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도 지문을 '이해'하고 '감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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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가에서 쓰이는 ‘이해’와 ‘감상’은 거의 비슷한 말인것 같다.
비문학에는 이해라는 말을 쓰고 문학에서는 감상이라는 말을 쓰지만, 두 용어가 가리키는 지점은 결국 거의 같다.
맥락을 잡고 그것을 기반으로 독해하는 것.
이는 최고의 독해 방식이며 고득점을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이다.
맥락만 잘 잡히면 정보처리도 수월해지고 문제도 술술 풀린다.
한동안 독해력을 강조하는 본질론이 유행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과연 모든 지문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을까?
1. 비문학 : ‘배경지식’이라는 현실적 한계
비문학 지문을 모든 수험생이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이제는 형성되어 가고 있다.
지문 이해에는 배경지식의 영향이 절대적인데, 수능은 제재가 너무나 다양하여 사람마다 지식의 편차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의 배경지식을 미리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평가원은 2010년대 후반 불거진 배경지식 유불리 논란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배경지식으로 미리 대비하기 힘든 생소한 제재를 출제하거나 이해가 극도로 힘든 지문들을 내놓고 있다.
이제 비문학은 단순한 이해의 영역을 넘어, 이해되지 않는 정보들을 장악하는 ‘정보처리’의 비율이 이해의 영역보다 압도적으로 커진 시험이 되었다.
2. 문학 : 감상의 이름으로 포장된 이해, 그리고 그 한계
문학에서 말하는 ‘감상’ 역시 사실 이해와 거의 같은 말이다.
문학은 배경지식이 교육과정 내(개념어, 시대적 배경, 클리셰 등)로 정해져 있어 비문학보다는 이해와 감상이 수월한 편이다.
연습만 충분히 한다면 확실히 유리한 위치에서 독해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문학은 이 기대를 배신한다.
적중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뻔한 작품이나 대목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지문을 꼬아내기 시작했다.
결국 문학조차 수험생 수준에서는 감상(이해)만으로 100%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비문학만큼은 아니더라도, 문학 역시 정보처리적 접근이 필요한 구간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3. 결론 : 본질을 추구하되, 도구를 가리지 마라
비문학이든 문학이든 이해하고 감상하면 아주 좋다.
하지만 모든 지문에서 그것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수험생 수준에서 "아니오"라고 답하겠다.
수능 국어의 본질은 결국 정보처리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보처리 훈련에만 매몰되어야 할까?
그것 또한 정답이 아니다.
이해와 감상이 가능해지는 순간, 정보처리의 속도와 정확도는 압도적으로 유리해진다.
'정보처리'라는 단 하나의 도구만으로 정점을 찍는 것은 모두에게 가능한 일도 아닐뿐더러, 수능 국어의 설계 자체가 완벽한 '순수 적성시험'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해와 감상을 할 수 있는 지문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성적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라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해두는 것이 옳다.
이해와 감상이 가능한 지문들을 늘려나가야만, 실전에서 오직 '정보처리'만으로 뚫어내야 하는 지문의 비중을 줄이고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어떻게 짧은 수험 기간 내에 본질 하나만 가지고 모든 걸 해결하겠는가.
이해가 되는 지문은 더 날카롭게 감상하며 시간을 벌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지문은 철저하게 정보처리로 해결하라.
이 두 날개가 균형을 이룰 때, 당신은 비로소 어떤 시험장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실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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