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j2hdMs2kpwjw [613510] · MS 2015 · 쪽지

2016-02-24 14:32:31
조회수 60,156

(펌)약간은 늦은 나이에 의사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8044076

안녕? 나냔은 소위 big5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하고 있어.
이번에 1년차 선발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되고 하다 보니 느끼는 점이 많았다.

연말이 되니까 직장 잘 다니다가도 이게 내 길인가 싱숭생숭 해지는 냔이들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대학입시 등에서 원하는 길을 찾지 못한 냔이들도 있는 계절이야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몇 자 적어본다.




우선 이 글은
의사 힘들어, 공부도 힘들고 수련과정도 힘들고 수련 끝나고 돈벌기도 힘드니까 오지 마!!!!!
라는 내용이 아님을 밝힘니동.
힘든 건 맞는데 난 내 직업이 좋아. 여긴 좋은 곳이야. ㅎㅎ


...내가 조언해주고 싶은 건 좀 나이가 많은 편인데 이 길로 오려는 사람들이야

일단 나이가 많다는 것부터 정의를 내려보자
요즘 의전생들이 졸업해서 수련을 위해 병원에 들어오기 시작한지도 이미 몇 년 되었어
내 주위엔 40살 넘은 인턴선생님도 있고, 교수님보다 나이 많은 레지던트와 교수님이 같이 회진 도는 경우도 요샌 꽤 있어
의전 출신도 있고 의대 출신도 있고 의대출신이라도 학사편입한 사람도 있어

내가 보기에 나이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불이익을 보기 시작하는 건
(내 경험 및 주변경험 한정일 수 있음, 사람바이사람, 케이스바이케이스)
현역으로 의대 입학해서 휴학이나 유급 없이 졸업하고 바로 인턴한 걸 0 이라고 했을 때 +4 전후부터인 것 같아
예) 4수해서 의대입학 + 1년 휴학 후 졸업 + 졸업 후 1년 쉬고 인턴 지원

물론 의전 출신은 위 기준으로 보면 현역으로 대학 입학 -> 4년만에 졸업 하자마자 의전 합격 -> 4년만에 졸업 이렇게 해도 +4가 되지?
의전 출신은 그래서 처음부터 약간 색안경을 끼고 본다요...

쉽게 다시 쓰자면 0인 사람은 인턴근무 시작시 한국나이 26인데, 이 나이가 30살 넘어가면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이 생긴다는 소리



그렇다면 의전 가거나 24살 넘어서 의대 입학하는 건 다 배추라는 건가?
내가 하고픈 말은 그게 아니야

내가 위에 적은 내용은 큰 대학병원에서의 인턴, 레지던트를 하려고 할 때의 이야기야
그렇기 때문에, +4 이상인데 의사가 되고 싶은 냔들은 자기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자신의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이 무엇인지, 내가 왜 의사가 되고 싶은지를 잘 고민하고 생각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인턴, 레지던트 수련이 필요한지(=전문의 자격이 필요한지)를 반드시 고려하라는 뜻이야.


다시 쉽게 풀어볼게.

사례1: 난 무조건 안정된 직업을 추구해서 의사가 되고 싶어. 동네의원에서 월 200-300정도 벌면서 감기약 처방만 해도 난 평생직업이라면 만족해
-> 대학병원 수련 필요 없음

사례2: 난 부모님이 피부클리닉 하시는데 꼭 피부과 전문의 아니더라도 의사 자격만 있으면 물려받아서 돈 많이많이 벌 수 있을 거 같아
-> 대학병원 수련 필요 없음

사례3: 난 환자 볼 생각 없고 의학전문기자/제약회사/의료기회사/공무원 등등이 목표야
-> 대학병원 수련 필요 없음

사례4: 내 꿈은 해외 오지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의료 선교 또는 의료 봉사를 다니는 거야
-> 대학병원 수련 필요함 (뭐라도 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전문의 자격 필요함)

사례5: 주위사람/각종매체 보니까 의사라는 직업을 동경해서 뒤늦게 하고 싶어졌어
-> 대학병원 수련 필요함

사례6: 난 개업 말고 월급받는 의사(대학병원 교수부터 동네병원 페이닥터까지)가 될거야
-> 대학병원 수련 필요함

사례7: 난 내 꿈이나 목표가 뭔지 잘 모르겠어...
-> 대학병원 수련 필요함

사례8: 목표하는 '과'가 있어!
-> 대학병원 수련 필요함




무슨 말인지 알겠니?

사례 1~3처럼 좀 특수한 케이스만 제외하면 대부분은 4~8 안에 들거라 생각해
이게 중요한 이유는 일단 그 과정이 너무.. 거지같고 힘들거든

아무 생각없이 0으로 들어온 애들은 그냥 시키면 하는건가보다 하고 아직 체력도 있고 하니 그냥 꾸역꾸역 그 과정을 수월하게 넘길 수가 있어.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의대 왔으니 남이 시키는 공부, 남이 시키는 일 하는 데 익숙하고 다른 인생경험이 없으니 부당한 상황에도 어리버리 넘어가지
그런데 나이가 좀 있고 인생경험도 다른데서 좀 해봤던 사람들은 많이 힘들어 하더라고.. 회의도 많이 느끼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잘 못한다는 게 아니야.
그냥 여기 시스템 자체가 기형적이고 이상한데, 어린 사람들이 그 이상한 시스템에 더 적응을 잘한다는 것일 뿐이야.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

본인이 그 이상한 시스템에 잘 끼워들어갈 각오가 되어 있다면 물론 문제 없겠지?
실제로 나보다 어린 아랫년차들도 잘하는 사람 정말 많아.
그치만 자신의 목표가 꼭 대학병원에서의 수련을 필요로 한다면, 그런데 그 과정이 정말 자신이 없다면
한번쯤 다시 고민을 해보길 바라.


출처:http://www.oeker.net/bbs/board.php?bo_table=specup&wr_id=69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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