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A [622528] · MS 2015 · 쪽지

2025-11-19 15: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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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 착각하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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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 문항은 갑의 주장의 타당성을 평가하라는 것이 아니라, 본문의 칸트 이전의 입장에서 보기의 갑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수 있는지를 묻는 방식으로 ‘인격의 동일성’을 바라보는 칸트 이전의 관점과 갑의 관점의 차이를 묻는 문항입니다. 그런데 위의 교수님께서 하신 분석은 갑의 주장도 타당할 수 있으므로 ③이 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에서는 갑의 주장이 타당하건 타당하지 않건, 본문의 칸트 이전의 입장에서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는지를 묻고 있으므로 이 지점에 초점을 두고 쓰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일성’과 ‘단일한 주관’을 혼동함으로 인해 문항의 출제 의도를 착각하신 것같습니다. 그 이유를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지문] {1}철학에서 특정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인격’, 그중 ‘나’를 ‘자아’라고 한다. {2}인격의 동일성은 모든 생각의 기반이다. {3}우리는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와 동일한 인격이기에 과거에 내가 한 약속을 현재의 내가 지켜야 한다고 판단한다. {4}칸트 이전까지 인격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유력한 견해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시간의 흐름 속에 지속한다는 것이었다. {5}‘주관’은 인식의 주체를 가리키며, ‘인식’은 ‘앎’을 말한다.



위 문단의 맥락에서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생각하는 나’의 영혼이 단일한 인식 주체로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속하기때문에 서로 떨어진 시점에 나타난 두 인격은 동일한 것이다. 이를 좀 더 핵심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시점에서의 P1과 10년 후의 B시점에서의 P2를 가정할 때, A시점에서 B시점으로 이어지는 기간동안에 'P'의 행위, 즉 생각하는 행위가 지속되었다는 점이 P1과 P2가 동일하다는 것의 전적인 근거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칸트 이전에는 단일한 주체가 ‘생각하는’행위를 지속했다는 것만을 근거로 해서 두 떨어진 시점 사이의 인격을 동일한 것으로 규정했다는 말임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갑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생각하는 나’의 인식 행위가 지속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이 보장될 수 없다. (다음과 같은 맥락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신체의 구성 요소도 단일한 것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생각하는 행위를 하는 단일한 ‘주체’인 ‘나’의 지속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신체가 단일한 구성물로 지속되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셈이지요. 


결국 칸트 이전의 견해와 갑은 이렇게 대비됩니다. 

칸트 이전 : ‘생각하는’ 행위의 주체가 단일하게 그 행위를 지속하면 두 시점을 사이에 둔 두 인격은 동일하다.

갑 : ‘생각하는 행위의 주체가 단일하게 인식 행위를 지속하더라도, 서로 다른 주체로(신체로) 분화되어서 지속할 수도 있으므로 생각하는 행위을 단일하게 유지하는 ’주체‘만으로는 떨어진 두 시점 각각의 인격이 곧 동일하다는 것의 전적인 근거가 되지 않는다. (다른 단일한 뭔가가 더 필요하다는 말이겠지요)

 

그러므로 칸트 이전의 유력한 입장은, ’생각하는 나‘가 단일한 주관으로서, 즉 앎의 주체로서(5번) 지속된다는 것만으로 인격의 동일성, 즉, 과거와 현재 각각의 인격이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으므로, 살아 있는 신체와 같이 단일한 개체로서 지속하는 무언가가 더 있어야 한다는 갑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여길 것이므로 ③ 선지는 적절한 진술입니다. 


생각하는 행위를 지속하는 주체의 단일성만으로도, ’인격의 동일성‘을 증명하는데 충분하다고 본 칸트 이전의 입장에서는, 

생각하는 행위만의 지속이 아니라 살아있는 단일한 신체의 지속이라는 조건도 필요하다고 보는 갑의 관점을 충분히 옳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위에서 보듯, 본문에서 표현한 ’단일한 주관‘이라는 말은 ’동일성‘과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 ’단일한 주관‘과 ’동일성‘의 차이를 구별해야 문항의 출제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일한 주관‘을 ’동일한 주관‘, 즉 ’생각하는 나‘의 동일성이라는 말로 이해하게 되면, 갑 주장과의 변별성이 드러나지 않으므로 ③을 틀린 진술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교수님께서 '단일한 주관’과 관련된 ‘단일성’을 ‘동일성’과 혼동하셨기에 출제 의도를 놓친게 아닌가 싶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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