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90년대 천재들이 의대 버리고 공대 갔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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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천재들이 의대 버리고 공대 갔던 건, '낭만'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 때문입니다.
요즘 수험생들이 90년대 중반 '서울대 물리학과가 왠만한 의대보다 훨씬 높았다'는 전설 같은 입결표를 보면 뇌정지가 온다고들 하죠. "아니, 우리 아빠 세대는 단체로 낭만에 취했었나? 돈을 싫어했나?" 싶을 겁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박고 시작하자면 절대 아닙니다. 그 시절 아재들도 지금 여러분만큼이나 돈을 좋아했고 성공에 목말랐습니다. 단지 그 당시의 '경제 함수'에 내 인생을 대입해봤을 때, 의대보다 공대가 가성비와 기대 수익률, 일명 상방이 훨씬 크게 열려있는 구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왜 그땐 공대가 보편적인 선택이였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건 '경제 성장률'이라는 배경입니다. 지금 의대 광풍의 본질은 '생존'입니다. 망하지 않는 게 목표죠. 하지만 90년대 대한민국은 GDP 성장률이 연평균 10%를 찍던 폭주 기관차였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나라 전체의 파이가 매년 미친 듯이 커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굳이 좁은 진료실에서 남의 파이를 뺏는 제로섬 게임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당시 대기업에 입사해서 소위 '산업 역군'으로 불리며 부장, 임원까지 승진하면 집 평수가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기사가 딸린 차가 나왔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반도체를 만들고 자동차를 수출하는 게 돈도 되고 사회적 지위도 더 높았던 시절, 굳이 고생스럽게 의사가 될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그때는 'High Risk'가 아니라, 'High Return'이 확정된 사회였으니까요.
두 번째로 결정적인 건 IMF 이전의 '평생 직장'이라는 사기급 버프입니다. 지금 공대를 기피하는 1순위 원인이 "45세 정년, 기승전 치킨집"이라는 공포잖아요?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엔 '한 번 삼성맨은 영원한 삼성맨'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했습니다. 회사가 내 정년과 노후를 책임져준다는 믿음이 있었죠. 여기서 가성비 계산기가 돌아갑니다. 의사가 되려면 예과, 본과, 인턴, 레지던트, 군의관까지 최소 11년에서 13년을 존버해야 합니다. 반면 공대는 4년 졸업 후 바로 취업해서 돈 벌고 결혼하고 차를 삽니다. 의사 면허가 주는 최고의 메리트인 '정년 보장'이 당시엔 일반 회사원에게도 기본 옵션이었으니, 회전율 빠르고 사회 진출이 빠른 공대가 압도적인 정배였던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는 건 금리와 자산 격차의 진실입니다. 사실 이게 제일 큽니다. 지금 의대에 목매는 건 '근로 소득의 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인데, 90년대 시중 금리는 무려 10~15%대였습니다. 대기업 부장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은행에만 넣어도 자산이 복리로 불어났고, 서울 아파트 정도는 회사 다니면서 성실히 모으면 충분히 샀습니다. 물론 그때도 의사가 돈을 더 잘 벌었지만, 그 격차가 지금처럼 '아예 다른 신분'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일반 직장인도 노력하면 중산층 상단으로 진입 가능한 사다리가 튼튼했단 얘기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대기업 초봉 받아 숨만 쉬고 모아도 서울 집은 꿈도 못 꿉니다. '내 노동으로 자산 획득이 가능한 유일한 직업'이 메디컬만 남았으니 다들 눈 뒤집고 달려드는 겁니다.
결국 지금의 메디컬 쏠림 현상은, 대한민국이 "더 이상 파이는 커지지 않는다"는 걸 전국민이 인정했기 때문에 벌어진, 저성장 사회의 비명과도 같습니다. 성장판이 닫힌 사회에서는 대박을 노리는 것보다 하방이 막힌 직업을 택하는 게 수학적으로 우월한 전략이거든요. 그러니 90년대 입결표를 보며 "옛날 사람들은 낭만 있었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그 시절 선배들은 공대로 가는 게 가장 빨리 부자가 되는 길이라서 갔던 거고, 지금 여러분은 의대 말고는 답이 안 나오는 경제 구조에 살고 있을 뿐입니다. 입결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시대의 불안감과 돈의 흐름을 가장 투명하게 보여주는 지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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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은 진짜 찐고트
너무 맞는말
그 때 의사들은 걍 빌딩세움. 걍 몰랐던거임
이것도 맞는말같아요. 의사 한의사 개업한지 오래된 분들은 정말 돈을 쓸어담았죠. 산업 상의 선배나 경쟁도 지금보다 훨씬 없었던 시대라서..
수입 전성기는 40대부턴데 20년 미리 예측해서 대학 가기가 어렵죠
80-90년대나 지금이나 "잘먹고 잘살고 짜치지 않기 때문에 선택" 한거임
저 당시에는 고성장시기로 이름있는 대학 나오면 취직이 100% 보장에 회사도 골라가는 시절임
(100만명 수험생에 30만명만 대학 가던 시절)
당연히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 농대를 나와도 무조건 취직되고 잘살던 시기
서울대 나오면 남들에게 자랑하고 (학교나 동네에 축하 플래카드 붙음)
지금은 그게 서울대 => 의대로 바뀐거 뿐이고 (직업적 안정+누가봐도 부러움) 그걸 탓해서는 절대로 안됨
그리고 칼럼 잘 씀!!! Thumb Up!
맞습니다. 추가적으로 80~90년대 한국의 급성장기에 비해 현재의 평균수명이 길어져 오랫동안 일 할 수 있는 직업에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비단 의대뿐만 아니라 전문직 시험 응시인원도 고공행진 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