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하려는 친구들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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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나서 오랜만에 친한 친구들과 만났다
친구들은 다 재수, 반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난 집에서 재수를 절대 반대하고, 성적도 어느정도 나와서
재수나 반수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대학에 가면 자신들과 곧 연락을 끊을 거라고
단정짓는 내 친구들의 말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
난 친구들이 재수나 반수를 한다고 해서
한 번에 대학을 못 갔다고 놀리지도 않을 거고,
누구나 다 하는 n수로 무시할 생각이 0도 없는데,
지금 대학 합격 발표가 나오지 않은 건 우리 다 마찬가지고
누가 붙을지, 누가 떨어질지 모르는 일인데,
우리 다 열심히 했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해보면 좋을텐데,
왜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할까...
난 전혀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은연 중에 그런 무의식이 튀어나오려고 한 적도 없는데
애초에 모든 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친구들을 대상으로 수험생활에 대해 무시하질 않았는데...
나 스스로에 대한 검열은 엄격하게 하고 채찍질하며 살았어도
친구들한테 그 채찍의 기준을 들이밀었던 적은 결코 없었다
근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 같아도
내 친구들처럼 생각했을까?
내가 재수하고 친구들이 다 대학 붙었으면
다같이 열심히 했는데 왜 나만 안 될까 싶긴 하겠지...
근데 지금은 합격 발표도 뭣도 안 났는데
그걸 친구들 입으로 들으니까 너무 속상하다
잘 놀고 헤어졌는데 갑자기 너무 우울해져서
난 고등학교 3년 내내 친했으니
이제 더이상 허물도 무엇도 없다 생각했는데
친구들이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너무 슬프다
내가 더 공부를 못했으면 나았을까?
친구들에게 동질감 드는 비슷한 친구가 되었을까?
내가 대학 가서 '아 나 교수님이...아 맞다 너넨 선생님이지?',
'봄은 아우터로 과잠 입기 좋은데...아 너넨 과잠 없구나!',
'나 대학 동기들이랑 약속 있어서 너네랑 못 만날 것 같다.'
'난 한번에 대학 못 붙은 애들이랑은 못 만나겠다~.'
이런 말을 할 거라고 단정 짓는 내 친구들이 야속하다
내가 왜???????
이걸 직접 친구들한테 들으니 더...
눈물 나려고 하는 걸 겨우 참았는데
그래도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맹세코 진짜 정말로...
난 이런 뉘앙스의 말이나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재수를 하든 반수를 하든 고시원에 살든 반지하에 살든
수능 성적이 이렇고 저렇고 상관 없이
어디서 뭘 하고 살든지 간에 다 내 친구인데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품고 있겠냐는 말이다
근데 왜 날 그렇게 다르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다 열심히 했겠지만
팠던 깊이가 다를 수 있고 분야가 다를 수 있고
성적대가 다르니 다양한 대학에 지원한 거고
거기서 자신에게 맞게 수능을 보고 논술을 본 건데
그것 가지고 내가 뭐라고 할 사람도 아니고
뭐라고 한다 해도 그건 타당하지 않은 거고
어느 대학 어느 과를 가든 난 상관 없는데
친구 관계에서...
물론 몸이 멀어지고 공부하는 분야가 달라지면
생활 반경이 달라지니까 마음도 멀어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오랜 친구니까 어디서 뭘 하든 응원해주고픈 게
친구 마음 아닌가.....
난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만 친구들을 대했는데 한치의 거짓없이....
그냥 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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