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알았으면 하는 기존 국어 강의들로는 고득점이 힘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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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미학 상호텍스트.pdf
올해 시행된 평가원 모의고사, 수능에서 전부 전국에서 최초로 당일 해설 강의 영상을 올린 고국양학입니다. 저는 23학년도 수능도, 고난도였던 올해 3월 모의고사도 전부 당일 반나절도 지나기 전에 해설 강의를 올렸습니다.
논증을 펼치기에 앞서
저는 현역이었던 20학년도 수능 응시 당시, 국어 2등급을 제외하면 수학 96 영어 100 사회탐구 50 50으로 상지한에 합격하였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많이 공부한 과목은 국어였습니다. 당시 내로라 하던 강사들의 독서 커리큘럼만큼은 전부 소화했었습니다. 그래서 구조독해만큼은 자신이 있었습니다. 수능날에도 비교대조, 문제해결 등등 구조독해는 정말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안풀리는 문항과 저를 끌고다니기만 하는 지문에 절망했습니다. 저는 분했습니다. 나는 왜 발버둥쳐도 29번이 안 풀렸을까. 바젤 협약 지문의 방대한 내용은 정말 그 짧은 시간 안에 정리와 이해가 가능한 건가. 며칠 뒤 올라온 해설 강의들을 전부 찾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식의 해설은 며칠 동안 준비하면 저도 가능했습니다. 모든 해설이 설명을 위한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12분 13분 안에 저 지문을 읽고 저걸 다 어떻게 하는지는 아무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어떤 강사는 본인도 이해를 못한 듯 설명에 꼬리에 꼬리가 붙기도 했습니다.
결국 한의대 진학을 포기하고, 이 분함을 해결하기 위해 독학 재수의 길을 걸었습니다. 어머니한테 뺨도 맞았습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한 많은 수험생들이 매년 제기하는 이 의문을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1년 내내 국어 연구를 했습니다. 국어과 성취 기준을 찾아보기도 하고, 독서의 가장 작은 단위부터 큰 단위까지 점검하고, 시험지의 고유한 특성, 인간이 텍스트를 통해 사고를 표상하는 원리까지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021 수능에서 시간을 남기고 독서와 문학을 막힘없이 다 풀어냈습니다. 그리고 이를 더 정교화하여 가르치기 위해 다시 한 번 한의대를 포기하고 고려대학교 사범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했습니다.
제가 국어를 연구하면서 찾은 현재의 국어 강의들이 가진 몇 가지의 문제점은 다음의 것들입니다.
1. 지문 내적인 것에 집착하며, 시험지의 특성과 의도에 대한 전제가 잘못됐다.
현재의 독서 강의들은 '물음에 답하기 위해 글을 읽어야 하는' 시험지 구조에 대한 전제가 전무합니다. 현재 26 수능 국어 해설 강의가 거의 올라오지도 않았지만, 강의들은 다 열심히 지문의 내용을 해설하고, 그게 끝나면 순차적으로 문제를 풉니다. 그런데, 그렇게 글을 이해한다고 쳐도 그 내용을 12분 안에 머리에 다 집어넣고 그제서야 문제로 가서 물음에 완벽하게 답변한다? 전제 자체가 잘못됐습니다. 안 그래도 긴장되는데 뭘 묻는지도 모른 채로 일단 글을 다 읽은 뒤 문제에 가서 완벽하게 답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극심한 손해입니다.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예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2017학년도 수능 반추위 미생물 지문입니다.
해당 지문의 세 번째 문제였던 3점 보기 문제입니다. 애초에 이러한 문항에 답하기 위해서 글을 읽는 것이 시험의 구조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뭘 묻는지는 보지도 않고 일단 글을 다 읽고 나서 33번, 34번 풀다가 그제서야 35번을 풀러 오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요? 35번은 2문단까지만 읽어도 답이 나오는 문항인데도요?
보기와 선지가 묻는 것을 정리하면 '섬유소와 비섬유소가 반추위 내에서 에너지원과 포도당 중 무엇이 되는가?'와 '그렇게 생성된 것을 반추위 미생물이 이용해서 대사산물과 포도당 중 무엇을 생성하며, 반추 동물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가?' 입니다. 이를 미리 파악한 뒤에 '미생물 놈 ㅋㅋ 섬유소로 뭐하냐? 그런 다음에 생장하면서 뭐 만들길래 에너지원이 되냐?'을 목적으로 지문을 읽으면,

2문단까지만 읽어도 설명을 다 해줍니다. 실제로 35번이 가장 빨리 풀리는 문항이었습니다. 그런데 굳이 나중에 풀어야 할까요.
우리는 문제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지문을 읽는다는 걸 잊으면 안됩니다. 뭘 묻는지도 모르고 글을 읽으면 극심한 손해가 발생합니다. 저는 이러한 지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인 '목적 독해'를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2. 글을 거시화하는 데에만 집착하고, 미시적인 지점들에는 관심이 없다.
이항대립, 문제해결, 문답, 비교대조 등등 구조적인 독해는 글의 보편적인 구조를 통해 내용을 예측하고 정리하는 데에는 매우 좋은 방식입니다. 다만, 이는 독서 교육과정의 극히 일부입니다. 심지어는 중학교 교육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이것만으로 수능 국어가 풀리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제가 6년 동안 많은 학생을 가르치면서, N수하는 동안 국어 성적이 안 오르는 친구들은 오히려 미시적인 독해가 문제였습니다. 특히, 단어와 문장 수준에서 이해를 수반하지 않고 그저 글자의 나열만 읽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이러니 수능날, 지문의 내용이 어려우면 단어와 문장이 담고 있는 내용은 안 보고, 글자만 읽다가 글이 튕긴다고 하는 것입니다.
쉬운 예시로 제 자료 중 일부를 발췌하여 단어 수준의 사고가 무엇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우측에 제시된 단어의 의미 함축을 이용한 독해를 통해 해당 문항을 쉽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독해를 배운적이 없는 학생들은 미시=A 거시=B와 같은 치환만 해놓고 이항대립을 시도합니다. 이건 오히려 내용을 배제해서 이해와 멀어지는 독해입니다. 대립의 구도인 것은 이용하되, 그 내용적 대립이 어떠한지를 단어 수준 > 문장 수준 > 문단 수준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3.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을 무시한다. 그래서 배경지식과 논증 등의 강의가 미약하다.
15개정 교육과정의 독서 부분 두 번째 문단입니다.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독해하라고 지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공통교육과정인 고1까지의 전과목(통합과학과 통합사회 포함), 기출을 통해 배경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법 지문 모아놓고 푼다고 배경지식이 체계적으로 쌓이지는 않죠. 생각보다 기출 문제는 많은 소재를 반복 출제해왔고, 그 내용과 깊이가 해가 갈수록 깊어집니다. 따라서 이를 체계적으로 모아놓고 연결하며 푼다면 배경지식의 체계가 굉장히 탄탄하게 구축됩니다.
민법 분야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고3 학평에서 나왔던 유증 지문의 마지막 문단입니다. 유류분 제도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는데, 이에 대해 후속 학습한 학생들은 23학년도 9월 평가원의 유류분 지문이 꽤나 잘 읽혔을 겁니다.
다음의 문단들은 채권과 채무를 발생시키는 계약과 관련된 지문들을 발췌한 겁니다.
18학년도 수능 보험 계약 지문 중 일부입니다.

19학년도 수능 계약의 채무 이행 불능 지문의 일부입니다. 계약 해제와 원상회복 청구에 대한 내용이 겹칩니다.
19학년도 수능 계약의 채무 이행 불능 지문 중 일부입니다. 매매 계약을 예시로 채권과 채무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21학년도 수능 예약 지문입니다. 19학년도 수능에서 설명했던 것을 아주 간략하게 제시합니다. 19학년도 수능을 제대로 학습했다면 이해가 쉬웠을 것입니다.

고2 학력평가에 출제되었던 주택임대차보호법 지문입니다. 올해 6평을 풀기 전에 해당 지문의 내용을 제대로 학습한 학생들은 도움이 꽤나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파일로 첨부한 헤겔의 미학 자료를 보시면 22학년도 수능에 킬러로 출제된 헤겔의 절대정신 변증법 반박 지문의 내용이 예전부터 자주 출제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근대 독일 관념론을 한 테마로 가르쳤던 저는 22수능에서 해당 지문의 내용을 크게 적중하여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설명문과는 명백히 다른 종류의 글인 논증에 대한 자세한 강의가 부족한 것도 문제점입니다. 글이 길어지니 이후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이외에도 문법 개념의 설명 및 활용 방법 부족, 화작 강의 부실, 본질에서 멀어진 문학 강의 등의 문제점들이 많으나 차후에 다루겠습니다.
4. 학생들을 체화시키는 컨텐츠와 커리큘럼 부족
제가 가르쳤던 많은 학생들이 의식을 집중시키면 본인이 배운 독해법을 잘 구사했으나, 긴장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제대로 독해법을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능날은 아마 1년 중 가장 긴장되는 날일 것입니다. 우리는 수능날만큼은 수능의 프로여야 하고, 본인이 쌓아온 독해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와야 합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마치 정예요원을 육성하듯, 개념의 학습 이후에도 반복적이고 체계적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독해를 단계적으로 복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학생들이 많이 틀리는 지점들에 대한 민감도를 훈련으로 높여야 합니다. 많은 강의들에 의식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독해를 해내는 전문가로 만들어주는 커리큘럼이 부재합니다.
제가 위에서 제시한 독서 강의들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해결법을 훈련을 통해 체화한다면 국어에서 흔들리지 않는 고득점을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올릴 학습자료들에서 많은 자료와 쉬운 설명으로 이들을 제시해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국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되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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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감사합니다 칼럼은 추천
이 사람 글 진짜 잘 쓰네..
진짜 제가 항상 맘속으로 생각한 것들인데..너무 명쾌하게 잘 말해주시네
감사합니다 진짜로 막힌 혈이 뚫린느낌을 받았습니다
저 또한 오랫동안 수험생활을 했고, 결국 국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채 대학을 진학했었습니다. 항상 마음 한켠에 국어에 대한 아쉬움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현 국어 사교육시장의 문제점을 꿰뚫는 글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셔서, 꼭 잘못된 이 시장을 바로잡아주셨으면 좋겠네요 ㅎㅎ 입시는 끝났지만 수업을 한번 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네요.
고국양학님께선 그럼 한 지문에 딸린 모든 문제와 선지를 요약한 내용을 머릿속에 박아두고 지문 독해하러 들어가시는 건가요..??
객관식 시험의 구조상 묻는 방식은 매번 거의 똑같습니다! 이게 훈련되면 뭘 묻는지 파악하는 게 쉬워집니다. 그리고 물음이 구체적인 문제들은 그 목적을 지문 옆에 적어놔요!
이것도 제가 올해 기출들로 내일 칼럼 올리겠습니다:) 내일 2개의 칼럼이 올라갈 예정이에요. 단어부터 독해하는 법과 목적 독해의 방법과 예시들을 보여드릴게용
국어 시험의 매우 중요한 핵심인데, 머리에 다 박아두지 않을수록 이 시험은 유리합니다!
기대하고있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