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오늘의 상식: 사라예보 사건의 전말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7216345
사라예보 총격 사건이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은 역사 교과서에도 나오는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사라예보 사건은 우연에 우연에 다른 우연이 겹치면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라예보 사건은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에 방문했을 때 나란히 암살당한 사건이다
암살의 표면적인 이유는 세르비아의 영토여야 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강탈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압제자를 처단한다는 것
우선 이 방문 일자부터가 정말 예술이었는데
6월 28일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원래 점유하던 나라인 세르비아의 역사적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1389년 1차 코소보 전투에서 세르비아 왕국이 오스만 제국에게 패배하여 멸망한 날이자
1913년 제2차 발칸 전쟁 때는 역으로 오스만 제국에 승리를 거두면서 세르비아 민족주의의 상징이 된 날이다
어찌 보면 전승기념일 1주년 비슷한 날이기도 한 셈
하필 이 6월 28일은 결혼에 우여곡절이 많았고 또 서로 많이 사랑했던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그 결과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의 동반 행차, 그리고 민족주의적 기념일을 노린 '청년 보스니아' 단체의 암살 기도는 예정대로 수순을 밟았고
1914년 6월 28일 아침이 밝는다
사라예보는 자신들 본국의 황태자인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를 영접하기 위해 분주했다
곳곳에 행사 분위기가 만연했고 보스니아 총독이 직접 나와 대공 부부를 호종하기로 되어 있었다
9시 20분 특별열차를 타고 사라예보 역에 정차한 대공 부부는 보스니아 총독과 함께 뚜껑 없이 사방이 트인 의전용 차량에 올라탔고
길가에 늘어선 '환영 인파' 한가운데를 지나며 자동차는 목적지인 오스트리아군 군사 훈련지로 향한다
원래라면 앞서 있던 두 단원이 먼저 대공 부부를 쏘아야만 했으나 두 사람 모두 타이밍을 놓쳐 실패, 일단은 대공 부부를 보내주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끝난 게 아니었으니 당일 10시 10분 경 네델코 차브리노비치가 대공 부부의 차량에 수류탄을 던지는 데 성공했고
...놀랍게도 에임이 안 맞아 차량에 튕겨 나가 버린다!
그 결과 차에 탑승한 대공 부부와 보스니아 총독은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한 채로 애꿎은 수행원 2명과 군중 10명만 상처를 입는다
독약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암살범은 삼킨 독약이 불량이라 얄짤없이 체포됐고, 현장은 난리가 났다
황태자가 암살당할 뻔했다는 급전을 보내기 위해 기자들은 분주해지고 군중은 경악에 빠지고 경찰들은 패닉에 빠지고
개판도 이런 개판이 따로 없다
당연히 암살이 한번 실패하고 난리가 났으니 암살단원들도 현장에서 급히 철수했고
가브릴로 프린치프 또한 단원들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며 자신이 자주 가던 모리츠 실러(Moritz Schiller) 카페에 간다
문제는 암살 미수 이후 대공 부부의 행적이다
사라예보는 황태자를 수류탄으로 환영하냐며 사라예보 시장을 불러 신나게 조인트를 깐 페르디난트 대공은
보스니아 총독의 만류를 무릅쓰고 자신의 암살 미수로 다친 수행원들을 위문차 방문하기로 결심한다
방문을 말릴 수 없다면 차라리 안전한 길로 가기라도 하자고 생각한 총독은 대공에게 '안전한 지름길이 있으니 거기로 가면 괜찮을 거다'라고 말했고
그렇게 그들은 수행원들이 입원한 병원으로 향한다
그런데 여기서 충격 반전
운전수는 보스니아 총독에게 원래 가야 할 길 말고 지름길로 가라는 말을 미처 듣지 못했고 원래 예정되어 있던 바로 그 길로 가 버린다
지름길과 원래 예정된 길이 분기되는 바로 그 지점에 위치한 모리츠 실러 카페에서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저 멀리서 황태자 부부가 탄 차량이 이쪽으로 오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 분명히 황태자였다
인파도 줄었겠다 차량 속도도 그렇게 빠르지 않겠다
설상가상으로 보스니아 총독이 운전수에게 "이봐, 길을 잘못 들었어!"라고 말해 차는 후진을 위해 정차한 상태였다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소매에서 역사를 바꿀 권총 한 자루를 꺼냈고
페르디난트 대공과 보스니아 총독에게 각각 한 발씩 총탄을 격발한다
첫 발은 페르디난트 대공의 경동맥을 관통, 두 번째 발은 대공을 감싸려던 조피 대공비의 복부를 관통
페르디난트 대공이 암살 기도를 막기 위해 성능좋은 방탄복(이미 스페인 국왕의 목숨을 살린 적 있는)을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탄복이 막아주는 복부가 아니라 목에 치명상을 입으면서 아무 의미가 없게 됐다
또 한편으로 방탄복을 안 입은 조피 대공비는 복부에 치명상을 입고 말았으니
이것이 역사의 우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조피 대공비는 심각한 내출혈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전 차에서 즉사했으며
페르디난트 대공 또한 "조피! 조피! 죽지 마시오! 아이들을 위해 살아 주시오!"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기고
몇 분 뒤 영면에 든다
이후 역사의 전개는 잘 알려진 바와 같다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사라예보 총격 사건이 사실 세르비아 군부를 장악한 극단적 민족주의 단체 '검은 손'의 후원을 받았음이 명백해졌고
문답무용,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정부는 세르비아 왕국 정부에 최후통첩을 타전한다
세르비아 왕국 정부가 최후통첩을 거부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시작되었고
세르비아를 돕기 위해 러시아 제국이 총동원령을 선포, 그 모습에 독일 제국도 마찬가지로 총동원령을 선포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도 전쟁이 선포된다
독일 제국은 곧이어 러시아 제국의 동맹이었던 프랑스 공화국에 최후통첩을 타전했고
프랑스 공화국 또한 독일 제국과의 전쟁을 결의하면서 독일-프랑스 사이에도 전쟁이 성립
독일이 프랑스를 단기에 제압하고자 벨기에를 침공했고 이에 반발한 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
이 모든 게 암살 직후인 6월 28일부터 8월 4일까지 일어난 모든 일이다
결과는 알다시피 4~5년 간의 지지부진한 전쟁 끝에 수백만 명의 죽음과 협상국의 상처뿐인 승리
세르비아 민족주의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의 총탄 두 발이 만들어낸 나비효과다
뭐 사실 화약고 근처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데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다만은
가브릴로 프린치프의 역사적 평가는 발칸 반도의 정세에 따라 계속해서 뒤바뀐다
유고슬라비아 시절에는 그를 '오스트리아 압제에 반대한 영웅'으로 포장하다가도
유고슬라비아 붕괴 이후에는 그를 '세르비아 민족주의 따위를 신봉하는 미치광이'로 격하하기도 했다
그저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그의 소원대로 보스니아가 세르비아의 영토가 되는 일은 없었다는 것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07년생#08년생#독학생 오르비의 주인이 될 기회 37 39
-
누가 요즘에 밥약함 0 0
대세는 코약이다 코노
-
지리만큼 명확한 사탐이 없음 4 0
예를 들어 '하안 단구에서는 둥근 자갈이 발견된다'는 개념이 있다면 타 사탐마냥...
-
추모 전화가 와버림 4 0
진짜 하향의 하향까지 넣으니깐 왔는데 긱사가 없다는데요 왕복 7시간어케통학해요..;;
-
ㅇㅇ
-
Ai어케해야 잘쓰냐.. 1 0
이것도 배워야하나
-
휘문고 중동고 애들이 지방대 학생들보다 공부잘할까요 3 0
그래도 고딩이랑 대딩인데 당연히 지방대 학생이 더 공부잘하겠죠?
-
성적된다그러면설대감한의감? 0 0
공부하다가 ㅈㄴ 행복회로돌리면서 망상온 했는데 님들은 성적되면 경한갈거임? 설대 갈거임?
-
김과외 잡기 왤케 빡셈 15 1
-
내신3.8 정시파이터 1 1
해도될까요? 자사고재학중이라 저정도내신받으면 서성한정도는 적정~하향급인데 너무 복을...
-
개짜증나
-
불금은 뷔페 2 0
단백질 조합
-
ㅈㄴ 거슬리네
-
해양대 0 0
추가모집으로 가신분 계신가요
-
최면을 검 읽고는 있는데 머리엔 하나도 안남고 읽기만 하는 최면을 그걸 빨리 깨닫고...
-
과외나 할까 2 3
일하고 있긴한데 용돈벌이나 좀 할겸 심심하기도 하고 근데 서울서는 어떻게 잡음 과외
-
솔직히 난 메디컬 가면 학교생활 ㅈㄴ 잘할 거 같은데 9 0
오르비 보면 메디컬 벳지단 사람들 다 애니프사 달고 우흥우흥 거리는데 나랑 ㅈㄴ 잘...
-
가천대학교 예비 23번 1 1
이거 추가모집 합격 될 수 있음?
-
왜 자꾸 내 글 이륙시켜 ㅠㅠ 6 2
나 찐따인거 동네방네 소문 다 나겠네
-
삼수생 선택과목 도와주세요 2 3
아래 사진들은 순서대로 25수능 2606 2609 26수능 입니다. 현역때 모고...
-
영어 망해도 갈수있는 대학 6 1
어디에요? 급해요 방금 ㅈ됨을 깨달음 ㅈㅂ
-
수학 무료 과외(?) 질답(?)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0 0
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간단하게 1대1 질답식 과외 + 필요시 가끔씩 줌 등으로...
-
사탐런이 ㅈㄴ 웃긴점 0 1
예전에 가형과탐, 나형사탐 시절에 가형과탐을 봐도 문과에 지원 가능한 경우가 많았음...
-
가천대 추가모집 예비 23위 0 0
이거 붙을 수 있움? 아무나 댓글좀
-
25년도요 ㅈㅂㄷㅈㅂㅈㅂ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
-
나원래 무서워서 주식 못샀는데 6 2
유튜브보다 '버블이 무서우면 돈은 언제 버나' 이 말 보고 바로 매수함
-
다들 맛저하세요 0 0
-
지금 외인 매도 호재인게 3 3
이러다 언젠가 다시 매수함
-
과기 vs 숭실 1 1
추가모집 붙어서 가려는데 과는 똑같고 공대계열인데 어디가는게 좋음요? 집은 과기랑...
-
25서바 3회 풀었는데요.. 0 0
등급컷이 없어서그런데 아시는분 댓좀요.. 80점입니다
-
지역인재 정시의대 0 0
일반전형이랑 차이나는게 체감되나요 국어 한두문제 차이급인가
-
올해 재밌는 문제 많은듯 27학년도 수능특강 고전역학 3점 문제 중에서 어렵거나...
-
강기분 듣고 이원준 브크 0 0
서론) 강기분 독서편을 다 들었습니다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독해법에서 교정된...
-
오노추 2 0
GoatUniverse 1/4(2)원곡 : Back number - Mabataki(瞬き)
-
영어 문제집 추천좀요 0 0
김기철쌤 문해완 들으면서 체화할만한 컴팩트한 영어 문제집 추천좀요 난이도도 적당한
-
식음전폐 1일차 1 0
우울해서 몸에 아무런 힘이 없다
-
나깨달아버렷어... 6 1
머리가망햇으면.. 모자를쓰면되잖아?? 눈을떳구나..
-
옯스타 맞팔할사람 10 0
-
시대 재종 불합 2 0
이런 문자 받으신 분 있나요?? 목시는 점수되는데 대치는 불합인 분들요. 이런경우...
-
스블 + 뉴런or한완수 0 0
스블에서 안알려주는 잡다한게 좀 얻어가고 싶은데 굳이 필요 없나요?
-
경희대학교 한의예과에 붙여주십시오. 31 0
네 다른 건 딱히 바라지 않습니다
-
확실히 승부사기질이
-
지금 보면 웃긴거... 0 0
쇼앤프루브 해버렸잖아
-
ㅈ반고 서울대 질문 7 0
내신 1학년 1.8 2학년 3학년 던져서 총합 5~6 뜰듯 과목은 투과목들 고르고...
-
새터끝 11 1
술게임이 힘들었습니다....미치는줄.....
-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그 친구가 저한테 의대에도 한의대처럼 다른 일 하다가...
-
님들도 이미지 트레이닝 하셈ㅋ 0 1
-
솔직히 쓰레기문제 둘 2 0
이거 왜 내는 거임? 교과외로 한줄컷 나는 걸 내는 게 정상인가
-
마시고싶어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