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표 옯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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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서기 2026년 병오년 늦은 밤이라.
한 젊은 오르비언(五樓備彦)이 책상 앞에 엎드려 깊은 잠에 빠져들었으니, 꿈속에서 그는 이미 27학년도 수이라는 큰 싸움에서 승리한 장수와 같았다. 난공불락이라 일컬어지는 언매(言媒)와 미적분(微積分), 그리고 감히 범접치 못할 물2(物二)와 화2(化二)라는 험준한 산맥을 모두 정복하고 마침내 의대(醫大)의 높은 문턱을 넘었음이라.
꿈속의 그는 흰 가운을 휘날리며 청진기를 목에 걸고 의학의 심오한 이치를 논하니, 그 기세가 마치 하늘을 솟구치는 용과 같았다. 동기들과 낙산 아래서 술을 마시며 "수능은 한낱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라 거드름을 피우던 세월이 실로 꿈속에서는 수년(數年)이요, 그 즐거움은 끝이 없을 듯하였다.
"어이, 일어나. 종 쳤어."
옆자리 유생(儒生)의 무심한 툭 침에, 오르비언은 "감히 어느 전공의가 예과생의 단잠을 깨우느냐"며 호통을 치려 눈을 떴도다. 그러나 입술을 떼기도 전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혼비백산(魂飛魄散)하니!
눈을 뜨니 사방에 자욱한 기운이 안개처럼 깔렸으되 이는 신선 세계의 구름이 아니요, 자습실 안에 자욱한 졸음의 수기(睡氣)라.
자욱한 안개 사이로 보인 것은 병원의 하얀 벽이 아니요,
눈앞을 비비며 정신을 차려보니, 방금까지 잡고 있던 메스는 간데없고 두 권의 두꺼운 서책이 좌우로 펼쳐져 그를 꾸짖는 듯하였다.
좌(左)에는 통합사회(統合社會) 공간적 관점의 페이지가 펼쳐져, 그가 서 있는 곳이 의대 강의실이 아닌 강남대성 재수학원 4층 자습실임을 냉정히 가리키고 있도다.
우(右)에는 통합과학(統合科學)1단원의 기본량(基本量)의 페이지가 열려 있어, 꿈속에서 휘두르던 고난도 물리 공식은 온데간데없고 다시금 '기초의 근원'부터 닦아야 하는 현실의 무게를 보여주도다.
낡은 책상 위로 펼쳐진 통합사회 책의 도표였도다. 그 도표는 마치 "네가 있을 곳은 여기다"라고 손가락질하는 듯하였고, 옆에 놓인 통합과학의 '기본량'페이지는 "네가 아는 물리와 화학은 다 어디 갔느냐"며 비웃는 듯하였느니라.
오르비언이 하늘을 우러러 길게 탄식하며 가로되,
"슬프도다! 27수능의 영광과 의대생의 화려한 삶은 한낱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구나. 물2, 화2의 신(神)이 되어 만점을 휘두르던 손에 쥐어진 것은, 이제 막 개편된 28학년도 수능의 낯선 교과서뿐이로다."
이후 오르비언이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니, 방금 전까지 명품 시계가 채워져 있던 자리엔 누렇게 변색한 '수능 시계'만이 차갑게 묶여 있도다.
"아아, 이럴 리가 없다! 내가 6평, 9평을 거쳐 그 험난한 물2 화2를 정복하고 당당히 의대에 입학하여 본과 진입을 앞두고 있었거늘! 어찌하여 내 눈앞에 다시 2028학년도라는 해괴한 숫자가 적힌 책이 놓여 있단 말이냐!"
알고 보니 그는 꿈속에서 1년을 앞서 살았으나, 현실은 냉혹한 재수생의 신분이요, 시간은 어느덧 새로운 입시 체제의 서막을 알리고 있었다.
그는 동기들에게 "수능이란 그저 노력하는 자에게 베푸는 하늘의 당연한 선물"이라 설파하며, 자신이 다시 책상 앞에 앉을 일은 영겁의 세월 동안 없을 것이라 확신하였도다. 그의 기억 속엔 오직 성공한 의대생이라는 찬란한 현재뿐이었으니, 어찌 그곳이 가짜라 의심했으리오.
그는 꿈속에서 누렸던 1년의 세월이 그저 찰나의 낮잠이었음을, 자신은 여전히 재수학원이라는 거대한 감옥 속에 갇힌 죄인임을 깨닫고 피눈물을 흘렸도다.
[결말]
꿈속에선 천하를 호령하던 의신(醫神)이었으나, 깨어보니 사회와 과학의 기초부터 다시 닦아야 하는 재수생이라. 오르비언은 차마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니, 창밖으로 비치는 강남 학원가의 노을만이 야속하게 붉었더라.
"어찌 꿈속의 부귀영화는 이리도 생생하고, 눈앞의 통합사회는 이리도 낯설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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