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 칼럼. 피동사와 단일어에 대해서(ft. 졸리다와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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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최근에 ‘졸리다’가 단일어인지 뭔지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 1. 피동에 대하여
피동이란 것은 본래 문장을 의미적으로 분류한 문법 범주로, 행위의 대상(피동주)이 주어로 나타나 행위를 당하는, 즉 문장의 주체(서술어와 호응하는 주어가 나타내는 대상)가 행위의 주체(능동주)에게 동작을 당하는 문장을 의미합니다.
흔히 언급되는 예문인 “도둑이 경찰에게 쫓기다”를 보겠습니다. 여기서는 문장의 주체(주어가 가리키는 대상)이자 피동주인 ‘도둑’이 행위의 주체(능동주)인 ‘경찰’에게 뒤따름 즉 쫓음을 당하므로 피동문인 것입니다.
물론 모든 피동문이 이렇게 의미적으로 딱딱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날씨가 풀리다’와 같은 예외적인 피동문이 있습니다. 이를 피동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는 학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학교문법 수준에서는 일반적으로 피동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지간한 전공국어 문법 개론서에서는 다 다루는 내용이고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 39번에서 관련하여 언급되기도 하였습니다. 기출에서 관련 내용이 언급된 적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만 연계 교재에도 종종 언급된 만큼 수능 수준에서 대응하는 능동문이 없는 피동문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올해 수특에는 관련 내용이 없으나 재작년 수특과 작년 수특에는 모두 관련 문항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피동은 정말 어떤 행위를 당하는 의미를 나타내는 피동과 단순 형태상 피동사(의 다의어)가 쓰인 피동으로 나눠 볼 수 있겠습니다.
- 2. 졸리다는 피동인가?
우선, ‘졸리다’는 ‘자고 싶은 느낌이 들다.’의 의미면 동사, ‘자고 싶은 느낌이 있다’의 의미면 형용사로 쓰입니다. 그리고 이와 어원적으로 유관한 졸다’는 ‘잠을 자려고 하지 않으나 저절로 잠이 드는 상태로 자꾸 접어들다.’를 뜻합니다.
만약 이 맥락의 ‘졸리다’를 피동사로 해석하려면 응당 ‘졸다(doze)’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행 수능 체제에서 애시당초 이런 동사를 피동문으로 출제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기출에서 언급했듯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태"의 경우 대응하는 능동이 없는 피동으로 볼 수 있으므로 '졸리다'를 여기에 포함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럴 경우 표국대와의 차이로 인해 이의 제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졸리다'를 피동사로 처리하고 있지 않는데 이것이 매우 큰 문제입니다. 흔히 대응하는 능동문이 없는 피동문으로 제시되는 '날씨가 풀리다'와 '감기에 걸리다'의 경우 현행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들을 주변적 의미로 처리하고 '...의 피동사'로 처리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표제어 즉 중심 의미에는 '...의 피동사'라고 명시하여 이 형태 자체는 피동사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풀리다'나 '걸리다' 등은 피동으로 제시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일부 피동사의 다의어에 '...의 피동사'라는 뜻풀이를 하지 않은 것은 아래의 이유와 같은데 대응하는 능동문이 없는 피동이기에 그런 것입니다. 다만 이 편찬 지침은 2000년도에 쓰인 매우 구닥다리 규정이라 현재의 국립국어원의 의견과 일부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점은 유효하리라 생각됩니다.

이와 달리, '졸리다'를 보시면 전혀 '...의 피동사' 따위가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졸리다'는 어떤 식으로든 피동사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졸리다'를 피동사로 보는 학자가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졸리다'를 공시적으로(통시적으로 피동사인 건 모두가 인정합니다만 우리가 신경 쓰는 건 공시적인 즉 현대국어의 쓰임이니) 피동사로 보는 견해로 임지룡 외(2020)이 있겠습니다. 임지룡 외(2020:261)에서는 ‘울다-울리다’와 ‘졸다-졸리다’를 자동사에서 파생된 피동사의 예시를 제시합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이 두 동사 모두 피동사가 아닙니다. 중심 의미도 피동으로 보지 않겠다는 뜻이죠.
학교문법 수준에서 국립국어원의 위상은 대단합니다. 다의어 문제 등 사전 문제는(현재 트렌드에선 벗어나지만 옛날옛날 호랑이 담배 태우던 화작문 시절에 나오던) 당연히 표준국어대사전을 근거하여 출제되고 또 품사와 표준 발음 역시 표준국어대사전의 관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어문 규범은 더욱 그렇고요. 형태소 분석은 국립국어원과 평가원이 다를 수 있겠으나 그럴 때는 공시적/통시적 분석을 어디까지 볼 것이냐에 대한 이견인 경우이므로 <보기>나 <지문>을 줄 것입니다. '졸리다' 같은 피동은 그런 게 아니죠
따라서 실제 학교문법 전공서라고 하는 책에서 '졸리다'를 피동사로 볼지라도 국립국어원에서 애시당초 피동사로 볼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기에 이의 시비가 생길 여지가 너무 확실합니다. 따라서 '졸리다' 따위를 신경 쓸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평가원은 교육청과 달리 이런 부분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가령 2016학년도 3월 학평에서 '늦잠'을 다수 학계 의견에 따라 비통사적 합성어로 출제하였으나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를 파생어로 보아 출제 오류가 인정된 바 있습니다.
https://www.fnnews.com/news/201603181726259767
이번에는 평가원 기출을 봅시다. 모평/수능은 아니고 임용고시 기출입니다만 참고가 됩니다. 2009학년도 중등 임용 1차 문항인데 답은 2번입니다. 즉 5번 선지가 적절한 것인데 역시나 교수님들답게 국립국어원의 사전과 학자들 간의 차이를 명화히 인지하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졸리다'와 같은 단어는 출제되지 않을 테니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아 그리고, ‘졸다’는 자동사기 때문에 ‘졸리다’가 피동사일 수 없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겠으나 약간 애매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수긍할 만한 주장입니다만 엄밀히 따지면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 자동사에서 피동사가 파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피동사는 타동사에서 파생되는 것이 맞습니다만, 예외적으로 자동사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날다’에서 파생된 ‘날리다’가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시면 ‘날다’의 피동사로도, 사동사로도 등재됐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걷히다’ 역시 마찬가지인데 사전을 보시면 ‘걷다’의 피동사로 올라왔습니다.
따라서 수험생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전에서 '...의 피동사'라고 풀이된 피동사만 우선 피동으로 인정하되, <보기> 등에 근거하여 주변적 의미도 피동으로 봐야 하면 상대적으로 문제를 푸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보기>에 '졸리다'나 '울리다' 따위는 나오지 않을 것이고 대부분의 개론서에서 언급되는 '풀리다', '걸리다', '막히다' 따위만 나올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출제될 가능성이 없는 부분에 신경 쓰는 것만큼 시간 낭비인 것이 없습니다.
- 3. 사전에서 붙임표가 없으면 단일어인가?
'졸리다' 논쟁(?)을 찾아보니 국립국어원이 "붙임표가 없으면 단일어입니다" 뭐 이딴 개 같은 답변을 했다는군요. 정말 화가 납니다. 온라인가나다는 알바들 데려다가 쓰게 하는 것이니 공신력 있는 답변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유일하게 거의 항상 믿을 만한 것은 전문 학예사가 직접 쓰는 국민신문고뿐입니다(https://orbi.kr/00074664361). 온라인가나다를 아예 거부해라 이건 아니지만 맹신하지는 말라는 뜻입니다.
가령 '잘리다(<자르- + -이-)', '나뉘다(<나누- + -이-), 걸음(<걷-+-음) 등을 봅시다. 여기에 붙임표가 있나요? 또 '꿈', '잠', '춤' 따위를 봅시다. 여기에 붙임표가 있나요? '수캐'나 '암퇘지', '쉬이(쉽- + -이)' 따위도 봅시다.

수-'와 '암-'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접두사이고 심지어 '수-'의 예시로 '수캐'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전에 붙임표가 없으니 단일어입니까? 그럴 리가요. 복합어이지만 단어 형성 과정에서 형태가 바뀌거나 단음절일 경우 붙임표를 쓰지 않습니다. 당연한 게 '꿈'에서 붙임표를 어떻게 씁니까? "꾸-ㅁ'으로 쓰기도 애매하잖아요. '나뉘다' 역시도요. '나누-ㅣ다'로 씁니까? 그럴 리가요. 그렇기 때문에 편찬 지침에서 다음과 같은 규정을 쓴 거지요.

(여기서 '좁쌀'과 '안팎', '입때', '살코기'는 통시적으로 합성어이고 공시적으로도 합성어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들은 단일어로 볼 수도 있습니다. <보기>에 유념하시어 상대적으로 살피시기 바랍니다. '수캐'와 '암퇘지'는 어문 규범뿐 아니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파생어로 인정하므로 파생어로 보는 것이 좋지만 '안팎', '좁쌀', '입때', '살코기'는 사전에서 복합어라고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은 ㅎ 말음 체언과 ㅂ계 합용병서(어두자음군)의 흔적이기 때문에 공시적으로 어떻게 볼지 이견이 있습니다. 이런 건 평가원은 당연히 <보기>를 줄 것이니 상대적으로 봐야 한다는 걸 항상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정리하자면, 붙임표가 있다면 그 단어는 복합어(파생어 or 합성어)라고 단언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붙임표가 없다고 해서 그 단어가 단일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들을 https://orbi.kr/00078209132 여기서 나중에 쓰겠다고 한 "수능 문법의 이해(가칭)"에 넣어볼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학교문법이라고 하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느낌이 있기도 하고, 아예 이참에 수능/교육청 문법이라는 범주를 설정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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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내 아침
아 목졸리는 미소녀 여중생 되고싶다
오... 자동사? 구분은 엄밀하지 못한 거였군요
사실 (잠이) 졸리다가 피동사가 아니란 건 어렴풋이 그리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르다와 졸리다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저는 이것이 조르다 + 조르 -이 다 (르불규칙비슷한상황발생) 이라 파생어일 수 있지 않나? 싶은데
딱히 찾기 어렵더라구요
비슷한 맥락에서 불리다, 갈리다 이런 것들도 전부 단일어인가요?
그것들은 당연히 피동사이므로 파생어입니다. 불규칙 용언은 모음 접사와 결합할 때 불규칙활용을 그대로 보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접사가 결합한 과정에서 형태가 변한 것으로 봅니다. 모두 파생어입니다.
'걸음'을 '걷다'에서 파생된 파생어로 본다는 점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용언의 경우 접사가 결합하면서 단순히 형태가 변했다고 단일어로 보지 않습니다. 용언의 활용은 공시적인 현상이라서요
감사합니당
물론 어미가 결합한 게 아니라서 엄밀한 의미의 "활용"은 아니지만 활용에 준하는 형태의 변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넹 어미랑 접사가 학교문법 밖으로 나가면 굴절접사니 뭐니 해서 포함관계인건 대충 알지만 어미에서믄 발생하는 활용현상을 피동 접사에서 언급하는 건 먼가 이상해서 비슷한 상황이라 칭했습니다
본문에 나와있네요 잘리다 복합어라고... 졸리다도 복합어로 보는 게 맞으려나요
캬 글 너무재밌다

너무 궁금하고 답답했었는데 감사합니다아주조코
왔구나
랜만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