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와 사상. 아리스토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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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질료형상론과 내재적 선>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초월적 이데아론을 비판하며,
세계가 개별적인 실체(ousia)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질료형상론(hylomorphism)을 주장했다.
이는 사물의 본질이자 '무엇임'을 뜻하는 형상(eidos)이
그 사물의 질료(hyle)와 분리되어
초월적인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물들 안에 내재한다는 존재론적 입장이다.
그렇기에 도덕적 지향의 대상인 '선(agathon, 좋음)' 역시
인간의 삶과 분리된 이데아가 아니라
현실 세계의 구체적인 실천과 행위 속에 내재한다.
2. <목적론: 최고선으로서의 행복>
이러한 내재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은 목적론(teleology)적 구도를 취한다.
모든 기술과 탐구, 실천적 선택은 어떤 '선(목적, telos)'을 추구한다.
각각의 행위가 지향하는 선이 상위의 목적으로 연쇄되다 보면,
궁극적으로 다른 무엇의 수단이 되지 않고
그 자체로만 선택되는 자족적(autarkēs)이고 완전한(teleion)
'최고선(ariston)'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행복(eudaimonia)'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능 논변(ergon argument)에 따르면,
행복이란 인간의 고유한 기능인 이성을 탁월하게 발휘하는 상태,
즉 '완전한 덕(aretē, 탁월성)에 따르는 영혼의 활동(energeia)'
으로 정의된다.
3. <영혼의 구분>
인간의 영혼은 크게 이성을 가진 부분(to logon echon)과
이성을 가지지 않은 부분(to alogon)으로 나뉜다.
이성을 가지지 않은 부분은
다시 이성과 무관하게 영양과 성장에만 관여하는 식물적 부분과,
본질적으로는 비이성적이지만
이성의 명령에 설복하거나 저항할 수 있는
감각적·욕구적 부분으로 구분된다.
영혼의 순수하게 이성적인 부분은 '지성적 덕'과 관계하며,
이성의 지시에 순응할 수 있는 욕구적 부분은 '품성적 덕'과 관계한다.
지성적 덕은 주로 가르침과 학습을 통해,
품성적 덕은 이성의 지도를 받는 욕구의
습관화(ethismos)를 통해 획득된다.
이 두 종류의 덕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 상호작용한다.
4. <지성적 덕>
지성적 덕은 인식 대상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영원불변한 대상을 관조(theōria)하는
'철학적 지혜(sophia)'이며,
다른 하나는 보편적인 도덕 원리를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여
우리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실천적 지혜(phronēsis)'이다.
실천적 지혜가 알려주는 최선의 행위는
'중용(mesotēs)'을 겨냥한다.
중용은 산술적 평균이 아닌 '우리에 대한 상대적 중간'으로서
과도함과 부족함이라는 두 악덕 사이의 적절한 상태를 뜻한다.
(다만, 살인이나 간음처럼 그 자체로 악한 감정이나 행위에는
중용이 성립하지 않는다.)
5. <품성적 덕>
품성적 덕은 실천적 지혜의 지도를 받아
감정과 행위에서 중용을 취하려는
확고한 '품성 상태(hexis)'를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품성적 덕이 본성적으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본성에 반하여 억지로 생기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은 덕을 수용할 수 있는 자연적 소질을 지니고 태어나며,
이를 올바른 행위의 반복적인 실천,
즉 중용의 '습관화(ethismos)'를 통해 완성형의 덕으로 발현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실천적 지혜와 품성적 덕은
서로가 서로를 완성하는 긴밀한 상보적 관계를 맺는다.
6. <올바른 행위와 유덕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적 행위가 온전한 덕성을 띠기 위한
주체의 내적 조건을 제시한다.
행위가 올바르기 위해서는
단순히 결과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넘어,
덕 있는 사람이 할 법한 방식으로 행해져야 한다.
이는 행위자가
①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인식(eidos)하고,
②그 행위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선택(prohairesis)하며,
③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상태(bebaiōskai ametakinētōs)에서
행위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태에 도달한 유덕자는
실천적 지혜를 통해 선을 정확히 파악함과 동시에
이성에 따르는 확고한 욕구의 습관인 자제력을 갖추고 있다.
7. <비자제와 무절제>
아직 유덕자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주체는
두 가지 도덕적 실패의 상태에 놓일 수 있다.
하나는 옳은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욕망에 굴복하여 자신의 선택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비자제(akrasia, 의지의 나약함)' 상태이다.
다른 하나는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왜곡되어
악행을 좋은 것으로 잘못 알고 선택하여 행하는
'무절제(akolasia)' 상태이다.
무절제한 자는 자신의 행위를 악으로 보지 않아 후회하지 않으므로
성품을 고칠 수 없으나,
비자제적인 자는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므로
교육과 습관화를 통한 교정의 여지가 있다.
8. <유덕자로의 도정: 모방과 습관화>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우리는 '정의로운 일을 함으로써 정의로운 사람이 된다.'
아직 실천적 지혜를 갖추지 못한 자는
이미 덕을 갖춘 자(phronimos)의 행위를
모방(mimēsis)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초기 단계에서 행해지는 도덕적 행위는
엄밀한 의미의 '덕 있는 행위'는 아니다.
주체가 실천적 지혜를 갖추고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의 습관화(ethismos)를 통해
비이성적인 욕구의 부분이 점차 이성의 명령에 순응하게 되면,
그는 점차 그 행위가 왜 선한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
마침내 외적인 강제나 내적인 갈등 없이 기꺼이 중용을 실천하는
확고부동한 품성 상태(hexis)에 도달하면
그는 온전한 유덕자가 된다.
이것이 바로 개별적인 행위자들이 탁월함(aretē)을 체득하여
행복(eudaimonia)이라는 영혼의 활동에 이르는
구체적인 경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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