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대한 단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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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족 모임이 있었습니다.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뒤로 더 이상 제사를 지내지는 않지만, 다들 멀리 떨어져 있는 친척들끼리 매년 산소 가는 걸 구실로 만나서 서로 얼굴이나 보고 식사나 하자고 해서 만들어진 그런 자리지요. 저는 늘 공부한다는 핑계로 몇 년이나 모임에 가지 않았습니다만, 이번에 오랜만에 간 자리에는 낯선 얼굴들이 보였습니다. 사촌형들은 이제 다들 결혼을 했고 아이들도 제법 큰 지 오래더라고요.
태블릿으로 열심히 아동용 동영상이나 그림책을 보는 아가들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없던 시절을 살아보고 기억하는 거의 마지막 세대가 되겠구나.’ 제가 중학교 2~3학년일 때쯤을 기점으로 해서 스마트폰이 아주 서서히 보급되기 시작했고, 페이스북이 처음으로 유행한 게 고등학교 1학년 때쯤이니까 아마 대충 그렇겠지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소셜 미디어가 아직 발전하기 전... 그 때와 지금의 차이는 뭘까요? 물론 많은 것이 변했으나, 어렸을 때 기억을 더듬더듬 떠올려보면 그 때는 내 눈 앞에 있는 것만이 현실이었습니다. 그 때도 당연히 핸드폰도 있고 인터넷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현실의 보조 수단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했죠.
그런데 지금은 슬슬 현실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게 되어 버렸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접하는 각종 텍스트와 영상들, 소셜 미디어의 수많은 지인들이 올린 이야기... 이것들은 스마트폰이 있기 이전 시절에는 사실 내 현실과는 아무 상관이 없던 것들이었습니다. 내가 있는 공간, 내 오감이 미치는 곳이 내 인생의 전부였으니까요. 그랬던 반면 이제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내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조차도 헷갈립니다.
흔히 소셜 미디어의 병폐로 사치, 관심병 등을 꼽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저 사소한 문제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가장 큰 문제는, 내 인생을 나와 아무 관계 없는 모바일 네트워크의 생태계 속 무엇인가에 송두리째 빼앗겨버리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의 인생은 내 안과 내 주변에 있어야 하는데, 정작 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에서 접하는 화려한 것들과 대비되어 매우 하찮게 보입니다. ‘저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의 더 멋진 인생이, 사실은 내 것이었어야 하는데...’ 하면서요.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들의 삶을 살고 싶어하고, 또 동경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데에 휩쓸리지 않고 나 자신의 본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시대를 거슬러 행동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말들이 참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는데... 요즘 들어 왜 옛 지식인들이 이런 소리를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 그 사람들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다짐을 말이나 글로써 남겼을 뿐...
상담하러 찾아오는 학생들이 가장 자주 털어놓던 고민은, “남들은 이런 걸 하던데 불안하다. 나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이런 걸 해야 하는 게 아닐까.”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바이럴 마케팅이 난무하며 그 중심에는 매년 여론주도층이 있고, 그들이 의도적으로 끊임없이 불안감을 조성하는 가운데 ‘누구는 1등급(만점)을 받기 위해 이런 콘텐츠를 이용했다더라’ 하는 작은 파도 한 점에도 이리저리 쓸려다닐 수밖에 없는 게 수험생들이지요.
하지만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말 그대로 공부라는 그 대상과 나와의 관계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은 결국 그 대상과 나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만이 본질이니까.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를 그 사람이 앞서서 걸어간 (그리고 성공한) 길을 물론 참고할 수도 있겠지만, 그 길을 좇아야만 성공하느냐 하면 그건 당연히 아니겠지요.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것이고, 또 이럴 때일수록 ‘어떻게’라는 본질에 보다 집중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이런 생태계가 확립된 상황에서, 윗세대가 아랫세대에게 “남이 하는 걸 따라하려고만 하는 것이 문제다,” “주관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 하는 주문을 하는 것은, (만약 그게 비록 맞는 말이라고 할지라도) 다소 오만한 말로 보입니다. 아마 어느 세대 사람이든, 지금 다시 고3으로 돌아가 지금 시대를 살며 공부한다면 거의 비슷할 겁니다. 개인의 자유의지라는 게 기실은 그리 보잘것없는 것인데, 사회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해야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연히 개인의 생각과 행동은 대부분 그가 속한 사회의 맥락 내에서 결정되기 마련이니...
실은 이런 글을 적는 것조차 매우 주제넘는 것처럼 보여 조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런 흐름은 더 이상 개개인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 각자 알아서 정신 차리고 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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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이랑 나랑 생각보다 나이차이 많이 안 나네
아직 고등학생은 그렇게까지 디지털화가 많이 필요한 공부를 할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 요즘 이런말하면 개쳐맞지만 실력정석 한권 제대로 떼면 수학의 기초 쌓는건 충분하다 봄
저도 실은 실력정석보고 기출 1순환 빡세게 공부하니 수학 1등급나왔는데(가형이든 미적이든) 저기 길 가는 개똥이도 나처럼 하면 똑같이 될거다라는 말은 잘 안나오기는 하네요. 그러고 보면 결국 요즘 가르치는 일에 대해 하는 고민은 다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것 같네요. 나와 다른 사람을 볼 때 느껴지는 괴리감, 그리고 나의 방식이 그에게는 동일하게 적용되지도 않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
시대를 거스르기로 했습니다
ㄹㅇ?
나는 샘이 한 생각이랑 비슷하게, 남이 무엇을 하고 살든 비교하지 않고 굴하지 않고
오직 내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만을 찾으려고 하고 그걸 통해 나름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데
샘은 그걸 공부를 가르침에까지 확장한 게 멋있게 느껴져
삶에서 세상을 잘 바라보는 사람은 이것저것에 휘둘리지 않고 일관된 시각 속에서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다만 편협함이 아닌 굳셈이어야 함)
수업에서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그 하나의 문제를 잘 가르치는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문제에 대한 설명을 일관성 있게 풀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거든 따지고보면 다 같은 말인거지
그런데
샘은 삶도 공부도 분리하지 않고 일관되게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이 글을 보고 들었어
왜 내 댓글엔 장문의 답글 안 달아줘?
전에도 한번 글을 적었지만, x살이라는 선택지랑 다른 선택지를 비교하다 보니 어떤 길을 택한다 해도 그것도 그냥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만의 길을 살고 있는데...
나의 인생이 아니라 남의 인생이 달린 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조심하게 되네요. 그 책임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요즘은 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지금 하는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가도...
헐이얘기는처음봤어요 ㅠ.ㅠ
만약에 시간이 나신다면 개인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에서 한번쯤 건네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수에게 하는 말보다 선생님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잇으니까요
아무렴 샘이 저보다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요
무거운 얘기는 아니고 xxx의 수비벽이 견고하다로 검색하면 나와요 ㅋㅋ
헐내가댓글도달앗엇네.다시읽어보께
잘읽엇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