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은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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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광역시 내에서 압도적으로 공부를 못하는 중학교(아마 우리 기수 4년제 진학률이 10퍼센트대일 것)에서도 상위권이 아니었고 공부를 시작한 이후에는 교대, 그리고 메디컬과 서울대라는 좋은 학벌까지 모두 경험해봤다.
보통 학벌이 중요하다고 하면 인맥, 강의 퀄리티, 성실성의 증명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내가 거의 끝에서 끝까지 다 경험해 보니 그런 것도 중요하긴 한데 부차적인 문제였다. 진짜 중요한 이유는 다른 부분들이다.
이 시기에 N수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을텐데, 이런 부분들을 잘 고려해보고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물론 본론에 앞서 확실히 할 점은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학벌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취업이나 일상적인 업무를 할 때 학벌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학벌은 어디까지나 '확률'의 문제다.
좋은 대학에 갔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낮은 학벌이라고 반드시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겪은 상위권 학벌의 이점은 분명했다.
1. 성공의 '미화된 결과'가 아니라 '처절한 과정'을 직관한다
오타니 쇼헤이가 WBC 결승전 직전, 라커룸에서 팀원들에게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오늘 하루만큼은 그들을 동경하지 맙시다. 동경해버리면 넘어설 수 없습니다."
우리는 보통 성공한 사람들을 매체를 통해 접하며 그들을 신화처럼 동경한다.
하지만 동경하는 순간 그 성취는 나와 분리된 '남의 일'이 된다.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과거는 필연적으로 미화되거나 생략되기에, 우리는 그들의 '완성된 결과'만 보며 경외감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상위권 집단에 있으면, 내 친구나 후배가 무언가를 성취해가는 '날것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기 쉽다.
나랑 똑같이 야식 먹고 게임하던 사람이 아이템 하나 붙잡고 밤을 새우고, 거절당해서 멘탈이 털리다가도 결국 성과를 내는 그 '비루한 시작'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다.
가까운 이들의 성취 과정을 중계로 보게 되면, 성공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계산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온다. "아,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꽂히는데, 이는 외부 강연을 백 번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동기부여인 동시에 최고의 공부가 된다.
오타니가 말했듯 그들을 동경하지 않고 대등하게 자주 '직관'할 수 있는 환경, 그것이 높은 학벌이 주는 가장 큰 무기다.
2. 나를 믿어주는 '시선의 느낌'이 다르다
나는 5수 나이에 한의대를 그만두고 인문학을 전공하러 서울대에 올 만큼 남의 말을 꽤나 안듣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나조차도 깨달은 것은, 인간은 절대 주변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성취의 경험이 적은 집단에서 무언가 도전하겠다고 하면 "그게 되겠냐"는 회의적인 시선이나 질투가 먼저 섞여 오기 쉽다.
하지만 서울대나 메디컬 같은 집단은 내가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면 진심으로 "진짜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믿어준다.
왜냐하면 그들 주변에는 이미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것을 해낸 사람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성취해본 사람들끼리는 타인의 도전을 쉽게 비웃지 않는다.
내가 매일 마주하는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해낼 사람'으로 대우해준다는 것, 그 평균적인 확신이 내 한계에 영향을 준다.
3. '멋있는 꼬리표'가 주는 실질적인 효용
마지막으로, 학벌은 아주 멋있는 꼬리표가 된다.
"그게 무슨 실익이 있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이 사실은 '가오(체면)'를 충족하기 위해 돌아간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건 꽤 유의미한 이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가 멋져 보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고, 학벌은 그 욕구를 아주 직관적이고 강력하게 채워준다.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해야 할 때, 이 꼬리표 하나가 주는 자신감과 사회적 대우는 생각보다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익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그 '멋있음'을 유지하려는 심리가 다시금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결론
물론 그럼에도 학벌을 필요로 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은 이제는 소수에 가깝다.
대부분의 직종은 방향성 잘 잡고 1년이라도 일찍 뛰어드는 게 나은 경우가 많다.
학벌이 주는 '환경'과 '시선'은 분명 강력한 무기지만, 그것이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무작정 남들을 따라 높은 곳만 바라보기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보는 연말연초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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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똑똑하다는 걸 증명할 일이 생각보다 자주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게 필요할 때는 아주 강력한 도구지만요.
오..저도 학벌이 과연 중요한가 생각해서 다시 수능을 보는게 맞나 싶었는데 이 글로써 조금은 의문이 풀릴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선 주변 환경, 분위기를 높게 평가하시는군요. 전 한 영역에 있어 다양한 집단을 직접 겪어보는 경험이 부재해서 환경이 과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가 잘 다가오지 않았는데 경험한 분의 후기로 인해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 제 결정을 보다 확고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잘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만족스럽거덩요
3번이랑 비슷한 이야기인데 이거 ㄹㅇ 꽤 큽니다.
비루한 시작과 성공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내 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꽤 메리트 같네요..휴..올해 연대붙길!!
좋은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학벌을 갖기위해 '무언갈 열심히 해본 기억'도 아주 중요한것 같아요
이것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학벌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 같아서 일단 배제했었습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본 기억, 경험은 인생 전반에 걸쳐 큰 무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대학에서의 면학분위기 차이가 크다고봅니다

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그리고 후반부에 물론 학벌이 주는 강력한 힘도 있지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며 또 객관적 고민을 해볼 수 있겠어요
감사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명문입니다
학벌은 고작 10대의 4~5년 딸깍 노력해서 얻기에는 가성비가 너무나도 좋아요.
4~5년딸깍해서 의치한 가면 60년 먹고 살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학벌이 이제는 퇴색되는것 같은게, 1년에 서울대만 4000명 쏟아져 나오니까 학벌도 무의미해 지는거죠.
이제는 그것보다 반포아파트 가지고있는 부모를 만나는게 더 나은것 같아요. 1년에 서울대는 4000명 계속 나오는데 반포아파트는 한정되어있으니까요. 그런데 강남서초에서 의치한 서연고가 계속 나오죠.
과거에는 지식의 되물림이 경제적 되물림이었다면 결국 현재는 경제의 되물림이 지식의 되물림이 되어버린현상이 된거죠.
또한 서울 집중화 현상이 이제 초입이고 계급제가 생긴만큼 이제는 지역의 되물림이 계급의 되물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는 상승하려면 부모,학벌,운,능력 뿐만 아니라 출신지까지 영향을 미칠것 같네요.
결국 최근에 학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건, 이제 학벌 뿐만 아니라 그 외로 챙겨야할것들이 너무나 많아졌다는 말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오히려 외모가 더 빛을 발하는 시대이지 않을까 싶네요.
조금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메디컬은 일반적으로 '학벌'이라고 칭하는 것과는 좀 다른 성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을 하려면 반드시 입학을 해야하고 일반 학과들과 비교했을때 리턴이 어마어마하게 크기도 하죠.
제 글은 일반학과에 한정된 이야기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메디컬 양반들도 님이 말한 포인트들에 다 해당될거같은데. 학벌을 꼬리표라고 표현하셔서 메디컬도 으찌보면 꼬리표에 해당은 되니까요
아마 1,2,3에 다 포함될거에요. 요즘 라이센스따고 타직종으로 나오는 양반들이 많아져서요.
아 메디컬은 본문 내용에 +@까지 더 있어서 더 좋다 이런 논지였습니다.
그죠 근데 저때까지만해도 현역 서성한 삼수 서울대면 닥후였는데 요즘에는 닥전같네요.
시간들이고 돈들여서 학벌 업그레이드하는것보다 그 시간에 다른거 하자라는게 요즘 대세인것 같네요. 낭만이 사라지고 팍팍한 느낌입니다.
중요한건 맞는데 예전보단 위상이 떨어진것도 사실임. 명문대 나온애 채용하는것보다 AI에 아웃소싱하는게 비용적으로 더 이득이라.
예전이는 막노동, 건축같은 블루칼라부터 로봇에 대체될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론 고도의 사고가 필요한 화이트칼라 직군부터 AI에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임. 학벌좋다고 밥먹여주는 시대는 끝났음. 살아남으려면 학벌에 자부심 가질시간에 AI가 대체할수 없는 본인만의 플렌을 세우는게 바람직함.
올해 서울대 취업박람회도 개박살났던데 AI랑 무관하지 않을거임.
내년에는 아마 더 박살나있겠지.
마지막 문단이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