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파리, 날다!』 요약편 (5)- 기회를 잃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59798
두려운 마음뿐이었다.
3일이 지나고 나서 겨우 채점을 해 보았다.
메가 백분위 추정치가 '언어 99, 수리 97, 외국어 97, 법과사회 99, 국사 98, 윤리 90, 세계사96'였다.
결국 서울대는 절대 쓸 수 없는 성적인 셈이었다.
내가 생각한만큼 나쁘진 않았지만, 서글펐다.
서울대 하나 가고 싶어서 고교의 추억까지 다 포기했건만
이제 서울대는 영영 나의 로망으로만 남을 곳이 되어버렸다.
마음을 비우고 편의점 야간 알바를 시작했다.
어차피 나는 논술 쓸 성적도 안 되니까
비싼 서성한 등록금에 보태 쓰기위해 알바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나는 밤 11시부터 8시까지 일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일이 너무나도 고되었다.
편의점 알바를 너무 쉽게 본 것 같았다.
야간 알바는 아침과 낮 타임에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물건을 진열하는 것이 임무인데,
이게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음료, 유제품, 과자, 라면 등 온갖 박스들이 편의점 문 앞에 쌓여있는데
이걸 하나하나 다 나르고 까서 빈 자리에 채워넣고 나면
어느새 새벽 5시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 매장의 쓰레기통을 비우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며 바닥을 쓸고 닦아야 했다.
여기까지 마치고 나면 새벽 6시인데, 그 뒤로는 출근시간이라 폭풍출근하는 손님들이 밀려 들어오곤 했다
마침 9월 평가원 시즌때 고려대 영어교육과 수시를 쓴 것이 생각났다.
혹시 모르니 수시에 응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운 좋으면 내가 그렇게도 가고 싶어했던 고대 영교에 붙을 수도 있으니까.
비록 논술학원 한 번 다녀본 적 없고, 알바하느라 심신이 극도로 지쳐있긴 하였으나
문제가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문제를 꽤 유쾌하게 풀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논술 답안을 밀려 쓴 것이었다.
당시 논제 2는 ''제시문 (3)의 논지를 밝히고, 제시문 (1)과 제시문 (3)을 비교하시오."라 되어 있었는데,
실수로 앞의 소주제인 '제시문 (3)의 논지'를 논제 3의 답안지에 쓴 것이었다.
이것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시간이 30분밖에 안 남은상태였다.
당시 논제가 1,2,3,4로 4개가 나왔는데 1,4번 논제를 모두 미리 쓰고
2,3을 막판에 풀고 있었던 터라 이젠 답안을 수정할 여유도 없었다.
결국 병.신같은 답안지를 그냥 내야만 했다.
나는 수능을 봤을때와 마찬가지로 무한한 절망감에 빠지기 시작헀다.
내 21년 인생동안 내신, 수능에서 답안을 밀려써본 적 한 번 없건만
이젠 인생의 마지막 논술에서 처음으로, 그것도 SKY 갈 성적이 안 되어서
어떻게든 수시 붙어야 하는 상황에서 답안을 밀려쓰고 만 것이었다.
정말 죽고 싶었다. 지하철역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젠 서울대도, 연세 고려대도 갈 기회 다 잃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닥치고 만족하고서 중앙대 경영 정도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고된 일을 계속 하면서 그 생각이 차츰 바뀌었다
한 번은 음료 냉장고 뒤로 들어가 생수를 진열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생수 6개 묶음은 보기보다 무겁다. 그걸 들고 냉장고에 들어가다 팔을 찧었다.
너무나도 서글펐다. 아야..하면서 팔을 들다가 실수로 옆의 진열대에 쌓여있던
캔 음료들을 다 무너뜨리고 말았다.
OTL 자세로 음료를 하나하나 주워서 제자리에 놓았다. 너무나도 서글펐다.
나는 결심했다.
안 되겠다.
그냥 사반수 해야겠다.
사반수 해서 죽어도 서울대 가야겠다.
서울대 가서 열심히 공부하여 편하게 살고 싶다.
너무 몸 상하고 마음 상하는 이런 일 도저히 못 하겠다.
내 다시는 이런 일 안 한다.
대망의 12월 8일.
나는 8시가 되도록 교대하는 여자애가 오질 않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문득 창밖을 보았는데, 창밖에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비록 입자가 작지만, 그 눈은 정말로 하얗고 아름다웠다.
나는 순간 왠지 모르게 좋은 예감을 받았다.
여자애가 오고, 나는 교육청으로 갔다.
교육청에서 10시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마치 사형판결을 기다리는 죄수와 같은 심정이었다.
10시가 되어 성적표 발부가 시작되었다.
나는 성적표를 받고서도 한창 그것을 접고 있었다
도저히 펼쳐 볼 자신이 없었다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서야 겨우 성적표를 펼쳐 보았따. 그런데.....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2.5에 정시는 꿈도 안꾸지ㅋㅋ
-
진학사나 텔그 돌려보니까 부경충에 비해서 좀 떨어지는 거 같아서요
-
그녀 앞에서만 존나 맹수가 되 나도 족같은 글 많이 싸질렀는데 나한텐 왜 따뜻하게 대해줌 쳇...
-
그런 글을 봤어요
-
미적이나 수2 발상 6평 시험장에서 적용시켜보신 분 계신가요? 저걸 현장에서 사용할...
-
해설강의 같은걸로 조금 들어본 강사까지 다 포함해서 이미지쌤, 한석원쌤, 정병호쌤,...
-
의대생이 약대생 발을 밟았다. ”아약!!!!!” ”아임 설의”
-
지구과학 잘하시는분들 10
재수생인데요.. 지구과학이 6평에서 4가 떴어요. 노베 아니고 현역 때부터 지구...
-
평가원이 쓰는 폰트 구입해서 이모저모 써보려고 했다만 0
개비싸네,, 걍 한글에서 쓰는게 최선일듯 심지어 여기에 한양정보통신 폰트까지...
-
스타팅 블록 곧 1회독 완료하는 통통인데 현우진 킬링캠프 모의고사를 풀면 84점...
-
약속끝 10
집가는게너무좋다
-
가봤는데 안보임
-
출제자도 30분은 커녕 50분줘도 다 못풀듯 ㅇㅇ
-
22번빼고 60분 걸렸는데 40분동안 22번을 못건드림
-
무책임한 격언 따위에
-
제가 알고 있는 지식들 모르는척 물어보면 형식적인 답변만 하더라고요,, 하긴 웹...
-
중간때 하나 찍어맞추고 틀린거 두개 바꿔썼더니 둘다 맞아서 1등급 턱걸이했는데...
-
내4년옯생중에드디어은테가멀지않았구나
-
그래서 경외감은 4
누가맞는걸로결론나옴?
-
골ㄹ1ㅕㅇ륻ㄴ다
-
뭔가 아까 잠시동안 되게 시끌벅적했던 느낌인데
-
전공도 사회교육학과로 바꼈는데 진로 : 부자는 뭐임 ㅋㅋ
-
SKT "해지 위약금 면제…8월 전 고객 통신료 50% 할인" 3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SK텔레콤이 사이버 침해 사고 발생 이후인 4월...
-
아직까진 맛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라면이 좋다
-
한국 좇같다 욕은 욕대로 하고 뜨고싶다하면서 막상 유학가는 사람들한테 도피라고하는건 뭘까
-
어떻게 생각해? 0
반수생이고 지금은 미적 사탐이야. 과는 공대 가고싶음 수학 높3에서 낮2정도가...
-
수학 킬러 자작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풀어줘서 다시 올림 11
고1 범위임
-
누군가 탈릅함 0
헉
-
매일 운동가기전에 한스푼씩 먹는중
-
고등학교 내신 시험이 끝났습니다. 밤을 새었기에 오늘은 일찍 잡니다.
-
나는 저능아다.
-
매일 1시간 정도 튜자한다 했을때 얼마나 걸리나요? 4주만에 꿑내려면 몇시간이...
-
ㅋ일본가서살건데????????ㅋ일어 영어잘해서 경쟁력잇음.그냥잘하는게아니라 발음 좋음
-
안녕하세요. 만31 저자입니다. 쪽지로 풀이과정을 좀 보고 싶다는 분이 계셔서 수2...
-
핫식스 0
새로운맛 나온거 아시나요?? 애플망고와 파인애플맛이 나왔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애플...
-
지금은 '흙흙'이 언어유희를 이용한 표기로 인식되지만 사실 20세기 초만 해도...
-
내 철칙이다
-
사실 4
생기부챙기기 너무 귀찮았어요. 보고서,발표,독서토론 밀려있어서요
-
책 끼워팔기 하려는거임? 진짜 뭔가 뭔가임;;
-
운동하고와서 또 해야지
-
공부량 확보가 안되네 10
문만하는데 정신팔려서 공부를 못하고있음 그래도 완전 노베에서 사탐둘다 고정 1은...
-
오르비 레벨 2
그동안 눈팅만 해왔는데 레벨은 어떻게 올리는걸까요?
-
ebs 연계가 안되는거라면 작년컨텐츠 퀄이 좋을 시 올해 서바 재끼고 작년꺼 풀어도...
-
6모 84입니다 21(레전드실수) 22 28 30 수리논술 준비해본적없는데...
-
진로선택과목 화학2 수행 고려했을 때 지필에서 0.3점차 A 기하 수행 고려했을 때...
-
수1만왓넹
-
이거 12월에 나왔던데 입문 n제 포지션인 거임? 난이도 쉬운거면 건너뛰고 시즌2부터 풀려는데
시험장에서 당황한고 울고 하셨는데도...언어99;;ㅠㅠ ..이런게 절대실력이란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