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고 졸업생 입장에서 입시에 대한 생각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859085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과고를 졸업하고 수시로 대입을 치룬 학생입니다.
여러 일반고 분들과 저희 과고생들이 의견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은데, 과고생 입장에서 입시에 대한 생각을 몇가지 적어보려 합니다.
1. 수시를 정시보다 선호한다.
저도 그렇고 제 친구들도 수시 제도를 정시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시 제도를 통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 전형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이 과에 입학한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내 적성이 이 과와 맞는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저같은 경우에는 제 과에서 어떤 수업을 하는지 찾아보고 미래 진로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보며 많은 고민 끝에 자소서를 작성했습니다.
자소서가 평가의 주요 요소는 아니지만, 필수로 써야 하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자신이 진정 이 진로로 가고 싶은지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시 제도의 경우에는 오로지 수능 문제를 푸는 것만 공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자신의 점수대에 맞는 대학, 과로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입시를 점수화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경쟁하며 치루기 때문에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기 힘든 것 같아요.
예컨데 화학을 좋아하는 학생이 수능 만점을 받으면, 과연 화학과로 진학할까요? 100중 95 정도는 의대로 진학하겠죠.
또한, 제가 보기에는 정시 체제가 매우 허술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능 점수를 그대로 쓰는 것도 아니고 표준점수화해서 사용하는데, 시험 난이도 자체가 너무 낮다 보니 난이도에 따라서 표준점수가 달라져서 쉬운 과목을 응시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죠.
거기다가 수능 성적표에서는 표준점수가 반올림되어 자연수로 표기되기 때문에 실제 점수가 반영되지 않죠. (실제 표준점수가 134.49점이면 134점이 되고 133.5점이어도 134점이 되죠) 이런 요소는 개개인의 실력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순진히 운이라고 생각되네요.
2. 과고생의 의대 진학
사실 과고생들 중에 의대 진학하는 비율은 극히 적습니다. 서울과고, 경기과고, 대구과고, 한성과고, 세종과고 정도를 제외하고 생각하면 한 학교에서 한 두명 정도가 의대를 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앞에서 언급한 서울권 과고들과 영재고의 경우에는 의대 진학 비율이 어느정도 있긴 합니다. 제 모교인 서울과고는 130명의 학생 중에서 20명 정도가 의대로 진학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 기수의 경우에는 주로 특정한 과목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내신 관리만 열심히 하던 친구들이나 경제적 안정감이나 사회적인 시선을 중요시 여기던 친구들이 고민 끝에 의대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에는 추천서가 필요한 전형의 경우 의대 추천서와 공대/자연대 추천서를 동시에 써주지 않는 방법으로 의대 진학을 억제했습니다. 예컨데 서울대 수리과학부와 연세대 의대를 동시에 학생부 전형으로 지원할 수 없는 것이죠. (소위 말하는 교차 지원)
그래서 의대를 쓴 학생들은 모조리 의대만 쓰거나 수능과 논술을 준비해서 서울대는 공대나 자연대를 쓰고, 연세대나 고려대 등의 의대를 논술 전형으로 지원했습니다.
3. 영재고생들의 대학 선호도
앞에서 130명 중 20명이 의대 진학을 한다고 했는데, 사실 이 수치도 의대 합격생 수에 비하면 훨씬 적은 것입니다.
영재고 내부에서 의대의 위치는 일반 수험생들이 생각하는 의대보다 훨씬 낮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애초에 수학이나 물리학을 좋아해서 올림피아드를 경험하고 많은 노력을 한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의 분야에 해당하는 자연대로 진학합니다.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서 의대를 동시에 지원해 합격한 경우에도 서울대 자연대(수리과학부, 통계학과, 물리천문학부, 화학부 등)와 연세대 의대를 놓고 고민을 합니다.
그래서 대다수는 서울대 자연대를 택하고 1/3 정도는 연세대 의대를 택합니다.
또한, 서울 내 상위권 의대 혹은 대형 병원을 가진 의대를 충분히 진학할 수 있는 내신을 가졌음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서울대 공대나 자연대로 진학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마음먹고 의대를 진학한다면 130명 전부가 의대로 갈 수있는 상황에서 110명은 공대/자연대로, 20명만이 의대로 진학하는 것입니다.
이 수치가 많다고 볼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의대 진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의대를 제외하고 얘기하자면, 서울대와 kaist, 포항공대, 연세대, 고려대 정도를 볼 수 있겠네요.
연세대와 고려대는 글로벌융합공학과와 사이버국방학과 두 개의 특수한 학과만 인기가 있습니다. kaist를 포기하고 글융공이나 사국으로 가는 친구도 종종 있고요.
연대나 고대의 나머지 학과들은 카이스트나 포항공대 보다 아래로 취급을 받습니다.
kaist와 포항공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선호도가 다르기도 하지만, 대체로 카이스트를 선호합니다.
그렇지만 kaist에서 서울과고 학생들을 많이 뽑아주지는 않기 때문에 서울대를 떨어진 일부 학생들 (5명남짓)만이 진학하더군요.
포항공대는 조금 더 입결이 낮아서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붙기에 내신이 좀 낮은 친구들이 많이 가더군요.
정리해보자면,
서울대 의대 > 서울대 자연대, 연세대 의대 (개인 취향) > 메이저 의대 > (개인 취향) = 서울대 공대 > kaist > (개인 취향) = 포항공대, 연대 글융공, 고대 사국 > 연고대 공대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뭔가 두서없이 글을 썼는데, 궁금한 점이 있거나 하실 말씀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답해드릴게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 0
머리 왜 이럼 자르고 싶군 이상하게 생겼어..
-
부끄럽기 때문.. 나중에 아들이 아빠는 과탐 뭐했어?? 하는데 난..s탐.. 응??...
-
서울왔습니다 한강 가보려하는데 네이버지도로 보니까 한강이 ㅈㄹ기네요 어디...
-
수학 4 국어 3 과학 5 영어 3 모고는 국어 백분위 99 수학은 90인데 이래도...
-
실개완 기시감 0
이지영 출제자의 눈으로 개념 돌렸어요. 임정환 임팩트로 기출 하려는데 현돌도...
-
자려고 누우면 온몸이 두들겨 맞은 느낌
-
수특샀다 0
만점 ㄱㄱ혓
-
왤케 어렵지?? 새벽 3시에 자서 좀 졸려서 그런가 마닳 푸는디 이전까지는 제일...
-
자전거 탈수있는 넓은 한강가려면 어디로가야하나요??? 3
자전거 타면서 혼자 산책할수있는 한강가려면 한강 어느쪽으로 가야하나요???...
-
???: 아이씨 그럴거면 지거국을 가!! 그렇다. 엄마의 출신대학은 인서울...
-
사랑니 마취 1
누워있는 사랑니 뽑았는데 마취 풀리면 아파서 죽나요?
-
국어 > [리트 전개년 기출 언어이해] 2021 10~12 > [리트 전개년 기출...
-
시간이 없어서 둘 중 하나만 할까 싶습니다 리밋 이제 끝냈고 빨더텅기출+리밋...
-
식사맛있게 0
하십쇼
-
대성사은품으로 받은 기출의 한수가 작년거긴한데 7개년(전체수록인지는 모르겠어요)를...
-
절댓값 안에 있는 함수를 그리고 절댓값을 취해주니 왼쫏 함수가 그려졌는데 이...
-
오운완!! 3
저질체력 탈출하기!!
-
다들 사탐런으로 도망칠때 조용히 투 하는 사람들이 이깁니다 투과목 하던 사람들도...
-
수업이랑 문제 난이도 궁금합니다
-
[속보]신임 의협 회장 "정부, 2000명 증원 근거 없어...반드시 뜯어고칠 것" 0
사진=연합뉴스 임현택 신임 의협 회장, 취임사에서 이같이 밝혀.
-
영어 책 펼때마다 찢어버리고 싶다 짖짜
-
메가패스 개인간에 양도 받아서 쓰는거 법적으로 문제될건 없나요? 좀 걱정되서
-
하... 2
시험 망했다..
-
의대 증원 '2000명' 근거 미흡 지적에 정부 우물쭈물…법원 "5월 10일까지 과학적 근거 제출하라" 0
기사로도 나왔네요. 관련 link 입니다....
-
아이패드로 수강중인데 한번 들은 강좌는 이어서 재생을 할 수 밖에 없더군요. 그런데...
-
도저히 버틸 수 없다면 도망칠 수도 있다. 낙원이 아닌 곳에서도 삶은 지속되니까
-
이제 6모신청 5
받아주는곳 없겠지?
-
컴공/인공지능공/산업공-미적사탐 기하사탐 받아도 됨 메디컬-확통과탐 받아도 됨...
-
입시요강 나오는거 보면 메디컬도 살살 허용하는게 진짜 과탐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거...
-
국어가 35% 수학이 20% 이던데 파괴력(?)이 어느정도 일까요? 국어의 중요성이 꽤큰건가요?
-
풀이 다 맞았는데 NaCl을 NACl라고 씀ㅆㅂ쌤이 못 보길 빌어야되나
-
평균 3등급 목표고 영어 얼마전에 일리하면서 is가 동치(=이다?, 직유)같은...
-
?
-
파이널에 돈 없겠다,,,, 살살 녹겠네
-
오늘 점심 1
진라면 너다
-
다행이야
-
올정시 불가능인가요 ? 불가능한거면 검고생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
나님 등장 4
-
진짜 공부 관련 소스 제공하는 칼럼러들 글쓸때마다 좋아요만 좀 달리고 댓글이...
-
본교재, 크로니클, 소법전, 단권화노트랑 큐뱅크 블랙라벨 이렇게 구성되어있던데...
-
사진도 대여섯장 들어있고 내용도 여기서 조금 빠질 것 같긴 한데..
-
쌍윤단 모여라 1
다들 마라탕후루뿌셔어쩌고를 이겨봅시다
-
큰일났다 0
한시간 넘게 자버렸어
-
필요해 0
-
개소리 우리나라 축구 졌는데 심판이 어쩌구 저쩌구< 개소리 사골 개소리들이 참 많군
-
‘여자교도소 유치’ 추진 청송군, 교도관 위한 ‘교정 빌리지’ 만든다 2
女교도관 대상 무상임대 키즈카페 등 문화공간도 신설 전국 지자체 중 교도소가 가장...
-
책을 많이 읽어야 돼나요?
-
국어 기출공부 0
이감으로 기출 vs 피램 고민하다가 이감으로 기출 샀는데 잘한거겠죠?
-
국어질문 짧 3
경쟁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된 기업의 제품은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일부 소비자에게는...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데 전교 1등은 의대로 가나요?
주로 의대를 가는데 소신껏 자연대로 가기도 해요
서울과고는 올해 서울대 의대만 7명 갔어요ㅎㅎ
;; 설의 프리패스일듯;;;;
요약 설의미만잡
솔직히 인정...
우리 깃수 전교1등은 수학과 갔으니까 설수리>설의 ㅇㅈ? 어 ㅇㅈ? ㅆㅇㅈ~~
이번에 입치 치룬 애들 중에서는 top 3 중에서 2명이 설의가고 1명이 설수리 갔다네요
설곽에서 포공 갔으면 어느정도 한건가요?
50~80, 90%정도 내신인듯요
보통 중하위권..? 정도에서 가고, 포공의 연구시설이 좋다고 스스로 가는 사람도 가끔 있고요
포공보다 카이스트를 선호하나요 주로??
주로 카이를 더 선호하죠.
근데 개인 취향이 있는게 예를 들어서 수학쪽이면, 카이스트가 응용수학 중심이고 포공이 순수수학 중심이라서 성향에 따라서 선호도가 달라지죠
친구 형이 설곽에 포공 산업공학이라서 질문해봤습니다 나이는 30이구요
못하는 사람은 어느정도 대학에 진학하나요?
부럽네요. 근데 이번에 서울과고에 고대 수학과 온 친구 있지 않나요?? 오늘 타이거즈 데이때 봤는데...
올해 누가 갔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ㅎㅎ
음? ㅋㅋ
설곽은 급이 다른듯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