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거덩거덩스 [1352677] · MS 2024 · 쪽지

2025-12-10 18:38:59
조회수 499

군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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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 다시 복붙이라 비속어가 좀 있어요 헤헤..)



때는 바야흐로 11월..

공군에는 특기학교라고 보직이 정해지면 훈련소 다음에 가서 특기에 대해서 배우는 곳이 있음

근데 이제 특기학교도 마무리되고 면담을 하는데

상담지에 내가 대학교 만족도 4점을 줬음

그래서 면담해주는 분이 

”아니 왜 고려대면 좋은 학교인데 4점밖에 안줬어?“라고 물었다.

나는 수의대가 10년넘게 가고싶었으니 미련이 어느정도 무의식에 남아있었나보다.

”제가 수의사가 어릴 때부터 꿈이었는데 재수까지 했지만 못가서 아쉬워서 그렇게 줬습니다.“

”그럼 군대에서 수능보는건 어때?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까“

이때 내 인생의 경로가 바꼈다.

원래도 편입생각도 하고있었는데 수능이라는 선택지를 다시 떠오르게 만들어준 것이었다.

나는 결국 수능을 다시 선택했다(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어쩌고)

심지어 (전)여친이랑 같이 서울에서 다니고 싶다고

서울대 수의대때문에 물2생2를 골랐음 ㅋㅋ(왜그랬을까..)

-일병시절-

진짜 존나 열심히했음

그냥 매일매일 6시반이 기상시간인데 나는 6시 20분에 혼자 일어나서 군복입고 점호 끝나자마자 씻지도 않고 공부했음

열심히하니까 선임들도 터치 안하더라

물론 5개월동안 후임이 2명들어와서 (위에 40명 ㅅㅂ)

작업은 개많이 했지만 웬만하면 다들 나 공부하라고 봐주는 분위기였음 

눈에 독기 가득하게 6시반부터 밤12시까지 하면서 힘들지도 않았음

결국 6모도 잘봤다

국영수 111에 탐구는 처음해보는거라 3등급이면 만족이었다

이정도 성적이면 서울대 공대도 뚫는 성적이라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상병시절-

상병때는 좀 다사다난했다

결국 나 공부한다고 배려해주던, 또는 배려해주기 싫었는데 어쩔수 없이 해주던 사람들이 나한테 불만을 가졌던거같다

내딴에는 부르면 무조건 나갔다가 공부하라고 대신 가겠다고 할때만 안갔는데

누군가한테는 이런모습이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그래서 동기랑도 사이가 좀 안좋아졌다

그래도 열심히했다

매일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고 누구보다 마지막까지 공부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그리하여 9모결과다

아.. 좀 멘탈이 나갔다 믿었던 국어도 내려가고 수학이 제일 자신이 있었는데 2등급이 나와버렸다

이 성적으로는 아무데도 못갔다 

이때 좀 위기감을 느껴서 주변에서 누가 뭐라해도 다시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그 이후로 매일 전과목 모의고사 1개씩은 풀은것같다

점점 실력이 늘어서 사설 모의고사 성적은 메디컬, 의대권도 나와서 점점 자만했다..

그냥 모고풀고 점수 잘나오면 누워서 폰하고 1달을 그렇게 공부했던거같다(아직도 후회된다..)


그래서 엄청난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수능을 봤다

.. 가채점을 하고 멘탈이 나갔다

국어는 너무 어려워서 예상만큼 나왔고

수학은 4점짜리 계산실수에 3점짜리를 두개틀린거다

나머지 과목은 그럭저럭 봤는데 국어 수학이 평소보다 너무 못본것이다

이 성적으론 수의대는 무슨 이성적으로 고대 기계도 힘들었다


.. 절망했다

1년간 노력한 결과가 이거라니

실수로 인생이 바뀐다니

너무 괴로웠다


결국 복학을 결심하고 대충 정시원서 쓰려고했다



근데 12월 5일 수능 성적표 발표날

띠용????

국어 2점

수학 3점

생명 5점이 오른거다

수학은 여전히 아쉽긴했지만 영어 제외 딱 10문제 틀려서 메디컬 마지노선으로 낮은 수의대 약대는 안정권이 되어버린것이다

엄마는 성적표를 보고 울었고 나도 너무 어안이 벙벙했다

결국 고등학교때 이루지못한 꿈을 늦게나마 이룬 느낌이다

아직 붙은건 아니지만 너무 기뻤다


친구들과 연락도 못했다

여친이랑은 헤어졌고

운동은 하다가 그만두게됐고

군대 몇몇은 사이가 나빠졌다


그래도 내 노력이 결실을 이룬것같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응원해준 다들 고맙고 다시는 수능을 보고싶지않다..



(근데 한번더볼수도)



rare-올려다보는 강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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