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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윤왜어려움 [1452337] · MS 2026 (수정됨) · 쪽지

2026-03-16 15: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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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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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구름이 낮게 내려앉은 오후
방 안에는 일정한 톤의 강사 목소리가
적막한 공기를 조용히 채우고 있다 


모니터 불빛에 눈이 피로해질 무렵
바닥을 타고 오르는 묵직한 진동
나는 쥐고 있던 펜을 잠시 내려놓고
네모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흐린 하늘 아래,
창틀의 프레임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기차
덜컹, 덜컹
무심하고도 규칙적인 박자로
긴 철제 몸통이 눈앞을 가로지른다 


화면 속 나의 시간은 재생 바의 숫자로 묶여 있는데
저 밖의 기차는 매끄러운 궤적을 그리며
잿빛 공기를 가르고 멈춤 없이 흘러간다
칸과 칸이 이어지며 만들어내는
길고 묵직한 삶의 질주 


차창 안의 누군가도 지금의 나를 스쳐 지나갔을까 
마지막 꼬리칸이 구름 낀 풍경 너머로 멀어지고 
방 안을 울리던 철길의 여운마저 서서히 흩어지면 

나는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어
다시 화면의 일시 정지를 푼다 


흐린 날의 기차가 길게 지나간 자리,
나의 고요한 방 안엔 다시
이어폰 너머의 목소리만 담담히 흐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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