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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tmacht [1390254] · MS 2025 · 쪽지

2026-02-23 0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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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오늘의 상식: 국제공용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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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페란토는 언어가 서로 달라 의사소통이 어려운 세계 사람들을 한데 묶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어다


화자가 200만 명으로 인공어 중에서는 가장 많으며 규모는 크지 않으나 모국어 화자도 존재한다


문자는 로마자를 쓰고 문법적으로는 한국어와 같이 교착어이며 인공어답게 문법에 불규칙성이 없다


모든 동사가 규칙변화하고 동사를 형용사/부사/명사화하는 것도 어미 변화만으로 가능한 수준


목적어에 해당하는 단어 끝에 -n을 붙여주는 것 빼면 한국인에게도 전혀 어려울 게 없는 문법이다


esperi 희망하다 - esperanta 희망하는 - esperante 희망하면서 - esperanto 희망하는 사람

(이 언어의 이름 또한 여기서 따왔다)


다만 한국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쓸 일이 없는 생소한 음소들이 문제가 되는데


이는 에스페란토의 창시자가 폴란드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폴란드어를 포함한 유럽어는 한국어와 달리 유기음/무기음(기도로 내보내는 공기의 유무)이 아닌


유성음/무성음(성대의 떨림 유무)을 기준으로 음운이 나뉜다는 것만 알고 있다면 발음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음운론을 폴란드어에서 많이 따온 것에 비하면 어휘적인 부분은 라틴어나 프랑스어를 많이 따왔다


에스페란토 - 라틴어

Saluton!(안녕하세요!) - Salus

bonan(좋은) - bonus

nokto(밤) - nox

amiko(친구) - amicus

lingvo(언어) - lingua


이외에도 독일어 등 게르만어 계열의 언어나 기타 다른 여러 인도유럽어족 언어들에서 단어를 수입해 왔고 이로 인해 기존에 다른 유럽어를 배워 봤거나 라틴어 지식이 있으면 배우기가 편하다


에스페란토는 발표 직후부터 인공어의 혁신으로 읽혀 빠르게 인공어계의 주류를 차지했으나


호사다마라고 해서 온갖 종류의 핍박을 받기도 했다


민족주의가 지배하는 시대에 국제어를 외친다는 이유로 나치 독일과 소련 양쪽 모두의 박해를 받은 에스페란토


소련에서는 에스페란토 사용자 2천여 명을 처형했다는 기록이 있고


독일은 1942년 라인하르트 작전 시기 에스페란토를 창시한 자멘호프의 일가족을 잡아 처형했다는 이야기도 잇다


이는 자멘호프가 유대계였기 때문인데 막상 그는 시오니즘에 반대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독일과 소련 두 강대국으로부터 철저한 핍박을 받은 에스페란토지만


독일의 폴란드 유대인 절멸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자멘호프의 손자 및 에스페란토의 이상을 간직한 생존자들 덕분에 에스페란토는 명맥이 끊기지 않은 채 현대에도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에스페란토는 우리나라에도 일찍이 알려진 언어다


당장 우리가 고종으로 알고 있는 이명복 씨 또한 에스페란토를 능숙하게 구사하였다고 전해지며


일제강점기에는 다양한 에스페란토 교재를 출판하고 <동아일보>에 에스페란토 강의를 연재하는 등 활동가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당장 한국문학사에서 다루는 카프문학, 그 카프(KAPF)도 다름아닌 에스페란토 약자다


Korea Artista Proleta Federacio의 앞 글자를 따 KAPF인데


이를 Korean Artist Proletarian Federation의 영어 약자인 줄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잠시 에스페란토 활동이 뜸해졌다가 60년대부터 복구되기 시작하여 한때는 공안 당국의 요주 감시망에 들어갈 정도로 성장했고


민주화 이후에도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에스페란토 관련 국제행사를 유치하면서 에스페란토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국가 주도로 에스페란토 학습을 장려하는 중국에 비하면 약한 감은 있지만...


세계 시민 모두에게 보급해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국제 시대를 열자는 에스페란토의 이상


당장 언어 자체를 도입하지는 못해도 그 이상만큼은 존중받아 마땅한 것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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