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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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범주인 유는 여러 가지 뜻으로 말해지지만, 명백히 그 일차적인 뜻은 사물의 본질인 ‘무엇임’을 지시하는 실체이다. 다른 모든 것들은 이 실체의 속성, 즉 그것의 양이거나 질이거나 상태이거나 다른 어떤 규정이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일컬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실체란 무엇인가? 우리는 실체를 적어도 네 가지, 즉 ‘무엇임’, 보편자, 보편적 부류인 유, 그리고 밑바탕이 되는 기체로 일컫는다. 여기서 기체란 다른 것들이 그것에 관해 술어로서 서술되지만, 그것 자신은 더 이상 다른 것에 관해 서술되지 않는 궁극의 주어이다. 그러므로 기체의 본성을 규정하는 일이 가장 먼저 요구된다. 왜냐하면 일차적인 기체야말로 가장 참된 의미에서 실체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체라는 의미에서 보면 한편으로는 질료가 기체라 일컬어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형상이, 그리고 셋째로는 이 둘로 이루어진 결합물이 기체라 일컬어진다. 가령 동상을 예로 들면, 청동은 질료요, 그 모양의 윤곽은 형상이며, 이 둘로 이루어진 동상 그 자체는 결합물이다. 만일 실체를 단순히 기체라고만 규정한다면, 질료야말로 궁극적인 실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왜냐하면 사물에서 속성들과 작용들, 그리고 잠재성들을 모두 벗겨내고 나면, 길이와 폭과 깊이에 의해 규정되는 물리적 크기인 양마저 제거된 순수한 바탕만이 남게 되며, 이것은 그 자체로는 어떤 ‘무엇’이라고도 어떤 물리적 ’양‘이라고도 일컬어지지 않는 무규정적인 질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료가 일차적 실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실체에 가장 고유하게 속하는 특징은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있는 분리가능성과 어떤 특정한 이것이라는 개별성으로 여겨지는데, 무규정적인 질료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료보다는 오히려 형상이나, 질료와 형상의 결합물이 실체에 더 가깝다.
그런데 생겨나는 것들은, 자연에 의해서 생겨나든 기술에 의해 생겨나든, 모두 밑감으로서의 질료를 갖는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저마다 어떤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이런 잠재적 가능성은 각 사물 안에 든 밑감이기 때문이다. 질료는 무언가가 될 수 있는 잠재성으로서 존재하지만, 그것이 아직 현실적으로 어떤 특정한 ‘이것’이 아닌 한 참된 의미의 실체일 수 없다. 반면에 형상은 질료를 특정한 ‘이것’으로 한정지어 주는 원리로서, 곧 그 사물 자체에 의해서 서술되는 일차적인 ‘무엇임’이다. 복합적인 사물이 스스로의 본질인 ‘무엇임’을 획득하여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이것’이 되기 위해서는 질료에 형상이 부여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겪는 개별적 결합물은 본성상 실체일 수 있으나, 그것을 존재하게 하는 궁극적인 원인으로서의 일차적 실체는 잠재적 질료를 규정하여 현실적인 사물로 만드는 내재적 형상이다.
나아가 실체의 이 같은 구조는 잠재성과 현실성의 측면에서 다시 파악되어야 한다. 밑감이 잠재성이라면 형상은 현실성이다. 어떤 사물이 생겨난다는 것은, 아직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밑감으로부터,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형상이 실현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잠재성과 현실성 중 어느 것이 앞서는가? 개념을 설명하는 로고스에 있어서나, 실체적 본성에 있어서 현실성은 잠재성보다 앞선다. 잠재성을 지닌 것은 현실성에 도달하기 위해 목적을 향해 움직이지만, 현실성은 그 자체로 이미 실현된 목적인 엔텔레케이아이기 때문이다. 현실성은 목적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비록 시간적으로는 개별 사물에 있어서 잠재성이 현실성에 앞설지라도, 궁극적인 원인과 본성에 있어서는 결코 잠재성에 뒤처질 수 없다. 결국 영원하고 필연적인 것들은 잠재성을 결코 섞어 갖지 않으며, 완전히 현실적인 것으로서 존재한다. 일차적 실체, 즉 형상으로서의 현실성은 모든 생성 변화의 근저에 있으면서도 그 자신은 질료의 잠재성에 얽매이지 않는 순수한 작용 원리인 것이다.”
지문 작성은 동서문화사 형이상학에서 7권 3장, 7장, 8장, 17장, 9권 8장에서 발췌해서 연결해 적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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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서 유기할게요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질료 개념과 칸트의 4범주에 대해 알고있으면(정확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먼저 오르가논에서 설명한것) 읽기 편했지만, 그런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는 학생들의 기준에서는 과하게 어렵네요 글 자체는 수제 느낌나서 보기 좋아요
원전을 그냥 발췌해서 써서 그렇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