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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1450022] · MS 2026 (수정됨) · 쪽지

2026-05-08 22:31:13
조회수 19

5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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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모를 봤다.

성적이 잘 나왔다.


주변인은 이 성적을 보고 내가 누군지 알것이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니들끼리 공유하면서 히히덕거리는 수준낮은 행동은 안 했으면 좋겠다.




5모가 끝나고 친구들은 나한테 몇점이냐고 물어본다.


물론 잘 봤지만 솔직히 알려주기는 싫었다. (믿던가 말던가)


근데 안 알려주면 점수가 낮아보일 것 같아서 알려줬다.


그리고는 지들끼리 또 점수를 비교한다.

“이번에 OOO보다도 잘봤어“


이 말을 듣고 순간 기분이 나빴다.


“애초에 난 걔보다 잘했었는데…”







씨발.


공부를 많이하다보니 원래의 가치관이 흐릿해진다.


성적과 점수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것을 신념으로 삼았으며, 이를 지키기 위해 나는 아무에게도 점수를 물어보지도, 비교하지도 않았었다.


허나 방금 했던 생각은 다시 생각해봐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껏 무의식중에 비교를 해왔다는 증거가 된다.


매일 10시간씩 공부를 하며 문제푸는 기계가 되어가다보니, 대한민국의 학벌문화에 동화되어 가는 것일까.


남들의 점수를 비교하고, 남들보다 잘봤다고 기뻐하는 병신이 되어간다.


마치 점수가 사람의 가격표가 되는 듯이 생각한다.


메가스터디 김종환 선생님이 비교를 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셨듯이 나는 무의식중에 서열을 매겼을 것이다.


점수가 낮아보일까봐 걱정하고, 남보다 잘하고 못하고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근거가 된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깨졌을지 모르는 나의 신념은 


오늘, 이미 깨졌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적이 잘나왔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아까 쪼끔 울었다.







허나, 한가지 의문이 든다.


내가 왜 결과지향적 가치관에 대해 반감이 있었었던 것일까.


조금 고민해본 결과, 과거 나는 단순히 성적이 그사람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었다.


단순히 성적뿐만 아니라 돈과 자본, 능력을 비롯한 것들이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


오글거리는 말인 것을 알지만, 모든 사람들의 가치는 모두 너무나도 소중하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녔다.


그러나 입시판은 나의 이러한 생각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나뿐만이 아닐것이다.


만약 위 성적표가 모두 9등급이였다면,


이 글은 단지 공부하기 싫어서 자기 합리화를 위해 쓴 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99999 성적표가 쓴 글을 무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필자가 이 글을 읽는 독자보다 성적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 계시는 분들이 아마 훨씬 더 잘하지 않을까 싶다.)


대신,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이 쓴 글을 신뢰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예컨데 한양대 배찌를 보유한 사람의 글과 배찌가 없는 글 중 누구의 글을 더 주의깊게 볼까?


완벽히 이성을 통해 그 두 글을 객관적으로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까 말했듯이 비교를 안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사람들을 평가하고, 가격을 매기고, 순위를 매기는 문화가 한국인의 행복도를 낮춘다.


애초에 인간 자체가 불행한것을 행복한것보다 더 크게 느끼도록 진화했는데 왜 자꾸 순위를 매겨서 불행해지려고 하는 것인가?


물질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문화덕에 대한민국을 나름 선진국 수준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근데 그 주장 자체의 전제도 순위를 매기는 것, 그리고 누굴 이겼다는 것에서 기뻐하는 것이다.


누굴 이기는 것에 대한 갈망 또한 진화에서 비롯된 본능이지만, 왜 아직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이겨먹으려고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성취감? 좋다.


그러나 남을 이겨서 얻는 성취감과 우월감.


그리고 그 두가지에서 비롯된 자존감과 자신감은 깨지기 쉽다.


이것이 공부의지의 원천이 되면 금방 무너진다.


남들과 비교하며 “역시 난 안되는구나..”라고 말하면서 스스로를 패배자로 낙인시킨다.







필자가 이 글을 너무 흥분한채로 산만하게 적어서 뭘 전하고 싶은지 모를 수 있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최소한 좌절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남들과 비교하는 대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라.


그리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주목해라.


“무언가가 어떻게 됐어” 가 아닌 ”무언가를 얼마큼, 이렇게 했어“에 주목하자.


예를들어 “이해원 1일차에서 5문제를 틀렸어…”가 아닌 “이해원 1일차를 해냈어”에 관심을 가지자.


모의고사를 보고난 뒤에는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끝냈다는 것에 만족감을 가지고 잠시 휴식을 취하자.







아까 말한 바에 따르면, 비교를 아예 안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냐고 반박할 수 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비교하면 된다.


더 높은 점수를 가진 사람과 비교할 때와는 달리 더 많이 노력한 사람과 비교하면 더욱 노력할 의지가 생긴다.








수능도 마찬가지다. 


수능을 망쳤다는 것 때문에 좌절하며 성공한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을 실패자로 낙인시키지 말자.


모든 사람의 가치는 그 자체로 너무나도 소중한데, 자신을 실패자로 낙인시키는 것은 그 사람의 가치를 엄청나게 깎아내린다.


인생은 수많은 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수능은 하나의 산일 뿐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일단 수능이 끝났음을 만끽해라.








멋있어보이려고 쓴 글이 아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가치관이니, 

오르비를 끄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위 사실을 망각하지 않길 바란다.


필자도 비록 오늘은 잘못된 생각을 했을지라도 다시 올바른 가치관을 품고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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