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람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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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하루 끝에 하교하는 길에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들고
눈 감고도 정확히 입력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선 늘 보던 사이트를 연다
릴스, 쇼츠, 각종 커뮤니티들...
엄청나게 재미있다고는 말을 못하겠으나, 시간이 나면 습관적으로 들어가 있는 사이트들이다
거대한 데이터의 바다 속에서 우리는 쉽게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접근한다
흔히 올라오는 커뮤니티 싸움 썰들, 자극적인 이야기와 잘잘못을 가려내는 이야기들
댓글창을 키면 당연하다는 듯이 욕이 올라와 있다
어쩌면 거기에서부터 우린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편견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사이트들에선 사람들의 분풀이로, 멋대로 이야기의 선악을 판별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그 안에서 우린 멀리 떨어져서 남을 판단하는 재판관이 되곤 한다
여기에선 얘가 잘못했네. 아니야, 여기에선 얘가 더 잘못했네. 이런 애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걸까?
극단적인 사례들에 대한 접근이 늘어나면서 점점 우리의 무의식에는 혐오의 싹이 트고
다른 이들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대신 포기하고 수용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이성적이라고 여겨지게 되었다
어디에서 고민 상담을 하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별과제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이들을 보면?
무시해, 선생님께 신고가 답이야.
학교에서 선생님께 무례하게 구는 애들을 보면?
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지? 저런 애들이랑 같이 있고 싶지 않아.
이런 이들과의 관계에서의 답은 늘 "손절", "포기"라는 단어들로 완성된다
그들에게 다른 답안, 예를 들어 "경청", "이해", "노력"이라는 단어들을 내놓으면
도리어 "고구마"가 되고는 한다
어린 시절, 사람이 바뀌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기던 때
그때의 나는 중학생, 고등학생의 시기를 거치고
여러 방법으로, 소문으로, 인터넷으로 이야기들의 홍수에
지워지고 말았다
우리는 어쩌다가 타인을 포기하는 법을 먼저 배우게 되었을까
커뮤니티에 아무 생각 없이 잘잘못을 가르던 댓글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왜 고민상담 유튜버들은 타인을 바꾸려고 하는 이들에게 "쓴소리", "팩폭"을 날리게 되었을까
역설적으로 그건 그들도 다른 이야기에서 노력에 대한 결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타인에 대한 노력이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 누적되고
인간에 대한 불신,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대물림되어
늘 존재해왔던 것처럼 존재하게 된다
노력의 배반을 피하기 위해 절망을 택한 자들
그것이 일상적인 우리였다
그런 우리도 꽤나 간과하는 것이 있다
사람을 바꾸려면, 자기 자신도 자신을 지탱하던 신념이 바뀔 만큼 고통스러워야 한다
다른 사람을 구하는 것은 당연히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한 노력이 보이지 않더라도
다른 이들의 내면 어딘가에 쌓여서, 분명한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무척이나 잊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빌런"들은 이런 사회에서
대화의 기회, 생각의 기회, 반성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바뀔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작은 관심, 노력
우리가 포기해버린 이런 미덕들이 계속 유지되는 것에는
그 작은 가치들이 피워낼 수 있는 싹이, 그 싹이 자라서 피워낸 꽃이
너무 찬란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이들
어쩌면, 또 어쩌면
그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며 몸부림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댓글과 댓글 사이
적히지 못한 그들의 속이야기들
사정없는 악인은 없다만
우리도 그 이야기를 한 번 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우리의 작은 관심, 작은 노력
어린 시절의 나로의 회귀가
어떤 이들에게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구출이다
이런 구출은 행위 자체가 화려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그들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
그들이 바뀔 수 있는 사람이며
그들 또한 사랑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
사실 사람은 바뀐다
우리는 사람에게 너무 인색하게 생각하며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일
그들을 믿어주고, 그들이 바뀔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일
그들이 스스로 바뀔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일
그걸 통해서 사람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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