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틴史] 제국의 위안부 - 비난을 받을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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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데 비판을 받을 책이지, 비난을 받을 책은 아니다.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마치 박유하교수가 친일파인양 공격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몇가지 문장을 들이밀며 리트윗과 좋아요를 누르고 흥분을 하지만 사실 그들이야말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공부했다 말할 수 없다.
또한 반대로 무작정 신선한 주장에 공감해서 마치 박교수의 책이 대안이라도 되는 것인양 고메하며 동시에 우월한 어투로 적어놓은 블로그 서평들도 결코 편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제국의 위안부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비판을 받아야 한다.
첫째, '제국'이 '일본'인데 결국 '일본이 아니다'라고 한다.
둘째,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일상'의 문제로 덮어버린다.
셋째, 결국 일본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1.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박유하교수는 식민지 지배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위안부 문제'를 '제국 일반'의 문제로 본다. 즉, 지배가 발생하는 공간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측면을 주목하는 것이다. 일견 타당하다. 위안부 문제가 가능하려면 제국이 있어야 하며 구체적인 지배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제국주의 시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도 프랑스도 수많은 열강들이 그래왔기 때문이다. 즉, 일반적인 지배의 메커니즘을 분석해본다면 위안부 문제는 제국 구조에서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이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박유하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위안부 문제를 일으킨 나라는 결국 '제국 일반'이 아닌 그 중 한 나라인 '일본'아닌가. 머커니즘을 분석하는 것은 결국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고, 메커니즘을 통해 분석된 결과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교수는 끝끝내 '일본의 잘못임을 여러 자료를 통해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이는 제국일반의 문제이다'로 결론 짓는다.
아니다. 제국일반이 아니라 일본의 문제라고 규정짓는게 지극히 합당하다. 알제리인들에게는 프랑스의 식민지배가 문제이고, 인도네시아인들에게는 네덜란드가 지배자였다. 난징대학살을 일으킨 것은 일본이지 제국일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각론에 들어갔을 때 제국일반의 문제라는 사회과학적 일반 원리는 불충분한 주장이다. 일본 제국주의가 가진 고유성과 독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난징대학살이나 위안부 같은 문제는 일본 제국주의 고유의 성격과 관련이 있다. 마치 아우슈비츠가 인종주의와 결합된 히틀러와 연관이 있듯이 말이다. 파시즘, 나치즘, 전체주의, 군국주의. 현실을 분석하려는 다양한 메커니즘과 연구 결과가 있고 그 안에서 개별의 고유성과 차이점이 있기 마련인데 박교수는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이런식으로 말하면 피해를 묻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말 밖에 더 되는지 않는가.
2. 위안부 모집에 관해 이 책의 집요한 주장은 세가지이다.
(1) 군대가 배후에 있었으나 면사무소 직원들이 위안부를 모집했고 중계업자에 의해 관리 운영되었다. 그리고 면사무소직원과 중계업자들은 조선인이었다.
(2)위안부의 대다수는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달리 20대 중반이었다.
(3) 위안부와 일본 군인 간에는 사이가 매우 좋았고 군인을 따라죽는 위안부도 있었다.
(1)에 관하여. 면사무소와 중계업자가 있다고 해서 군대의 책임이 경감되는가? 안두희가 김구를 죽였을 때 안두희의 죄만 묻는가 아니면 김구의 정치적 부활을 경계한 이승만 정권의 책임을 함께 묻는가? 오히려 안두희 개인보다 당시 정치 권력이 더 문제 아닌가? 고문치사로 대학생이 죽어나갈 때 우리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죄만 묻는가 아니면 그것을 가능케한 정치 권력의 죄를 묻는가? 단연코 후자의 죄가 더욱 크지 않은가? 군부가 직접 나서지 않았고 조직적 배후로 활동했다는 것을 규명하는 것이 어떤 면제부로 활용이 될 수 있을까?
더구나 면사무소와 중계업자에 속한 조선인들. 특히 일제시대 면사무소 말단 조선인 공무원들은 친일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또한 성매매 중계업자에 대한 현재 대한민국의 현행 법은 어떻게 처리하는가?
소위 '말단'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 면사무소와 중계업자에 대해서도 일일이 규정하고 비판하며 단죄하려는 것이 현실인데 어떻게 그 조직적 배후, 막대한 권력과 행정력과 물력을 통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권력의 실체가 면죄 될 수 있단 말인가.
(2)에 관하여. 의미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정대협은 지나치게 위안부들을 순결화, 이상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대협 자신의 문제보다도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 때문이리라.10대의 어린 소녀들, 아무 것도 모름, 강간과 겁탈, 오직 고통.. 그런데 생각보다 다수의 위안부들이 20대 중반 이상이라는 것 자체가 통념을 깨는 측면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좀 더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이건 20대 중반이건 위안부 문제가 문제라는 점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박교수는 마치 20대 중반 이상이면 그래서 통념이 바뀌면 문제가 없어지거나 달라지는양 서술하고 있다. 상당히 반복적으로 20대 중반임을 강조하는데 의도가 있는 문장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3)에 관하여. 이 부분이 정말 가관이다. 이 책이 가진 가장 독특한 측면은 위안부의 일상생활을 묘사했다는 점이다. 내용만으로 본다면 상당히 가치가 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강간당하고 눈물흘리는 소녀'가 위안부가 아니다. 오히려 적응하고, 정착하고, 심지어 일본 군인을 사랑하기도 하는 등 위안부에게도 인간적인 일상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정대협 활동을 추진해왔던 여성학자들도 인정한 부분이다. 위안부를 신성시하거나 이미지화하지 말라, 그들도 사람이다. 맞다. 당연한 것 아닌가. 심지어 섹스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에게도 사랑이 있고, 기둥서방에게도 일말의 진실은 있지 않겠는가. 까다로운 중계업자에 비해 예의바르던 일본 군인들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고, 머나먼 땅에 떨어져 고향과 사람이 그리운 것은 일본 군인들 또한 마찬가지 아니었겠는가. 어떻게 매일의 고통을 매일매일 고통으로 느꼈겠으며, 매일매일의 모순을 매일매일 지옥같이 느꼈겠는가.
그러나 이는 그들의 일상생활이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노예 농장에서 노예주가 베푸는 선의에 잠시 감사를 느낀다고해서, 혹은 일부 노예가 주인에게 절대 복종하며 동료 노예들을 겁박한다고 해서, 혹은 일하는 중에 잠시간의 기쁨을 누린다고 해서 노예문제가 해결되었다 누가 말할 수 있는가? 노예문제의 본질이 조금이라도 바뀌었단 말인가? 전혀 아니지 않는가. 이 책이 위안부의 일상을 드러냈다는 점은 우리의 막연한 환상을 깰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문제이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일 뿐이다.
3. 저자 소개도 그렇고 본인 스스로가 주장하듯 박교수는 한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왜 정부간 보상이 아닌 기금을 설정할 수 밖에 없었고 정대협이나 국제사회의 주장이 일본정부나 일본사회가 받아들이기에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베가 주장하듯 새롭게 기금을 만들어서 성금에 기반을 둔 개인적 보상으로 끝을 맺을 것인가? 그렇다면 한일관계가, 동북아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아니면 결국 박교수의 주장이 일본의 주장을 수긍하는 것, 나아가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용인하는 것은 아닌가.
이 지점이 되면 다시 화살은 우리에게 돌아온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점은 어디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한국이 일본에 대해 외교사적 승리를 거두는 것이 결론인가? 아니면 스즈키 유코나 우에노 지즈코 등이 주장하듯 이 문제의 '젠더성'을 인식하고 인권이나 여성 같이 보다 보편적 견지, 즉 한일관계나 민족주의적 감성을 뛰어넘는 세계사적 보편주제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인가?
서구 제국주의 열강 중에 어떤 나라도 과거 식민지에 보상을 하거나 위안부 문제처럼 구체적인 이슈로 곤혹을 치른적은 없다 한다. 대부분의 식민지는 여전히 가난하고 과거 제국주의 본국에 의존해야 생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가 보다 국제적인 이슈로 확대 발전된다면? 혹자의 주장처럼 이 문제가 더욱 커지면 국제사회 자체가 변동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바야흐로 과거 식민지 국가들의 대거 소송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인데 차라리 그것이 역사의 진보이지는 않을까? 그것을 위해서라도 위안부 문제는 더 깊게, 더 높이 도약해야 하지 않을까? 이 지점에 우리의 고민이 존재하는 것이다. 누구를 함부로 몰아서 비판하기 보다도 우리의 막연한 감상적 현실이 가진 실체적인 미래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고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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