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문해력을 기르는 방법 part1 : 수능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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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영어는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나 : 붉은 여왕 가설
실전 수능점수가 평소 연습할 때보다 저조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당사자로서는 정말 당황스러울 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실력 부족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렵습니다. 만약 실력 부족이라면 평소에도 점수가 꾸준히 저조할 테니 말입니다.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붉은 여왕 가설로 설명하겠습니다.

“붉은 여왕이라는 말은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주인공 앨리스에게 말하는 내용에서 비롯되었다. 소설 속에서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붉은 여왕이 다스리는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어떤 물체가 움직일 때 주변 세계도 그에 따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끊임 없이 달려야 겨우 한발 내디딤으로써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키백과, 「붉은 여왕 가설」
쉽게 말해 이런 겁니다. 원래는 앨리스가 10걸음 걸으면, 세상은 그만큼 뒤로 갑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상한 나라이기에 앨리스가 10걸음 걸은 만큼, 세상이 10걸음 같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앨리스가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입니다. 따라서 앨리스가 그 나라에서 1걸음 나아가려면 11걸음을 걸어야 한다는 겁니다. 조금의 진전이라도 만들어내려면 열심히 노력해야한다는거죠.
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신유형 혹은 킬러문항이 나오더라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 유형에 대한 최적화된 해결책이 학생들 사이에서 퍼집니다. 당연히 선배들이 실전 시험장에서 고전한 문제도 후배들에게 있어서 그저 그런 유형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따라서 해가 갈수록 학생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됩니다.
당연히 출제자는 학생들의 높아진 수준에 맞게 또 다른 신유형을 출제합니다. 이렇게 나온 또 다른 신유형은 앞선 신유형들처럼 조만간 공략될 겁니다. 이게 매년 무한히 반복되면서 붉은 여왕 가설과 같은 모습이 펼쳐집니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만큼, 출제자도 더 새로운 문항을 출제하는 거죠.
이런 이유로 일부 학생들의 실전 수능점수가 저조한 겁니다. 우리가 평소 푸는 문제들은 이미 풀이법이 널리 알려진 문제입니다. 하지만 실전 수능 시험장에서 만나볼 문제들은 새로운 문제가 다소 섞여 있습니다. 제아무리 1타 강사라도 수능 시험지를 훔치지 않는 이상 그것과 똑같은 문제를 만들어 내기는 매우 어려울 겁니다. 따라서 실전에서는 낯선 문제도 오롯이 여러분 스스로 생각해서 풀어낼 수 있어야만 합니다. 즉, 평소에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며 문제를 풀어보는 연습이 필요한 거죠.
실제로 학습법 서적은 복습할 때 틀린 문항보다 맞춘 문항부터 분석하라고 조언합니다. 출제자가 그 문제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고해서 풀었는지 검토하고 넘어가라는거죠. 본인이 뭘 읽는지도 모른 채, 그저 스킬을 적용해서 기계적으로 풀어서 맞춘 거라면 다시 똑바로 풀어야 합니다. 시험이니까 빨리 푸는 스킬도 익혀야 한다는 건 이런 기초가 쌓이고 난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학생들이 본인의 사고 과정을 단련하고 검토하지 않습니다. 정답이라는 결과만 확인하고 넘어갑니다. 풀이 스킬로 적당히 비비면서 풀면 점수가 단기간에 잘 나오니까 학생이나 학부모나 나름 뽕이 차오르고 뭔가 한 것 같은 기분에 취할 겁니다. 그러나 이런 학생은 실전 수능에서 제대로 사고하는 능력을 검증하는 순간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밑천을 드러냅니다. 그렇다면 수능 영어 관점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걸까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 절대평가 학습안내」, 2017, p.2
사진을 보시면 수능 절대평가 영어는 이해력, 사고력 그리고 영어 표현을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능력을 평가한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고력과 이해력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므로 영어 표현에 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해력과 사고력을 딱딱한 사전적 정의 대신, 보다 재밌는 셜록홈즈의 사례를 통해 알아봅시다.
홈즈 : 내게 관찰은 제2의 천성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자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아맞혔더니 자네가 놀라지 않았나.
왓슨 : 분명 누가 말해줬겠지.
홈즈 : 당치도 않네. 나는 자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왔다는 걸 알고 있었어. 오랫동안 습관이 들어서 사고가 빨라진 나머지 중간 단계를 의식하지 않고도 결론에 도달해 버리는 거지. 그때는 이렇게 추리를 했다네. '이 신사는 의사 같은데 군인다운 면도 있어. 그럼 틀림없이 군의관이겠군.
얼굴은 검은데 손목은 하얀 걸 보니 원래 피부가 검은 사람은 아니야. 열대 지방에서 이제 막 돌아왔고, 고생을 심하게 해서 병까지 걸렸어. 얼굴이 여윈 걸 보면 확실하지.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걸 보아 왼쪽 팔을 다쳤고. 우리나라 군의관이 팔에 부상을 입을 정도로 격렬한 전투를 치른 열대지방은 어딜까? 분명히 아프가니스탄이다.' 이렇게 추리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어. 그래서 자네더러 '아프가니스탄에 갔다 오셨나 봅니다.'라고 했던거지. 자네는 놀라는 듯했지만.
아서 코난 도일, 「진홍색 연구」, 『셜록 홈즈 전집 1』, 문예춘추사
셜록홈즈는 왓슨을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모습을 대충 보지 않고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관찰 결과를 모아서 본인의 배경지식과 결합했습니다. 그 결합을 통해 왓슨이 말한 적 없는 사실(아프간 출신의 군의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끌어냈습니다. 따라서 홈즈처럼 지문을 자세히 관찰하고 관찰한 내용을 조합해서 사고하면, 실전에서 낯선 문제를 만나더라도 정확하게 핵심을 간파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가 여러분이 학습하면서 길러야 할 이해력과 사고력입니다.
이런 경우는 추리소설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있습니다. 흔들림 없이 성적이 좋은 친구들에게 비법을 물어보면 그냥 읽고 그냥 푼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진짜 그냥 읽고 그냥 푸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는 복잡한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홈즈처럼 그 과정이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습관처럼 일어나서 의식하지 못할 뿐입니다. 마치 1+1이 습관적으로 바로 2 라고 답변하는 것처럼요.
다만 학생과 달리 교사나 강사는 정답을 골라내는 걸 넘어서서, 남에게 자신의 생각과정까지 잘 정리해서 전달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좋은 교/강사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생각과정을 눈에 보이는 필기로 풀어서 차근차근 설명해줄겁니다. 그리고 그 올바른 생각과정을 학생의 과정과 비교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교정해줄겁니다. 그리고 연습을 통해 생각과정을 습관으로 만들고 가속화시켜서 홈즈처럼 키워낼겁니다.
반면, 메타인지가 안 된 강사들은 이런 생각과정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습니다. 머리속에서 복잡하면서도 짧게 일어난 생각과정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시작과 끝만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특정 단어나 일부 문장만 잘 읽으면, 바로 답을 고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학생들은 그렇게 풀 수 없습니다. 강사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을 뿐, 엄연히 강사도 어떤 생각은 거쳐서 그 부분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린겁니다. 그래서 본인의 풀이에 대해 궁금증이 없습니다. 반면, 학생들은 강사 머리속의 생각을 본 적이 없기에 생각의 중간이 뻥 뚫린 상태입니다. 당연히 강사의 설명이 잘 납득가지 않을겁니다.
이런 이유로 유명 영어강사들의 커리큘럼을 보면 공통적으로 문장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방법, 글 전체를 생각하면서 읽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강의는 있어도, 발췌독 같은 스킬을 주로 다루는 강의는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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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나 틈새를 공략하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잡스러운 스킬이나 찍기 특강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답을 고를 수 있다고 홍보하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입니다. 그들의 방법대로 문제를 풀면 그래도 가끔 잘 들어맞기도 합니다. 어려운 문제인데 빠르게 꼼수로 푸니 수능 문제가 우습게 보이기도 할 겁니다. 간단히 말해 “우매함의 봉우리”에 올라탄 겁니다. 본인이 평가원의 사고를 앞질렀다고 생각하는 거죠.

발전이 없는 고집쟁이는 자기가 아는 게 전부라고 착각하며 자부심만으로 똘똘 뭉쳐 있습니다. 반면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은 자부심뿐만 아니라 본인이 틀릴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움도 같이 가집니다. 그래서 눈앞의 문제를 겉핥기식으로 재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심스럽게 처음부터 끝까지 검토하고 결론을 내립니다. 왜냐하면 경험이 많을수록 반례를 많이 접하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수능 영어는 찍는 기술로 정답 확률을 높이는 시험이 아닙니다. 더욱이 풀이 스킬을 주로 평가하는 자리도 아닙니다. 앞선 평가원 자료에 나와 있듯이 이해력과 사고력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다만 이 두 개념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교육하고 배우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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