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을 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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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병이 아닌 것은 아니로되, 뻘글을 쓰지 않음으로써 리젠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뻘글을 계속 쓰지 않으려 하는 것이 병이 아닌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병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리젠이 되지 않아 정전 상태에 이른 게시판을 목도하면서도, 누군가가 뻘글을 써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뻘글을 쓰지 않으려는 본인의 방어적 의지보다 크지 않다고 부정하는 것은 기만적이지 아니하다 할 수 없으나, 그러한 기만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뻘글을 소비하려는 욕망만을 비대하게 키워가는 스스로의 모순을 질병이 아니라고 치부하는 행위야말로 진정한 병폐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아니할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이 뻘글이 아니라고 믿고자 하는 강박이 사실은 뻘글조차 창작해내지 못하는 빈곤한 상상력을 은폐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태도에 있다. 타인의 뻘글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그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리젠의 가뭄을 초래하는 근본적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병에 걸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다 도리어 병의 중증도만을 참담하게 입증하는 꼴이 아닐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른 체하는 것 역시 심각한 병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뻘글이 뻘글로서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커뮤니티의 혈맥이 뛰게 된다는 자명한 이치를 깨닫지 못한 채, 오직 가치 있는 글만을 남겨야 한다는 오만한 환상에 매몰되어 침묵을 지키는 행위가 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알량한 깨달음조차 한 편의 뻘글로 게시판에 승화시키지 아니하고 그저 머릿속에 맴도는 고고한 상념으로만 남겨두려 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모든 병적 징후들이 사실은 자신이 앓고 있는 불치병의 파편에 불과하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란 참으로 불가능에 가깝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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