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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tmacht [1390254] · MS 2025 · 쪽지

2026-02-15 01: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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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오늘의 상식: 발렌타인과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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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초콜릿 많이 받으셨나요? 많이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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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연인과 가족들이 선물을 주고받으며 사랑과 존중을 확인하는 아름다운 날, 발렌타인 데이(St. Valentine's Day)


이 발렌타인 데이가 누구로부터 유래했는지는 콕 집어 말할 수 없다


우선 2월 14일을 축일로 하는 순교 성인 중 발렌티노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은 총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로마의 신부이자 의사인 발렌티노고 다른 한 명은 테르니 주교 발렌티노인데


두 사람 모두 독특한 일화로 역사에 각자의 이름을 남겼다


1번 발렌티노는 로마에서 아직 크리스트교가 금지된 시절 크리스트교를 믿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오히려 자신을 체포한 관리의 양녀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을 알고 정성껏 치료해 주었고


그에 감복한 관리의 일가가 전부 크리스트교로 개종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사실이 로마 황제에게 들어가 발렌티노는 처형당했고 이로 인해 순교자 명부에 올랐다는 것이 야사의 끝


2번 발렌티노는 로마 주둔군 병사들의 결혼을 이어주다가 마찬가지로 처형된 사람이다


아우구스투스가 임페라토르로 등극한 이후 로마 제국은 오늘날까지 이어질 순환 근무 체계를 만들어 냈다


한 주둔군 부대가 지역에 너무 오래 눌러붙지 못하게 한 것


왜 그렇게 했는지야 뭐 뻔하다


당장 술라부터 시작해서 자기 군대 키우고 로마로 진군한 군인 독재자들이 한 트럭이었으니


당장 자기 아버지부터가 루비콘 강을 건너 독재를 완성한 아우구스투스 입장에서는 반드시 군인 야심가의 쿠데타 시도를 막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주둔군이 한 지역에서 너무 오래 힘을 키우지 못하게 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로마 주둔군은 라인강 서안에 배치되어 있다가 다음 발령을 중동의 레반트로 받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 하나가 벌어지기도 했는데


바로 주둔군이 현지에서 결혼했을 때 이들을 강제로 떼어 두어야만 했던 것


병사를 놓고 갈 수도 없고 부부를 같이 데려가는 것도 힘드니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로마의 해답은 아예 주둔군 병사의 결혼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결혼해 봤자 반드시 떨어져야 할 운명이라면 애초부터 결혼을 금지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사랑이 겨우 법 따위로 막아지겠나?


들키면 죽음이 찾아온다는 걸 알면서도 결혼하고 싶어하는 커플이 수두룩했고


테르니 주교 발렌티노는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비밀 혼인성사를 열어주었다


그리고 이것을 들켜서 사망했다는 것이 이야기의 끝


여기까지만 보면 발렌타인 데이의 유래는 당연히 테르니 주교 발렌티노 쪽일 것 같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의사 발렌티노와 테르니 주교 발렌티노가 동일인물이라는 해석이 과반수지만 아니라는 해석도 있어서 혼란한 데다가


로마가 주둔군 결혼 금지령을 폐지한 게 기원후 190년인데 발렌티노의 순교일이 269년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거짓이라는 뜻인데


기록이 있는 결혼 금지령 폐지 쪽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 아마 발렌티노가 가상의 인물이거나 다른 사람의 행적이 발렌티노의 이름에 덧씌워졌을 가능성이 크다


즉 우리는 발렌티노가 아닌 다른 사람의 행적을 기린답시고 발렌티노 축일을 기념일로 써먹고 있는 것이다


한편 발렌타인 데이 때 초콜릿을 주고받는 풍습이 일본에서 만들어졌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발렌타인 데이 때 선물을 서로 주고받는 것은 1861년, 지금도 영업하는 영국의 초콜릿 회사 캐드버리(Cadbury)의 광고 수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시작해서 유럽인들이 발렌타인 데이 때마다 초콜릿을 교환하는 풍습이 생겼고


일본의 근대화 이후 서양 회사들의 초콜릿 마케팅 방안을 따라하면서 발렌타인 데이가 동아시아에도 자리잡게 된 것이다


원조가 서양이고 이후 동양에 건너온 풍습인 만큼 지역별로 관습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선 서양에서는 초콜릿 외에 꽃이나 향수, 보석 등을 주고받기도 한다고 하며


동양과 마찬가지로 일단 남녀 관계에 관한 날이긴 하지만 가족이나 이웃, 친구들이나 동료들과도 거리낌없이 선물을 주고받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한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서양에 비하면 청춘의 남녀들끼리 서로 초콜릿을 주고받는 풋풋한 연애 이미지가 강한데


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 것으로 보인다


주고받는 방향도 다르다


일단 원조격인 서양에서는 발렌타인 데이 하루 동안 남녀 모두가 이성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서로서로 주고받는 모습이지만


일본과 한국에서는 발렌타인 데이를 '여성이 남성에게 주는 날'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이는 발렌타인 데이에 대응되는 화이트 데이를 하나 더 만들어서 어떻게든 초콜릿을 팔아 보려는 일본 회사들의 눈물겨운 뇌절 마케팅 시도 때문


그말인 즉 화이트 데이는 진짜 일본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좋게 말하면 젊고 나쁘게 말하면 근본 없는 날인 것이다


실제로 일본이 아니라 서양으로부터 발렌타인 데이를 직수입해 온 홍콩에서는 발렌타인 데이 때 서양과 마찬가지로 남녀가 서로 챙겨주는 문화를 갖고 있단다


뭐 이미 글 쓰는 시점에서는 늦긴 했지만 여러분도 동아시아권의 관습에 갇히지 말고 선물을 주고 싶은 이성에게 당당히 선물을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


아, 물론 당신이 200억은 몰라도 한 20억쯤 탈세할 외모를 가졌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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