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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tmacht [1390254] · MS 2025 · 쪽지

2026-02-26 01: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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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오늘의 상식: 그가 '신이 죽었다'고 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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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죽었다(Gott ist tot)'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가 했다고 전해지는 이 말은 그 강렬한 임팩트로 인해 지금도 여러 철학서나 문학 작품에 등장한다


하지만 그랬던 그에게도 신의 축복을 받을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으니...


때는 1882년 봄, 스위스의 도시 리바로 돌아간다


새로운 생명이 싹트는 계절, 유럽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니체는 철학자 루 살로메(Lou Salomé)를 만난다


가산을 거의 모두 처분하고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떠돌며 방랑 생활을 하던 니체, 그는 이미 사람으로부터, 또 세계로부터 상처받고 신뢰를 빼앗긴 상태였다


어릴 적 잃은 친아버지를 대신해 아비처럼 따르던 바그너와는 생각의 차이와 말년의 모욕(니체의 눈 건강 이상이 과다한 자위행위로 인한 것이라는 편지) 때문에 사실상 결별을 마음먹었고


그보다 좀 이른 시기에는 자신의 첫 번째 철학서가 선배/후배 고전문헌학자들에게 골고루 비판을 받으며 학계에서도 완전히 고립되었던 것


그런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타난 "철학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여성"은 운명과도 같았을 것이다


니체는 루 살로메의 지적 능력과 자유로움에 감동하여 그녀에게 강한 이끌림을 느꼈고, 결국 청혼을 하기에 이르게 된다


앞서 설명한 대로 그녀가 니체에게 "철학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여성"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바로 그 점으로 인해 자신의 남은 인생을 그녀와 함께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런 것이 어찌 중요하겠나? 한번 빠져들었다면 더 이상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은 것이 사랑이거늘


다만 자유로운 여성이자 철학자였던 루 살로메는 니체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는 알지 못한 사실이지만 루 살로메는 그에게 앞서 2명의 청혼을 거절한 상황이었다


처음부터 누군가의 청혼을 받을 생각은 없었던 셈


그에 더해 잔인하리만치 자유로운 여성 루 살로메는 자신이 청혼을 거절한 니체에게 곧바로 자신과 파울 레(Paul Rée)를 껴서 동거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한다


고민도 잠시, 그녀는 자신을 쥐꼬리만큼도 낭만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한 니체


그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녀와 모든 인연을 끊어낸다


참 알려진 바가 많이 없어 낭만성이 드러나게 서술하기 어려운 이야기인데


별종으로 소문나 있던 니체만큼이나 살로메도 만만찮은 별종이라는 생각이 다 든다


청혼을 받아주는 게 여성의 의무는 절대 아니니 뭐 번번이 거절하고 다른 사람과 교류한 일은 인정하지만


자신이 청혼을 거절한 남성에게 다른 남성을 껴서 셋이서 동거하지 않겠냐고 제안할 수 있단 말인가...


파국으로 끝난 두 사람의 교류 이후 두 사람의 길은 각각 엇갈리는데


니체는 이 이후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는 건강 속에서도 고난을 이겨내며 역사에 남을 저작을 써냈으나


결국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심각해진 시력 손상, 지속적인 구토와 설사 등 신체 내부 이상,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뇌질환으로 인해 점차 붕괴되어 가는 심신을 잡아두지 못했다


그의 저서가 평론가와 대중으로부터 유명세를 타고 열광적인 반응을 얻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말년에 가서는 전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거동 능력을 상실한 이후부터는 2층의 방 침대에 누인 채 니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신세가 된다


죽음을 앞둔 자기를 두고 매 주말마다 사교파티도 열렸는데, 이 모든 일을 진두지휘한 것은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베스 니체였다고 한다


그녀는 니체가 죽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니체의 사상을 왜곡해 본인 일신의 영달에 악용했고


나중에는 나치 독일 총통 히틀러도 접견하는 영광(?)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니체가 오늘날 욕 먹는 이유 중 한 90%는 이 인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루 살로메는 자신과의 동거를 수락한 파울 레와 살다가 그의 청혼을 한 번 더 거절했고(첫 청혼은 살로메가 니체를 만나기 전), 직후 오스트리아의 동양어학자인 오스트리아 카를 안드레아스와 결혼한다


사실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것 외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는 사실상의 계약결혼이었지만 이 소식을 들은 레는 좌절하며 자살했다고...


이 안드레아스라는 사람 또한 루 살로메와 그리 친밀하게 지내지는 못했는데


루 살로메가 부부관계를 극도로 거부하면서 안드레아스의 목을 조르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를 갖고 싶었던 안드레아스는 루 살로메의 동의를 얻어서(!) 하녀와 사생아를 낳고 이 아이를 루 살로메가 입양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도 연애를 하면서 그의 이름도 르네(Rene)에서 라이너(Rainer)로 바꾸고 여러 문학가도 소개해 주는 등 도움을 줬으며


그와 헤어진 후에는 의사인 프리드리히 피넬스와 연애를 하고(이 사람과는 또 성관계를 해서 임신을 두 번이나 했다)


나중에는 프로이트와도 친구로 지내면서 인연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참 자유롭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한 이유가 이해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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