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의가고십노 [1363204] · MS 2024 · 쪽지

2025-12-27 03: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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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썰 (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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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여야 했고 학교는 갓반고였기에

주변 누구는 의대를 간다더라 치대를 간다더라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눈은 높아졌다

막상 모의고사 성적은 낮았지만 각 과목 커하들만 모아 보고

아 연고공은 껌이지 이딴 망발을 하면서 허수 현역 1년을 버렸다

받은 성적은 탐구하나는 5등급

잘 쳐줘도 아주대 공대 정도의 성적

정말 좋은 학교지만 당시에 주변 친구들은 메쟈의를 가니 설치를 가니

이런 소리를 듣다보니 그냥 그 길로 기숙재수로 들어갔다

내가 쟤는 이겨야지

이게 재수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리고 국어 성적은 그나마 높았었는데

커뮤에 있는 '국잘은 재수하면 무조건 성공아님?' 을 보면서

당연히 잘 되겠지 정도의 생각을 하면서 입소하게 된다

재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음가짐은 치기어린 현역이었고

ㅈ목질과 딴짓을하면서 독학기숙에서 시간만 보내다 6모를 맞이한다

6모 성적은 원점수로 93 88 93 37 47

백분위로 91 98 63 92

특별반에서 떨어졌다

'탐구 4등급은 올해 탐구를 바꿔서 그런거야'리고 생각하기에도

턱없이 내 목표에 모자랐고 정말 모든게 무너지는 거 같았다

그러던 중 기숙학원 친구에게서 내 중학교 친구 얘기를 들었다

"아 걔? 걔 수시로 설의 갔어 ㅋㅋ 정시로도 됐었고"

무엇보다도 충격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것은 알았지만

지금 나는 올려다 볼 수도 없는 학교와 학과에 붙었다는게

같이 생활했던, 그리고 같이 프로젝트도 했었던 나로서는

너무나 충격이었고 공포였다

그때부터 좀 열심히 했다

수학은 긴장감이 심해서 킬러를 풀어도 계산으로 계속 날린다는 걸

어쩌다보니 알게되었다

바로 다음날부터 문제양을 5배로 늘렸다 

하루에 엔제 50문제씩에 어싸 25문제씩

그렇게 한 달 

7월 더프에서 처음으로 서울대/지방의 정도의 성적이 나왔다

그렇게 열심히 한 수학은 96점

희망을 가지고 계속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작년엔 수능에서도 시간 남기고 한두개만 틀렸던 국어에서

저 충격받은 때 이후로 처음으로 3등급을 받아봤고

그 충격은 생각보다 오래가게 되었다

그러나 7덮에서는 드러나지 않았고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하면서 넘기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9모

96 99 2 92 92

아직도 의대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6모에 비해 올렸다는 것이 기뻤다

국어는 현역보다 떨어지고 있었지만

수학을 올렸다는게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10월~11월 초

국어 수학은 이제 합쳐서 3개이내로 틀리기 시작했고

물리도 웬만한 실모는 만점 or한개틀

생2도 44 47 50 왔다갔다 했었다

당연히 성공할거라 믿었다

기숙학원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눈을 감았다

1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을 하면서

잘 될거라는 확신으로 잠에 들었다

선생님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수험장에 들어섰고

국어까지 50분 남은 상황

알던 친구들한테 응원하고 앉아서 공부를 시작한다

글도 잘 읽히고 뭐 괜찮다

근데 좀 졸린 거 같긴한데 수능이면 괜찮지 않겠는가

안 괜찮았다

독서-)화작-)문학순으로 푸는데

독서까지는 괜찮았다

싸해보이는 칸트빼고 21분정도

화작에서 문제가 터졌다

원래는 6분정도에 끊던 화작에서 20분을(!!) 쓴 것이다

패닉이 왔다

안그래도 있던 공황증상이 조금씩 올라왔고

공포감에 휩싸였다

근데도 기숙에서 버틴경험이 도움이 되었던걸까

중간에 시간을 와리가며 하며 날렸음에도

어떨게든 버텨가면서 문학을 20분정도

트는 마지막에 풀었는데 정말 눈알굴리기로 빨리 풀어서

3분정도에 풀고 오엠알은 나눠서 썼기에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고

 (가채점은 마킹하면서 썼음)

하 올해 현역땐 안풀던 사설풀어서 이렇게 됐나 같은 생각을 하며

시험지를 내고 간단히 음료수를 먹고 일단 잊어버리자 하고

세수하고 자리에 앉았다

수학은 습관으로 하는 거 같다

그냥 초반엔 좀 떨려서 천천히 풀다가 안정됐을 때

달리기 시작해서 푼거 검토 하고 

25분 남았을 때 딱 킬러 한두개 남은 상황

현장감 포함해서 그냥 서바 어려운 회차 푸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30에서 역함수를 그리다가 원함수로 그려버리면서

25분 다 날리고 22는 찍고 30은 뭔가 꺼림칙한채로 

오엠알 제출하고 밥 맛있겠지? 정도 생각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머리를 비웠다

근데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92점의 한계..

국어는 희망회로가 되는데 수학은 그게 안돼서

그냥 친구랑 산책하면서 수능끝나고 놀러가자 정도만 얘기하고

양치하고 내 취약과목 영어를 기다렸다

영어가 웃긴게 시험난이도랑 관계없이 사설은 4까지도 떨어지고

평가원은 또 1 2고 좀 불안했었다

시작하고 풀 때는 막상 아무생각 없이 풀었고

망했다는 자각도 없이 시험이 끝났다

탐구시간이다

내가 제일 무서워 했던 시간이기에 실모도 열심히 풀었고..

괜찮을거다 라는 생각으로 계속 호흡을 가다듬었다

물리1이다 

ㅈ됐다 이 말이 먼저 나왔다

계산을 했는데 보기에 없는 감사한 상황이지만

이게 1페이지에서 일어났다

일단 넘기고 계속 풀었다

또 그랬다

삼수의 공포를 느꼈다

심장이 정말 빨리 뛰었다

어떻게든 마무리를 했고 두개는 아예 손도 못댄채로 냈다

생명2다

좀 자신있었다

시험장에서도 잘 풀린다고 생각했고 킬러라고 생각한 두 문제는

결국 찍게됐지만 나머지에선 샤가프가 좀 쎄한 거 말고는 없었다

집에 가는 차를 탔다

막상 수능이 끝나니 정말 기분이 더러웠다

국어 수학을 채점했더니 원점수는 88 92

못본 건 아니지만 작수때의 설의 친구에 비해선 택도 없었고

내가 생각한 마지노선보다도 못봤다

다만 좀 기분이 이상했던 건 국어는 틀린게 여유롭게 푼 부분에서

실수로 틀린것들이었고 빠르게 푼 곳에서는 칸트 2점 하나만 틀렸더라

무튼 그렇게 기숙에 들어가서 책을 다 버리려는 계획은 실패하고

논술 책을 챙겨서 부모님 차에 탔다

부모님은 고생했다고 안아주셨다

정말 죽고싶었다

너무 미안했다

1년동안 기숙학원 돈 내면서도 6월까지 돈 날린 내가

그렇게 국어를 현역보다 떨군 내가

너무 한심했고 억울했다

집 가면서 탐구 채점을 했다

물리는 5등급 생각했는데 1컷~2등급이었고

잘봤다고 생각한 생2는 막상 3이었다

끝날 때 까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체감하면서

차에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왜 재수를 시작했을까

내가 왜 공부를 해왔을까

이런 질문에 스스로 답해가다 보니

결국 그 원인은 타인이 아닌 나였다

재수를 시작한 것 도 결국 내 선택이었고

내가 어느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도 내가 만든 것이었다

 더수능을 본다면 자존감 채우기 용도가 아니게 됐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면 도전할 수 있으나

더 이상은 쟤보단 잘해야 해 같은 치기어린 욕심으로 보진 않을 거 같다

재수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공부 잘해야 하는 나' 때문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정말 꿈을 이루기 위해서 였으면 좋겠다

제발..수시 챙기세요

저처럼 ㅈ될수도잇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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