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의 돌 기시감 후기|생윤 기출을 ‘풀기만’ 했던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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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생활과 윤리를 공부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점은 기출문제를 여러 번 풀어도 실력이 제대로 쌓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맞히긴 맞히는데 정확한 근거를 알고 맞힌 건지, 예전에 봤던 문제라 답을 기억해서 맞힌 건지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틀린 문제도 해설을 읽을 때는 이해한 것 같았지만 며칠 뒤 비슷한 선지가 나오면 또 흔들리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특히 생윤은 겉으로 보기에는 개념의 양이 많지 않아 보여서 처음에는 암기만 잘하면 되는 과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기출을 풀어 보니 단순히 사상가의 주장 몇 줄을 외우는 것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같은 사상가의 입장이라도 어떤 표현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정답과 오답이 갈리고, ‘항상’, ‘오직’,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같은 말 하나 때문에 선지의 판단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개념을 대충 알고 있으면 두 선지까지는 지울 수 있어도 마지막 두 개 중에서 계속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기출문제를 조금 더 제대로 분석해 보고 싶어서 현자의 돌 기시감을 선택했습니다. 단순히 문제를 많이 풀기 위한 교재라기보다는, 평가원 기출에서 어떤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지 배우기 위한 교재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예전에는 문제를 풀고 정답 번호를 확인한 다음 틀린 선지만 읽고 넘어갔는데, 기시감으로 공부하면서부터는 맞힌 선지까지도 왜 맞는지를 확인하게 됐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선지를 그냥 맞다, 틀리다로 끝내지 않고 어떤 개념을 근거로 판단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생윤을 공부하다 보면 해설을 읽어도 “그래서 이건 왜 안 되는 거지?”라는 의문이 남는 경우가 많은데, 기시감은 제가 애매하게 알고 있던 부분을 비교적 세세하게 점검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특히 사상가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직접적 의무와 간접적 의무, 도덕적 행위의 주체와 도덕적 고려의 대상처럼 자주 혼동되는 개념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예전에는 선지를 보면서 ‘이 사상가는 대충 이런 말을 했으니까 맞겠지’라는 식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문제를 풀면 표현이 조금만 바뀌어도 쉽게 속았습니다. 기시감을 공부한 뒤에는 선지를 한 번에 읽고 느낌으로 판단하기보다, 문장을 나눠서 확인하려고 노력하게 됐습니다. 주체가 누구인지, 무엇을 의무의 대상으로 보는지, 가능하다고 한 것인지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한 것인지 등을 따져 보게 됐습니다. 이런 습관이 생긴 것만으로도 문제를 보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또 기출문제를 단순히 연도별로 반복하는 것보다, 출제자가 어떤 부분을 계속 바꿔서 물어보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분명 예전에 봤던 개념인데도 새로운 문제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표현과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이후부터는 문제의 겉모습보다 안에서 묻는 개념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교재 이름처럼 처음 보는 문제에서도 이전에 공부했던 판단 기준이 떠오르는 순간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학습 전에는 모의고사를 풀 때 확실하게 아는 문제보다 감으로 고르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답은 맞아도 찝찝했고, 채점할 때마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시감을 공부한 뒤에는 모든 문제를 빠르게 풀게 됐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왜 이 선지를 선택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늘었습니다. 오답을 볼 때도 단순히 정답을 외우기보다 제가 어떤 개념을 잘못 연결했는지 찾게 됐습니다. 점수 자체도 중요하지만, 시험장에서 흔들리는 선지의 수가 줄어든 것이 가장 체감되는 변화였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가볍게 읽히는 교재는 아니었습니다. 해설의 양이 적지 않고, 한 문제를 제대로 보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빨리 한 권을 끝내는 것보다 한 문제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을 제대로 가져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 분량을 무리하게 정하기보다는 문제를 풀고, 모든 선지의 근거를 확인하고, 헷갈렸던 내용을 따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그냥 넘기지 않고 개념서나 강의 내용과 다시 연결해서 확인했습니다.
이 교재는 생윤을 처음 시작해서 기본 개념 자체가 전혀 없는 학생보다는, 개념을 한 번 이상 공부했고 기출문제도 어느 정도 풀어 봤지만 선지 판단이 불안한 학생에게 특히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문제를 풀 때마다 두 개의 선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 맞힌 문제도 근거를 설명하기 어려운 학생, 기출을 여러 번 봤는데도 낯선 선지가 나오면 흔들리는 학생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반대로 단기간에 문제 수만 많이 채우고 싶은 학생이라면 해설의 분량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과 윤리를 안정적인 과목으로 만들고 싶다면 한 번쯤은 이렇게 기출을 깊게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생윤을 외운 만큼 점수가 나오는 과목이라고 생각했지만, 공부할수록 정확한 개념과 선지 판단 기준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시감을 공부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출문제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는 알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문제를 몇 개 풀었는지가 공부의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한 선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 됐습니다. 생윤 기출을 이미 풀어 봤는데도 실력이 제자리인 것 같거나, 해설을 읽어도 애매함이 남는 학생이라면 현자의 돌 기시감을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처럼 생윤 선지를 감으로 판단하는 습관이 있었던 학생에게는 단순한 문제집보다 기출을 읽는 방법을 알려 주는 교재에 가까웠습니다. 아직 더 반복해서 공부해야 하지만, 공부 전보다 개념의 경계가 분명해졌고 틀린 선지를 발견하는 기준도 조금씩 생기고 있습니다. 생활과 윤리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고 싶은 수험생이라면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공부해 볼 만한 교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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