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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성맥주캔 [1354603] · MS 2024 · 쪽지

2026-01-25 23: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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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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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설득 자들이 앉아 있고, 포로는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지방대 공대 네 사람과, 인서울이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친구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야, 앉아."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넌 어느 과목으로 수능 볼거냐?"

"생윤사문."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친구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야, 생윤사문도, 마찬가지 문돌이 과목이야. 담요단과 인문대 원서가 우글대는 낯선 과목에 가서 어쩌자는거야?"

"생윤사문."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야. 자랑스러운 이과를  왜 포기하는 거지?"

"생윤사문."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친구가 나앉는다.

"친구, 지금 많은 대학에서는, 과탐 선택자들을 위한 가산점을 냈어. 너는 누구보다도 먼저 높은 등수를 가지게 될 것이며, 집안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야. 전체 동창은 너가 입학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고향의 초목도 너의 과탐 선택을 반길 것이야."

"생윤사문."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친구가, 다시 입을 연다.

"너의 심정도 잘 알겠어. 오랜 삼수 생활에서, 입시 커뮤니티의 간사한 바이럴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어. 그런 염려는 하지 마. 이과생들은 너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너가 1등급과 2등급에게 바친 백분위를 더 높이 평가해. 일체의 컷 상승은 없을 것을 약속해. 너는……"

"생윤사문."

화1생1 친구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친구는, 멸시에 찬 눈초리로 명준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친구(육군 군수, 확통생윤지학)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친구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모임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지난 평가원 모의고사 등급은?"

"……"

"음, 98 100이군."

현역성대(율전캠) 친구는, 앞에 놓인 안주를 뒤적이면서,

"사문생윤이라지만 막연한 얘기야. 하던 과목보다 나은 과목이 어디 있겠어. 사탐으로 수능보고 교차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대학 공부에서 씹창이 나 봐야 과탐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 너가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알아. 과탐이 고였다는 걸 누가 부인하나? 그러나 과탐엔 자존심이 있어. 수험생은 무엇보다도 자존심이 소중한 거야. 너는 현역 국어 5등급과 재수를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거야. 수험생은……"

"생윤사문."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니야. 다만 내 학교 내 반의 한 동창이, 한 번도 안 해본 사탐에 가겠다고 나서서, 동족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나. 우리는 이곳에 생1 102,836명과 지1 106,729명 선택자의 부탁을 받고 온 것이야.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과탐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생윤사문."

"너는 생2지2까지 공부한 지식인이야. 과탐은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너는 위기에 처한 과탐을 버리고 떠나 버리려는거냐?"

"생윤사문."

"N수의 N이 커질수록 불만이 많은 법이아.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어? 종기가 났다고 말야. 1등급 한 사람을 잃는 건, 깔개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과목의 손실이야. 넌 아직 젊어. 우리 수능에서는 할 일이 태산 같아. 나는 너보다 대학을 약간 더 다녔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어. 과탐의 품으로 돌아와서, 교차 문돌이 학점을 박살내는 학부생이 되어줘. 낯선 과목에 가서 고통받느니, 그쪽이 너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아. 나는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선택과목이 마음에 들었어. 뭐 어떻게 생각지 말아줘. 나는 죽마고우처럼 여겨졌다는 말이야.  만일 과탐에 오는 경우에, 개인적인 시대컨을 제공할 용의가 있어. 어때?“

명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술집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생윤사문."

설득 자는, 손에 들었던 소주잔으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서울대를 돌아볼 것이다. 서울대는,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테이블 위에 놓인 키오스크에 소주를 주문하고 술집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rare-서울시립대 이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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