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9가올1 [1401115] · MS 2025 · 쪽지

2025-12-01 16: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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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수능 생활과 윤리 전문항 분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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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 글의 방향, 목적
  제가 이 시험이 철학적으로 옳다 그르다할 식견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 시험지의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진 않을 겁니다. 전적으로 동조하는 방향으로 글을 작성할 거고, 그렇기에 발문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도 없을 거구요. 대신.. 이 시험지가 낯설게 느껴졌을 이유와,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는 데에 중점을 두도록 하겠습니다.


1. 어떤 시험이었나.
1) 9평의 기조를 노골적으로 이어가는 시험지

이 시험지의 난이도에 대한 논박이 많습니다. 그런데 난이도를 떠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아주 낯선 시험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9평의 출제 기조를 그대로 따라갔죠. 제가 말하는 9평의 기조라 함은

1. 독해 문제 비율 늘어남
2. 비주류 주제 출제율 늘어남(니부어, 칸트 미학)
3. 익숙한 사상가, 낯선 제시문
이 정도가 되겠네요.


  이러한 기조로 바뀐 이유는 '더 낼 게 없어서'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변별을 위해 고난도 주제에 한해서 교육과정 외의 내용을 약간씩 언급해오던 생윤이, 이제는 교육과정 외의 내용에서도 출제할 만한 소재가 떨어졌는지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되지 않았던 것들을 건드리는 것 같네요. 멀리 나갈 것 없이 9월에 니부어가 거의 5년 만에 출제됐으니까요. 아마 내년 마지막 수능까지 이런 기조를 이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2) 연계교재의 중요성 급부상

  연계교재가 안 중요했던 적이 있겠냐만은, 이번 시험은 '연계교재 공부해'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낯선 선지나 제시문들의 대부분은 연계교재에 그대로 수록되어 있었거든요. 그게 아니더라도 예전 기출에서 그대로 찾아볼 수 있었구요. 즉 이제는 인강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연계교재를 분석하며 제시문, 해설, 자료 플러스 등에서 '낯설다, 중요해 보인다'는 것들을 정리하는 게 고득점의 지름길이 될 것 같아요. 가끔 인강이 EBS 전부 반영해서 해주니까 따라가면 된다고 하는 분들이 계신데, 저도 그 말에 아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직접 공부하는 게 머리에 더 남지 않을까 합니다.


3) 꽤 어려웠을 것.

  낯선 출제 방식, 낯선 제시문, 낯선 선지로 점철된 시험지였기에 대부분은 시험지를 보고서 당황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포장지가 다를 지라도 물어보는 내용 자체는 늘 같죠. 또 위에도 말했듯이 낯선 선지의 대부분이 연계 교재에 버젓이 실려 있어, 이를 제대로 공부했다면 그렇게 어려운 시험지도 아니었을 것 같구요.

  그렇다고 쉬운 시험지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랜만에 등장한 사상가도 있고, 또 공통점을 찾는 문항에서도 지금까지 없었던 조합이 나오기도 했구요. 제가 느끼기에 헷갈릴 만했던 문항은 8, 10, 11, 13, 17 이렇게 5개 정도였네요. 17번은 굉장히 재미있게 풀었습니다. 내용이 깊다는 뜻은 아니고, '이렇게도 낼 수 있구나' 해서요.


2. 2026학년도 수능 생윤 풀이

  이제 풀어볼건데, 사실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내 사고방식이나 선지판단의 근거를 보여드려야 하는지는 차치하고, 자세하게, 선지가 틀리거나 맞는 이유를 제시하려 하는데요. 이 이유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 지가 늘 고민입니다. 


  철학적인 배경을 소개하고 사상이 어떤 의의를 갖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강의도 물론 자세해서 좋긴 한데, 그건 대학교 교양 수준이지 고등학생 수준의 강의가 아니잖아요. 그걸 하나하나 다 알아가면 과탐 공부량에 필적해요. 실제로 '현자의 돌' 기출 문제집 해설은 500페이지를 넘어가잖아요. 이런 것들을 단편적으로라도 언급해주는 게 좋지 않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단편적이라서 오히려 꺼리는 겁니다. 그렇게 단순화하고, 압축하다보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곡해하게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특히나 철학에 대해 배경지식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더더더더욱.


  그래서 여기서부턴 강의나 교재 스타일이 갈려요. 원전을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교과 외의 내용을 강조할 것인지, 그 반대가 될 것인지. 뭐 이 이야기는 이쯤 하겠습니다. 일단은 연계교재에서 이런 것들이 연계되었다는 걸 그대로 보여드릴 거구요.. 일단 사상가가 없는 독해형 문제는 제외하고 풀어보겠습니다.  오류가 있으면 꼭 제보해주세요.


3번 | 5단원 예술과 대중문화 윤리 - 톨스토이

레프 톨스토이죠? 제시문에 전부 답의 근거가 있으니 굳이 적진 않을게요.

예술을 통한 감정의 감염성을 이야기하니까 정답 2번이구요.

생윤 기출에 한 10년 만에 나온 거 같은데, 이거 배운 적 없다는 분들은 수특 안 본 거.




4번 | 2단원 삶과 죽음의 윤리 - 불교/도가

갑은 팔정도, 고통으로 태어남, 늙음, 병듦, 죽음 모두 고통이라 하니 생로병사겠죠. 불교입니다.

을은 기의 순환으로 인해 삶과 생이 나타난다고 하니, 대표적인 도가 제시문이죠.


1번 선지는 틀렸죠. 업 자체가 윤회를 반복하며 쌓이는 거죠. 

2번도 틀렸죠. 번뇌가 소멸된 사람은 윤회의 고리를 끊어낸 거죠. 

3번도 틀렸죠. 도가가 왜 인의에 따릅니까, 흐르는 물처럼 살아야지.

4번도 틀렸죠. 기의 순환으로 삶과 죽음이 나타나고, 죽음은 그 기가 흩어지는 것인데, 기가 사라진다는 건 순환의 고리가 끊긴다는 말인가요?

정답은 5번이죠. 수행방법으로 불교는 참선, 도가는 좌망과 심재가 있죠.




5번 | 2단원 사랑과 성 윤리 - 에리히 프롬 

이건 '사랑의 기술' 초반부를 축약해놓은 거네요. 보통은 프롬이 주장하는 사랑의 4요소가 들어간 제시문이 나오는데, 이 제시문은 그렇지 않아 낯설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제시문에 모든 힌트를 다 넣어놓아서, 답을 맞추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정답은 3번이며, 이 제시문 또한 연계교재에 나옵니다.




6번 | 삶과 죽음의 윤리 - 자살에 대한 칸트의 입장

자살에 대한 칸트의 입장이 문제로 나오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보통 삶과 죽음의 윤리가 서양 사상으로 출제되면 하이데거, 플라톤, 에피쿠로스의 입장이 출제되지 칸트나 쇼펜하우어의 입장은 잘 출제되지 않거든요. 문제의 난이도가 어렵진 않았습니다만, 출제되는 주제의 변화에 대해서는 눈여겨봐야 할 듯 합니다. 서두에 말했듯이, 평가원의 출제 기조가 이전에 출제되지 않은 주제들을 의도적으로 많이 건드리는 쪽으로 변한 것 같네요.

정답은 4번입니다.




7번 | 자연과 윤리 - 레오폴드/칸트

 

갑은 레오폴드, 을은 칸트죠.

1번 틀렸습니다. 칸트도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2번도 틀렸습니다. 칸트가 자연 훼손을 지양해야 한다고 하는 근거와 대치되죠.

3번도 인간끼리의 의무를 칸트가 인정하기 때문에 틀렸죠.


4번은 틀렸습니다만,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의무'는 칸트 입장에서, '모든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정언 명령의 의미를 지닙니다. 즉 동물 학대 금지를 의무로 규정한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 닥쳐도 동물을 학대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되겠죠. 저 선지를 쉽게 풀어쓰면, '동물 학대가 허용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네 주장은 틀림'의 의미를 지니구요.
그런데, 이러한 비판은 칸트가 할 수 있는 비판이 아니죠. 칸트에 따르면, 동물에 대한 폭력은 인간의 도덕적 감수성을 훼손하여 인간에 대한 의무 실천을 방해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칸트는 동물을 학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간접적인 의무라 주장했구요.


그런데 레오폴드의 입장에서 바라봐도 저 비판은 틀렸죠. 레오폴드가 생태계를 위해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을 허용하긴 했는데, 이것은 '학대'가 아니라 '희생'이죠. 


5번이 정답입니다. 표현이 헷갈릴 수 있는데, 이것도 실은 연계교재와 기출에서 빈번히 나온 내용입니다.
그 근거는 4번 선지의 설명과 비슷한 내용으로, 칸트는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하는 것 또한 자신의 도덕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즉 자신에 대한 간접적 의무로 정했습니다.

"인간은 오직 인간에 대한 의무 외에 다른 의무를 갖지 않는다."  




8번 | 3단원 직업과 청렴의 윤리 - 칼뱅/순자 

갑은 직업을 신의 소명이라 칭하는 데에서 칼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을은 예의, '능력에 따른 직분 부여'에서 순자임을 알 수 있죠.


1번. 직업적 성공은 신의 은총이 아닙니다. 선행도 마찬가지구요. 

2번. 맞는 선지입니다.

3번. 아니요. 순자는 사람의 본성은 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4번. 틀렸습니다. 순자는 능력이 출중하다면 노비도 관직을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5번. 칼뱅의 입장에서 틀린 선지입니다. 칼뱅이 직업이 '천직'이라고 한 것까진 맞아요. 그러나 개인의 환경과 능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보았고, 선택한 직업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순자의 입장에서도 틀린 선지입니다. 4번 선지를 설명할 때도 말했듯, 순자는 능력에 따라 직분이 주어져야 한다고 보았으니까요.




9번 | 국가와 시민의 윤리 - 시민 불복종, 롤스

정답 1번이죠. 부정의한 사회에는 시민 불복종이란 게 없습니다.

2번. 아니요. 불복종은 정치적 원칙(공유된 정의관)에 근거해야죠.

3번. 아니요, 법에 대한 충실성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시민 불복종이 아닙니다.

4번. 아니요. 거의 정의로운 사회에서 헌법에 대한 의도적인 위반은 시민 불복종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5번.아니요. 불복종의 대상이 되는 법은, 공유된 정의관에 부합하지 않고, 또 정의의 원칙을 심각하게 해친다는 사실에 근거해 정해져야죠.




10번 | 갈등과 해결과 소통 윤리 - 하버마스

하버마스죠. 낯선 제시문이지만, 연계교재에 수록된 제시문의 내용이죠.

정답은 1번입니다.




11번 | 3단원 사회 정의와 윤리 - 칸트/베카리아 

이건 ㄴ, ㄷ을 제대로 판단하기 헷갈렸을 것 같네요.


갑의 제시문은 범죄자에게 범죄자가 일으킨 범죄와 같은 피해를 입혀야 한다는, 동해보복의 원리가 드러나니까 칸트죠. 또한 제시문마저도 연계교재에 그대로 적혀 있죠.


을은 사형의 효용성을 비판하고, 지속성을 강조하니 베카리아구요.


ㄱ은 틀렸죠. 칸트는 동해보복의 원리에 의거한 형벌만이 정의를 실현하다고 주장하니까요.


ㄴ은 맞는 말입니다. 해당 선지가 헷갈렸다면 소거법으로 푸는 게 정배겠죠. 어려운 선지가 맞습니다.


우리가 마르고 닳도록 들은 보편적 입법 원리와 정언 명령이 이 선지를 독해하는 데에 필요합니다.
우선, 칸트는 준칙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게 되도록 행동하라는 정언 명령을 주장합니다.
즉 모든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범죄자에게 있어 범죄 또한 보편적 입법 원리에 입각한 행위겠지요.
이는 곧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를 때, '자신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지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스스로 보호받을 권리를 부정했으므로, 범죄자 자신도 범죄의 대상 중 하나가 되도록 하였습니다.
'타인에 대한 범죄는 자신에게 가하는 범죄로 간주된다'는 말은, 이러한 의미입니다.


ㄷ은 맞는 말이죠. 이것도 헷갈릴만한 선지라 느꼈습니다.
일단 베카리아에게 있어 국가가 시행하는 사형은 사회 계약의 범위를 벗어난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가가 사형을 시행한다면,
첫 번째로 잔혹한 본보기일 뿐이며 그 효과가 일시적입니다.
두번째로는 그 효과가, 시민들이 사형에 대해 점점 둔감해지며 떨어집니다. 시민들이 살인에 대해 둔감해진다면, 장기적으로는 범죄가 더 많이 일어나는 영향을 줄 수 있겠죠. 이는 곧 사회가 안전해지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사형은 범죄자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해악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ㄹ도 맞는 선지입니다. 판단하기 어려웠을 수 있는데, 정확히 연계교재에 칸트와 베카리아가 이를 언급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베카리아의 경우 헷갈리신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공리주의자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공동체의 이익이며,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범죄자에게 이득이 생긴다한들 이는 부차적인 결과물이라고. 

다시 말해, 범죄자의 이익을 목표로 행위, 통치하는 것이 아니며, 그들에게 이익이 발생한다 한들 그것은 '공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칸트에게도 올바른 선지이죠. 형벌은 '단지 범죄자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에 가해지는 것'.


남은 문항은 다음 글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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