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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동파육 [679581] · MS 2016 · 쪽지

2026-05-08 22: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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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활 칼럼 ①] 200일은 충분한 시간이다 — 단, 두 가지를 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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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200이라는 숫자를 질리도록 마주했다. 어떤 해에는 까마득하게 길어 보였고, 어떤 해에는 눈 깜짝할 새처럼 짧아 보였다.

수험생으로, 과외 선생으로, 학원 강사로, 입시 컨설턴트로. 10년 넘게 입시 현장을 떠나지 않으면서, 나는 그 숫자가 사람을 어떻게 갈라놓는지 보아 왔다.

이제는 안다 — D-200을 어떻게 마주했는지가, 그 해의 결과를 3분의 1쯤 결정한다는 것을. 그리고 남은 기간 동안 나머지 3분의 2를 바꿀 수 있다는 것도.

200일은 9등급을 1등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다. 동시에 1등급을 3등급, 4등급으로도 떨어뜨릴 수 있는 시간이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가?


 남들이 다 불가능하다고 할 때 펜을 거의 처음 잡아본 재수생이 1년만에 고려대를 정시로 붙은 것도 보았다. 그는 정말 밥 먹는 시간을 아까워할 정도로, 머리 감는 시간이 아까워 머리를 밀어버릴 정도로 진심이었다. 200일 즈음에 국어 3~4등급을 벗어나지 못하던 친구가 수능 때는 기어코 만점에 가까운 결과를 받은 것도 지켜봤다. 내가 해준 것은 매일 할 일을 제시해주고 점검해줬던 것뿐이었다.


 반대의 경우도 많이 봤다. 너무 열심히 달려와서 방전이 되어버려 회복하지 못한 경우도 수 없이 있었다. 그 친구가 무너진 건 놓쳐버린 시간에 계속 매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완성되었다 생각하다 그 자만이 발목을 잡아 정말 턱도 없는 성적을 받은 친구도 많았다. 그들은 이쯤 하면 충분하단 생각에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다르게 만들었나?

의지였을까? 아니, 그들은 모두 간절했다.

시간이었을까? 아니, 모두에게는 같은 시간이 주어졌다.

능력의 차이였을까? 펜을 처음 잡은 학생이 1년만에 고려대에 갔다. 처음의 능력 차이는 답이 아니었다.

표면적으로 답은 다 달라 보였다. 그러나 10년 넘게 같은 풍경을 보다 보니, 결국 두 가지로 수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간절함만으로는 200일을 버텨낼 수 없다. 멘탈도 그 자체로 무너지지 않는다. 자기 빈틈을 정확히 파악했던 학생은 결국 끝까지 완주했고, 좌표를 잃은 학생은 끝내 방전되어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그들을 가른 것은 두 가지였다.

방향성: 큰 그림이 매일의 행동까지 분해되어 있는가. 

메타인지: 자기가 어디 서 있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아는가.

간절함도, 멘탈관리도 결국 이 두 축 위에서 작동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방향성은 단순한 큰 그림이 아니다. 내 스케줄과 커리큘럼을 일, 주, 월, 분기로 다층 분해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메타인지도 단순한 자기 인식이 아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내가 얼마나 해낼 수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렇다면 D-200을 마주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두 가지를 권한다.

첫째, 종이 한 장을 펴고 200일을 분해해보라. 200일을 분기 셋으로, 분기를 월로, 월을 주로 쪼개 보라. 이번 분기에 어떤 과목의 어떤 단원까지 가야 하는지, 이번 달은 무엇을 끝낼 것인지, 이번 주는 무엇을 메울 것인지. 막연하게 "수학 열심히"가 아니라, "이번 주에 미적분 N단원 N문제까지"의 수준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것이 분해다.

둘째, 자기 자신을 측정하기 시작하라. 오늘 풀 수학 문제 한 세트가 몇 분 걸리는지 재보라. 국어 비문학 한 지문에 몇 분이 걸리는지, 영어 한 회분에 몇 분이 걸리는지. 한 주만 측정해도 자기 능력치의 윤곽이 잡힌다. 이 측정 없이는 어떤 계획도 망상이다. 남이 만든 평균치로는 내 200일을 설계할 수 없다.

분해와 측정. 이것이 D-200이 깨진 시점에 시작해야 할 일이다.


그럼 이 두 가지를 잡으면 해결이 되는가? 

아니다, 가장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잊는다. D-200에 잡은 원대한 계획은 일주일이면 흐려지고, 내 능력치를 기록하던 습관도 한 달이면 멈춰간다. 200일이란 시간은, 가장 단단한 결심도 매일 풍화시킨다.

옛말에 작심삼일이라고 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작심삼일을 하라고 한다. 200일이 남았으면 작심삼일을 67번 하라고 한다. 하다가 지치고 포기하고 싶으면 쓰러져도 된다. 잠시 누워도 괜찮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목표와 동기부여도 결국엔 매일의 압박 속에 무던해지기 마련이다. 거창한 결심보다 중요한 건, 매일 아침, 자기가 목표로 한 곳을 한 번 더 보고, 오늘 무엇을 할 지 한 번 더 새기는 것이다. 이 작은 재점화가 200일 동안 끊어지지 않는 것, 그것이 무너진 친구들과 버텨낸 친구들을 가른 주된 차이였다.


200일 뒤의 너는, 오늘 책상 앞에 앉은 너에게서 시작된다.

거창한 결심도, 영웅적 의지도 필요 없다. 매일 아침의 작은 재점화 하나면 충분하다. 

그리고 한 달 뒤, 6월 모의평가가 온다. 그날 너는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시험을 보는 너 자신을 처음 마주하게 된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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