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고인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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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틀 위로 무겁게 흘러내리는 짙푸른 녹음.
눅눅한 공기가 먹구름의 끄트머리를 잡아끌면,
네가 비워낸 허공엔
한낮을 찢던 매미의 허물 같은 울음만이
바스락거리며 바닥을 뒹군다.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엉기고
끈적한 습도에 짓눌린 잎사귀들은 고개를 떨군다.
너무 짙어서 오히려 검게 타들어 가던 초록.
두 눈을 꾹 감아도,
망막의 핏줄기를 타고 그날의 이파리들이 무성하게 자라난다.
불현듯 하늘이 찢어지며 쏟아지는 잿빛 장대비.
둑이 터지듯 세상을 하얗게 할퀴는 물보라 속에
차마 내뱉지 못한 혀끝의 음절들이
처마를 때리는 파열음에 짓이겨져 흩어진다.
장판 아래 스며든 둥근 물얼룩은
아무리 걸레질을 거듭해도, 날이 궂으면
지워지지 않는 멍자국처럼 축축하게 배어오르고.
비바람이 문턱을 넘지 못하는 닫힌 방 안,
구석에서는 창백한 날개들이 쉼 없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무딘 칼날이 허공을 썰어내려 애써도
결코 도려내지지 않는 끈적한 어둠.
제자리를 맴도는 미열 섞인 바람은
오히려 식지 않은 네 숨결을 목덜미에 자꾸만 문질러댄다.
창밖의 빗줄기는 서서히 잦아들며 옅어지는데,
방안에 갇힌 날개만 부질없이 헛돈다.
바닥에 고인 물그림자 속,
나는 여전히 숨 막히는 한여름의 한가운데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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