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존재하는 닉네임입니다 [486121] · MS 2013 · 쪽지

2025-11-26 08:51:23
조회수 2,827

학원사업자가 되어 다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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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오르비란
제 학창시절을 불태웠던 오르비에

학원사업자가 되어 다시 돌아왔네요.


오르비와 아예 접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학원 학생들한테 옛날에 내가 오르비에 쓴 글이 베스트글 가고 그랬다고 자랑하면서 ㅎㅎ

추억에 이따끔 접속해보긴했죠.


무엇보다 그 시절 하꼬셨던 오르비클래스 인강쌤들, 또는 그저 오르비의 네임드셨던 분들이

인강에서 1타 2타 하시면서 이름을 날리시고 계시는걸 보면서 참 반가웠습니다.

오르비가 아직도 영향력이 있구나! 하면서 말이죠.


오르비에 글을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보라눈이라고 치켜세움 받는게 ㅎㅎ
제 학창시절엔 최고의 도파민이었습니다.



나라는 인간이란

소득분위 2분위,

언제나 미래를 걱정하던,
가진거라곤 오르비 보라눈이 인생최대스펙이던 찌질한 대학생


아무리 오르비에 글을 쓰고

인기글에 오르고 칼럼란으로 옮겨져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아도


사라지지 않던
이유 모를 불안과 갈증

그리고 결핍


21살 겨울,
군입대를 앞두고 선배의 권유로 참여하게된 제주도 답사
답사를 명목으로 학교 돈으로
생에 첫 제주도, 생에 첫 호텔 , 생애 첫 기사가 운전하는 차량, 생에 첫 제주 흑돼지...
학교 돈으로 맘껏 즐기니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죠.

다 같이 놀고 먹고 왔는데,
그 제주도 답사를 계기로 저는 결심합니다.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비행기, 캐리어를 들고 타는지 아닌지도 몰랐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호텔, 룸서비스가 뭔지도 몰랐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제주도, 그 에메랄드 빛 바다

나 혼자 처음이었구나.


대부분은, 특히 이 대학에 올 정도의 아이들은

보통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서 호텔에서 먹고자고 오는구나.


그해 겨울 인스타를 보니
머리가 너무 아파서 방학때 잠깐 뉴옥에 가서 쉬다온 다는 후배

학점이 안나와서 부모님이 정신차리라고 캐나다에 보냈다는 선배


아...대학을 와서 저렇게 되는게 아니라
저런 인간들이 이런 대학을 오는거구나.

나는 진정으로 이 대학에 소속되어있지 못 하다.
이 상태에서 졸업해서 잘 풀려야 대기업, 당시 초봉 4~5천 받으면 열광하던 시기에

내가 아무리 허리띠 졸라매고 노력해봐야 나는 저들처럼 될 수 없구나.


의사든 변호사든, 돈을 벌려면 최소 6년
점점 낮아지는 우리집의 소둑분위


그래, 졸업해봐야 의미가 없다.

그렇게 짧고 굵은 나의 대학생활을 막을 내립니다.




그렇게 사교육자가 되다

고향으로 쫓기듯 내려와 군입대를 기다리며

어머니 친구분들의 부탁으로 과외를 하게 됩니다.


서울에서 알바할때도 느꼈지만

그래도 제가 가르치는데엔 소질이 있었나봅니다.


중학교 2학년짜리 과외를 부탁받았는데

5월 입대여서 중간고사까지만 봐주기로 했죠.

친구들은 다 서울에 있으니 너무 심심해서 그냥 전과목을 다 봐줬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컨설팅이네요 ㅋㅋㅋ.


여튼

평균 80점 겨우 하던 학생이 3달만에 갑자기 평균 99점이 되더라구요.


근데 그 친구가 원래 다니던 그룹과외에

학생이 20명이 있다는겁니다.


영수 2과목 다 해서 수강료가 50만원이랬나?

과외도 아니고 그냥 공부방 수준이죠.

어쨌든 그 과외쌤은 월 1000만원을 벌던거였죠.


와 ㅅㅂ 내가 뭐 안될게 있나?

그 사람 뭐 대학 어디나왔는데

내가 오르비 보라눈인데 뭐 수능 얼마나 지가 잘쳤는데


그 생각으로 학생과 어머니 친구분을 꼬셨죠.

내가 그냥 군대 연기하고 과외한다.

알아보니 어찌저찌 연애인들 하듯이 공무원 시험 치고 어쩌구하면

ㅇㅇ이 대학갈때까지는 할 수 있다.


내가 공부방 차릴테니 보내달라. 소개시켜달라.


그렇게 저는 우당탕탕 사교육자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원장이 되다

일단 군대 제껴놓고 열심히 과외를 했죠.


초반엔 사람 없어서 초등학교 4학년 구구단 봐주는거 방문교사도 했죠.

월 10만원 받았던 것 같네요 ㅋㅋ


돈이 되는거라면 닥치는 대로 다 햇습니다.


하...초반엔 진짜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어머니 친구분이 힘써주셔서 소개를 많이 해주셨지만
다들 관심은 보이셔도 결국 "군대로 튀는거 아니야?"하는 의심으로

결국 저한테는 연락도 안 오더라구요.


그러다가 우연히 친구 막내동생이 고2라는 겁니다.

잡아서 과외를 했죠.

친구 데려오라고 열심히 꼬셨더니 1명 데려오더라구요.


그렇게 과외생이 무려 3명이나 모였죠.

과외비는 1달에 100만원을 넘어가는 상황...

그 시점에서 과감하게 결단합니다.


공부방을 하자. 


그 당시 지방의 원룸 가격이래봤자 30만원.

70만원 생활비로 하고 30만원을 투자해서 공부방을 만들자.

나도 월 1000만원 버는 공부방 선생처럼 벌어보자.


그렇게 다짜고짜 공부방으로 전환합니다.
그리고 그냥 거기서 살면서 하루 종일 애들 가둬놨었죠.

기적같은 역전을 시키기 위해...


그래도 진심이 통했는지

하나 둘씩 모이더라구요.


학생수가 15명쯤 모였을때

과감하게 원룸 주인세대로 옮겼죠.

거실에선 수업, 나머지는 자습실

구조가 거의 소형학원수준이었습니다.


수업듣고 자습실에서 계속 공부하다가 모르는거 질문하고

그렇게 계속해서 수업을 했죠.
그렇게 어느덧 수강생이 30명쯤 모이더라구요.




그렇게 사업가가 되다

한창 잘낙가고 있을 무렵, 현실적인 위협이 눈 앞으로 다가옵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운명...

군대입니다.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이룬 성과들이 한 순간에 날아가게 생긴 것이죠.

돌파구를 생각해봤죠.


다행히도 제가 군대를 연기하는 동안 21개월이었던 군생활은 18개월까지 줄었더군요.


1년반...딱 1년반만 버티면 되는데

1년반 뒤에 내가 돌아왔을 때

나를 기억해줄 사람들이 있고

나를 다시 찾아줄 사람이 있으면 된다


그렇게 학원을 시작합니다.


학원을 하면 강사를 채용할 수 있게 되고

내가 군대에 가더라도 강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면 된다.

이윤은 0원이어도 된다.


내가 군대에서 전역하고 돌아왔을 때 내가 가르칠 수 있는 학생들을

남겨놓아주기만 하면 된다.


학원을 세웁니다.

스펙좋고 경력있는 강사를 비싼 연봉에 모집합니다.

강사수업에서는 월세만 내면 된다는 각오로 마진없이

소수정예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뭐 나름 그래서 학원이 잘 됐습니다 ㅋㅋㅋ

6달만에 100명을 모았던가?

아무튼 군대덕분에 혼자 일하던 자영업자 프리랜서에서

직원을 부리는 사장님이 되었죠.


사업가로서 재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인생이 참 급속도로 발전한 것 같아요

군대에 있는 상황에서도 나 없이 돌아갈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 구축

극한의 극한의 선택압이었죠.


진화하거나 도태되거나


다행히도 저는 그 극한의 선택압 속에서 진화에 성공하였고


지금은 수업없이 350명의 학생들을 관리하고 있는

이른바 오토학원을 경영하는 시스템 원장이 되었죠.


학군지 네임드 강사에 비하면 버는 돈은 비루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시간적 자유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원장들 커뮤니티 사이에서 나름의 명성도 얻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한 계기로 여러가지 사업에 함께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뭐 해봤자 뻔하디 뻔한 학원프랜차이즈 사업, 문제집 사업이죠 뭐 ㅋㅋ

그렇지만 평생 지방에서 학원만 하다 썩어야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에 사로집한 저에겐

너무 천금 같은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내려놓은지는 어언 몇년이 흘렀고
학생보단 학부모 상대가 편한 능구렁이가 되어버린 나...
수업을 뛸때 수능을 분석하는 날카로운 감각은 이젠 없죠. 


그래서 오르비에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명실상부

수험생 커뮤니티 1위 (팩트는 몰라도 암튼 내 맘속 1위)
최상위권에서 시작해서 중위권까지 저변을 확장하는데 성공하고

많은 스타강사와 문제집을 배출한 곳


이곳에서 글을 읽고 글을 쓰며

사업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합니다 ㅎㅎ


저는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이미 꼰대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제 글이 꼰대같다고 느껴지신다면

제 글이 트렌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느끼신다면

가감없는 피드백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너무 욕은 하지 말아주시구요 ㅠ)



오랜만에 돌아온 이미닉이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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