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 관련해서 고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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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입시를 위한 커뮤니티고 n수/반수를 해서 좋은 성과를 받으신 분들도 많이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곳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민폐가 아닐까 싶지만 조심스레 반수를 안하는 것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1. 배경
저는 현재 고된 현역 생활을 마치고 서울시 내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이번에 방학을 맞아 부모님께서 적어도 '완전히 노는 것'은 원치 않으셨고, 저도 이에 대해선 납득이 갔습니다. 부모님은 반수와 아르바이트 둘 중 하나를 방학 내내 하라고 하셨고, 학기 중에도 '학고반수'를 하자는 말을 하시는 등 부모님은 제가 더 좋은 대학에 가거나, 적어도 '1학년을 다시 다니는 것'을 원하시는 눈치였기에 반수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를 위해 주변 러셀학원까지도 다음달까지 등록한 상태지만, 제 속마음은 이를 전혀 원치 않았었고, 단지 원래 다니던 대학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2. 왜 힘들었나?
반수와 관련해서 다들 얘기하는 어려움인 대학의 자유로운 학풍과 정반대인 재수학원의 분위기, 그리고 저 또한 현역시절에 느꼈었고, 지금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시는 분들도 느끼듯이 외부와의 단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특히 자발적으로 꿈을 위해 하는 희생이 아니라 이런 부모님의 강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더 뼈져리게 느껴집니다. '원래 없었던것'과 '줬다 뺏는것'은 그 고통의 강도가 다르듯이, 당장 대학생활을 거치며 차근차근 어른이 되어갈 준비를 하고 있던 저에게는 꽤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반수를 하는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죠. 반수를 시작 한 날만 해도 아무리 싫어도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된다'라는 생각으로 호기롭게 수능 관련 서적을 구매했으나, 특히 현역시점에도 약점이었던 수학은 원래 풀 수 있던 4점 준킬러 정도도 머리에 안들어오고 이 때문에 더 무력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땐 반수를 하려면 이정도는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그 이전에 반강제적으로 정해진 일이니 극복할 의지조차 들지 않고, 저에게는 단지 갑자기 주어진 시련으로밖에 생각이 안 듭니다. 특히 사소한 일이지만 현역시절부터 기대해온 현재 진행중인 월드컵을 못보게 된 이유가 직접적인 기폭제가 되었고, 현재 현역 때와 똑같은 결핍을 느끼게 되어 무기력해진 기분입니다.
특히 '수능'을 통한 입시판에 관해서는 고3때 느끼게 된 삭막한 인간관계와 과열된 경쟁 분위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현역시절에도 있었던 과도한 기대로 인해 수능을 앞둔 9-10월에 이미 깊은 우울감에 빠져있었고 11월 수능을 치르고 대학 입학증과 이 일이 배경이 된 수능에 대한 적개심만을 남긴 채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고, 과거는 잊고 새 사람이 되고자 하던 중 급작스럽게 정해진 실제로 반수하게 됐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긴장, 그리고 실제 경험해보니 다시 찾아온 혐오감밖에 남지 않았었습니다.
3. 부모님간의 갈등
천성이 멘탈이 약했던 저는 결국 반수 3일차만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반수학원에서는 커리큘럼을 따르겠다는 포커 페이스를 취했지만 제가 스스로 억압해온 속마음이 결국 터지고 만 것이죠. 방안에서 내내 울기도 했고 그에 이어서 죽고싶다는 생각도 갑자기 들게 되었습니다. 이성을 잃은 채 부모님 앞에서도 '죽고싶다!' 소리치게 되었습니다. 곧바로 부모님에게 혼나며 제가 커온 배경, 앞서 주어졌던 아르바이트 등 대외활동의 대안을 설명하며 부모님 주변의 사례도 언급하셨고, 그러나 저는 아직 '사회성이 부족하여' 이것을 하기에는 이르고 재수가 '제일 쉬운 길'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물론 이 대안이 추상적으로 '쉬운 길'은 아니겠죠, 하지만 개인적인 앙금이 남아있는 상태에서의 재수는 마치 징역형을 선고받은 기분이었습니다.
4. 부모님의 강경한 입장과 대한
한번 정해진 일을 며칠 하고 포기하자니 제가 정말 의지가 부족한 사람 같지만 도피성으로 선택하게 된 것 같지만, 앞서 말한 '새 사람'으로 살기 위해 이런 노동이나 대외활동을 하는것이 또 하나의, 아니 대학을 성실히 다니는 입장에서는 더 일반적인 일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이유로 반수는 저에게는 넘을 수 없는 정말 큰 벽 같은 일이지만 어쩌면 이런 대안의 경우, 최근의 일로써는 1학기를 성실하게 마쳤고, 감정적으로는 안좋게 끝났지만 현역 시절 역시 극복해낸 저라면 자연스럽게 고난도 있겠지만 넘을 의지도 없는 벽보다는 개인의 성장을 위한 자연스러운 발판, 즉 훨씬 바람직한 대안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금전문제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저의 반수를 강력히 주장하십니다. 아마 부모님에게는 오히려 이것이 제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죠. 저도 오늘 이 내용을 부모님에게 조심스럽게 전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계속해서 제가 반수를 하기를 원하고 있죠.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지금,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저의 개인적인 앙금이나 혐오와는 별개로 자신의 꿈을 위해 수능에 도전하는 모든 수험생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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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싫으면 하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