론 님이 평균 이상의 외모와 적절한 센스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4. 해당학과의 전공 커리큘럼, 중간-기말고사가 어떤 형식으로 출제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아직 제가 전공을 정하지 않아서 커리큘럼은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그래도 몇 개 들은 전공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중요한 건 독서능력과 논술능력인 것 같습니다.

제가 들은 인문대 전공수업에서는 해당 전공의 고전을 읽고 '발제'하는 수업이 많았는데요, 발제라는 것은 책의 일정 부분을 읽고 그 부분을 자기만의 언어를 섞어 요약&재구성하는 과정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공책이 상당히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에 평소에 독서를 하지 않은 학생은 전공 공부가 매우 재미가 없고 고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뒤에 발제해온 내용을 가지고서 수업을 같이 듣는 교수님, 학우들과 토론 배틀을 뜹니다. 그러기에 발제하는 과정에서 나올 비판, 의문점들을 미리 알아가야합니다. 시험의 경우 전공수업은 논술형 문제가 많이 출제됩니다. 예를 들어 ex)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인문주의'의 개념을 서술하시오 등등이 나옵니다. 고로 고딩 때 수시 논술을 많이 준비해 보셧다면 답안지 쓰기가 수월하다고 생각합니다. 


5. 해당학과의 전망과 진로에 대해 말해주세요. 

일단 학과 소개가 아닌 단과대 소개인 만큼

인문대 내에서 어느학과로 전공진입을 하는지 현황부터 알아보고 가겠습니다.

'전기 선발인원'으로 나온 게 전공진입한 숫자인데요. 보시다시피 압도적으로 영문과와 중문과에 재학생들이 몰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나하면 영문과와 중문과가 그나마 취업시장에서 비벼볼만한 학과이기 때문이지요..


최근에 '문송'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만큼 문과 취직이 매우 힘든 상황인데요, 서울대 인문대도 예외는 아닙니다.

남자의 경우 어찌어찌 재수 삼수해서 결국에는 취직에 성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여자의 경우 상경계열을 복수전공 하지 않았다면 매우 고된 로드가 펼쳐집니다.(학점 4점대 넘는 학점마녀들은 예외에요..^^)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기에 많은 학우들이 취직을 애초에 기피하고, 학점 잘주는 과목만을 들으면서 로스쿨을 지망하는 게 최근의 경향입니다.

서울대 영문과의 경우 최근 2015년 상반기 여자 졸업생 중 취직한 졸업생 수와 대학원(영문학 대학원도 있겠지만 로스쿨이 대부분이라 보면 됩니다.)에 진학한 수가 거의 비슷할 정도로 로스쿨 선호현상이 높습니다.

로스쿨은 스누라이프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7기의 경우 sky로스쿨에 진학한 졸업생이 23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http://snulife.com/gradschool/60801141) 당시 졸업자 수가 185명인 걸 감안하면 그리 높은 비율은 아닙니다..

애초에 상위권 로스쿨이 학벌 뿐만이 아니라 학점과 리트를 매우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다 가고 싶어도 일부만 갈 수 있는게

함정이죠. 좋은 로스쿨에 간다 해도 거기서 상위권에 들어야 빅펌과 검사 재판연구원이 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스쿨을 목표로 한다 해도 적어도 30대 초반까지는 상당히 고된 로드를 걸어야합니다.


행정고시의 경우 인문대에서는 준비하는 학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주변 캐이스가 딱 3명있는데 한명은 붙었고 한명은 고시생 2년차에 접어들었고 한명은 4년 준비하다 실패해서 군대에 가있는 상황입니다. 애초에 인문대가 사시위주로 시험을 쳤던 경향이 컷기 때문이라고 고학번 선배한테 들은 말이 기억에 나네요.(사범대가 오히려 행시를 많이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행시야 붙으면 대박이지만 매우 치명적인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동안 로스쿨 입시에 비해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로스쿨은 좋은 로스쿨 못 가더라도 다져놓은 학점을 바탕으로 취직을 노려볼 수가 있으니까요)


교수의 꿈을 품고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학우들도 몇몇 있는데 인문대에서 교수하기가 매우 힘이 듭니다.

저의 담당교수는 40대 중후반에 교수가 됐는데 교수 되고나서 결혼하셨습니다... 그만큼 엄청난 인내가 필요한 길입니다.


또한 상경계열로 전과하는 친구들도 몇몇 있습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다 학문 자체에 대해 회의감이 든 경우, 좀 더 수월하게 취직을 할려는 경우 등의 케이스가 있는데요..   



정리하자면 인문대의 상황은 그닥 좋지 않습니다. 특징을 하나 잡아서 말하면 학점에 따라 진로의 명암이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점입니다. 상경계의 경우 학점이 낮아도 그래도 어찌어찌 취직이 되곤 하는데 인문대의 경우 학점이 낮으면 취직에 있어선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학점이 좋은 친구들은 최상위권 로스쿨지원, 상경계열 복전&전과후 취직, 교환학생, 장학금 등의 다양한 길과 혜택이 주어지지만 학점이 낮으면 앞에 말한 것들 중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버립니다. 그러므로 혹시 여기에 올 생각이 있거든 놀 생각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그냥 고등학교와 재수학원의 연장선이라 생각하시고 노오오오오력해서 학점을 잘 받아야 합니다. 다행이도 인문대의 전공은 학점 잘 주는 전공이 그래도 많이 있는 편이니 노오오력만 하시면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슨죄가 있다고 대학와서도 공부만 해야 되냐고요? 헬조선에 태어난 죄입니다.




6. 해당 학과 출신의 유명인사가 있으면 누가 있는지 기재해 주세요.

음.. 단과대라 좀 많은데 생각나는대로 몇 명만 적어보겠습니다. 일단 철학과에 YS가 있고요, 前국회의원 정동영(국사), 

시인 황동규(영문), 메가스터디 손주은(서양사), 삼전 부회장 이재용(동양사), 동양대 교수 진중권(미학), 통통령 (미학) 정도가 있네요.   


7. 자신이 경험한 해당 학과의 장-단점을 소개해주세요.

장점은 글쌔요.. 경영대나 사회대에 비해 들어가기 수월하고 그렇다고 농대나 생활대 보다 딱히 높은 점수도 아닌데

주변 학과 인식은 농대나 생활대보다는 나은 편입니다. 한 마디로 서울대 간판 걸치고 싶을 때 지원하기 좋은 것 같네요.

뭐 이건 너무 세속적이고 훌천스런 이야기니까 좀 건전하게 이야기를 해보면.. 학과 다니면서 많은 독서를 해서 교양이 풍부해지는 건 확실하고요 세상과 인간에 대해 입학 전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저의 경우 이제 2학년 밖에 안된 짬지지만 인문학부에 들어오면서 인문고전을 많이 접했고 군대에서도 여러권을 읽게 되었거든요. 그 책들을 읽기 전의 저와 읽고 나서의 저는 확실히 질적으로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단점이야 뭐 잘들 아시겠지만 취직이 좀 힘듭니다. 바로 윗 문단에서 농대랑 생활대를 깠는데 농경제사회학부와 생과대 소비자학과는 취업률이 90%에 육박합니다. 인문대에 그정도로 취업률 나오는 과가 전무하거든요. 한마디로 가성비는 별로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입학하면 앞날에 먹구름이 쫘악 끼게 되고.. 그 구름들을 걷어 치워내기 위해 미친듯이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구름을 걷어내는 자들은 빛을 볼 것이요 그렇지 않은 자들은 영겁의 어둠 속에 파묻히리니....


8.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에게 한 마디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그냥 한마디로 요약하면.. 편하게 살 거면 인문대에 오지 마라는 겁니다.


인문대 내에서의 가장 좋은 진로(행시, 상위권 로스쿨-빅펌)도 합격 후에도 매일같이 고된 격무에 시달립니다.


그 밑에 진로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자신이 정말로 인문고전 같은 걸 고등학생 때부터 사랑했고 대학와서도 잘할 자신이 있다면 인문대에 오는 걸


마다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점수맞춰서 간판 딸려고 오면, 


1학년 때에는 행복할지 모르지만 학번이 올라갈수록 침울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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