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국어 성현 [1387814] · MS 2025 (수정됨) · 쪽지

2025-10-29 22: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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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소설 감상은 서술자만 잡자! (Feat. 찬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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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서술자 시점독해 학습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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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서술자 시점독해 답안지.pdf

안녕하세요.



국어를 가르치는 성현입니다.

그동안 현생이 바빠 오랜만에 칼럼을 써봅니다.


무슨 주제를 다룰까 쭉 봤는데

오르비에는 비문학 관련 칼럼은 많아도

문학을 알려주는 칼럼은 적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문학'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문학의 Α to Ω까지! 가르쳐드리고자! 했지만..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성적을 바짝 올릴 수 있는 문학 관련 칼럼을 준비했습니다.



오늘 다룰 내용은 문학 감상을 관통하는 서술자의 이해입니다.

이번 칼럼은 특히 소설의 감을 못 잡으신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내용입니다.


혹시 본인이

문학을 못하는 것 같다?

문학에서 30분 이상 시간 낭비가 심하다?

그러면 조금의 시간을 투자해서 읽어보세요.


1. 문학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요즘 수능 문학을 읽는 방식은 이원화된 것 같아요.


크게 나누자면

'온전한 감상'과 '사실적 감상'의 두 부류로 갈라지는데요.


전자의 경우에는 심찬우 선생님이 대표적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이원준 선생님이 대표적이죠.


두 선생님의 강의를 모두 들어본 사람으로서

저는 두 선생님의 중도(中道)가!

가장 바람직한 수능 문학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문학은 사실을 바탕으로 감상하는게 바람직하겠죠.

(무지성 팩트체크X, 무지성 상상, 공감X)


그러려면 우리는 서술자를 이해해야 합니다.


2. 서술자가 중요한 이유?


문학에서는 서술자가 중요합니다.

라는 말은 자주 들어보셨죠?

요즘에는 서술자의 초점, 거리감에 관한 문제도 자주 등장했고요.


그런데 어디도 서술자 자체에 집중해 작품을 분석하려는 관점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준비해왔지요..



문학 감상에서 서술자가 강조되는 이유는 작품과 독자를 이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서술자의 눈으로만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메타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소설은 잘 설계된 하나의 작품입니다.

따라서 서술자의 표현은 작가가 독자에게 의도적으로 주는 감상을 내포합니다.


독자가 작품 자체의 세계관을 파헤치거나 확장할 수 없고,

오직 서술자가 보고 느끼고 표현한 것에만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술자의 이해'를 통해서 작품을 감상한다면

작가가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감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문학을 텍스트 덩어리로 보고 선지랑 무지성 크로스체크할 필요가 없어요.

감상이 중요하다고 아무 인물에나 이입하고 공감할 필요도 없습니다.


단지 서술자 자체만 이해한다면 작품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우리는 서술자와 인물을 구분해야 합니다.


3. 서술자와 인물의 차이를 알아보자!


그렇다면 서술자와 인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단적으로 인물은 작품 내부의 존재입니다. 외부에 존재할 수 없죠.

반면 서술자는 작품 내부의 존재일 수도, 외부의 존재일 수도 있어요.


이처럼 서술자 = 등장인물인 경우를 1인칭 서술자 시점.

서술자 ≠ 등장인물인 경우를 3인칭 서술자 시점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작가의 입김이 더 들어간 쪽은 3인칭 서술자이겠죠.

특히 고전 소설에서 어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서 평할 때 자주 등장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서술자는 작가가 우리에게 씌어주는 안경입니다.


우리는 서술자로 등장하는 존재나 인물의 성격, 배경 등에 따라

작품의 사건과 다른 인물들을 재단하여 볼 수 밖에 없거든요.

어떻게 보면 인물/사건 자체와 달리 '왜곡'된 상을 본다고 할 수도 있겠죠?


저는 그걸 문학 용어인 거리감과 엮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경과도 같은, 왜곡된 서술자의 시선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거리감'인거죠.


4. 문학 감상의 기본 원리는 '거리감'이다.


제가 생각하는 문학 감상의 기본 원리는 '거리감'입니다.


서술자/화자가 어떤 인물/사물/사건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물리적 거리감

우리가 해당 인물/사물/사건에 느끼는 감상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서술자의 묘사가 따뜻하면 우리는 인물을 긍정적으로,
서늘하면 부정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감상은 텍스트가 아니라 서술자의 감정선를 따라 움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서술자나 화자를 이해하고,

그가 어떤 관점에서 세계(작품)을 바라보는지 파악해야만 합니다.


즉 심찬우 선생님이 강조하시는 작품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는 방법과 상통하고,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맥락을 통해 문학을 감상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서술자를 통해 자연스레 인물/사물/사건에 대한 호오(好惡)가 드러나니

긍정이나 부정같은 사실적 대립 구조가 파악되는 틀로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문학은 사실을 바탕으로 감상하는게 바람직하겠죠."

라는 문학 감상법에 부합하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여기서 입이 근질근질한 분이 계실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럼 너가 하는 말이 인물 파악 잘하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

따끔한 반론 제기죠.


물론 맞습니다. 

제가 말하는 서술자의 이해는 인물 파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강조하는 포인트가 다른 겁니다.


우리가 파악한 서술자의 시선으로만 작품 내의 존재를 이해하자는 거죠.

즉, 초점화자(焦點化者)처럼 서술자가 어떤 관점을 견지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이 미묘한 포인트를 집어내는 분이 

문학 독해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인물 파악이 중요해~

나오는 인물에 싹 공감해볼까? 가 아니라.


서술자가 각각의 인물/사물/사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보자! 라는

일관적인 작품 감상의 태도 정립이죠.


그럼 서술자의 이해에 대한 평가원의 입장까지 확인해봅시다.


5. 서술자 이해에 대한 평가원의 입장


2024학년도 수능 - 박태원, 『골목 안』 31번 문항



2024학년도 수능에 출제된 박태원의골목 안

'서술자 이해'를 정확히 묻는 대표 작품입니다.


인물 관계 파악에만 집중하던 학생들에겐 

서술자의 초점화라는 생소한 내용으로 충격을 준 작품이었죠.


몇 년이 지나도 최고난도의 문학으로 불리는 할매턴우즈의 악명은

그만큼 학생들의 서술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짐을 방증합니다.


보기 내용을 확인하면,


1. 서술자가 자신의 시선으로 서술

2. 초점화자(焦點化者)의 시선으로 서술


로 나뉜다고 설명하며 '서술자의 이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역시 우리는 서술자의 관점이 언제 변했는지,

서술자의 관점이 무슨 태도를 견지하는지 확인하는게 우선이겠죠.

(서술자 이해를 체화하면 이게 기본 태도여야 합니다.)


해당 작품에서는 크게, 중략 전후를 기점으로 

초점화자의 시선 변화가 나타납니다.

2024학년도 수능 - 박태원, 『골목 안』 중략 이전

㉠ 아래의 '갑득이 어미는~' 부분에서

서술자의 초점 갑득이 어미에게 맞춰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초점화자(焦點化者) 갑득이 어미인 셈입니다. 


 이 구간에서 갑득이 어미는 ㉡의 '갑순이 할머니의 말'을 상상하며,

딸 정이의 잘못을 꾸짖는 할머니의 태도 속에

사실은 자신의 천한 신분을 업신여기는 차별적 사상이 기저에 깔려있다!

라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이 장면을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서술자의 시선'이 곧 작품의 해석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서술자는 3인칭 제한적 전지적 시점을 취해
오직 '갑득이 어미'내면과 감정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작가는 갑득이 어미의 눈으로 세계를 비추고 있는 것이죠.


이로써 독자는 자연스럽게 갑득이 어미의 감정공감하게 됩니다.
'배지 못한 행랑것', '상것', '양반' 등의 어휘는
사회적 차별을 드러내며, 갑득이 어미의 억울함에 동조하도록 유도합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갑순이 할머니를 부정적인 인물로 인식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의 '갑순이 할머니의 말'이 실제 있었는지,
아니면 갑득이 어미의 상상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즉, 독자가 접하는 모든 정보는 '갑득이 어미의 생각'을 통해 전달되는 것입니다.

큰따옴표를 사용했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 대화였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서술자의 관점을 고려하면,
이 장면은 갑득이 어미가 자신의 불만을 정당화하기 위해
할머니의 발언을 '차별적 언행'으로 해석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인물을 부정적 인물로 재단하는 장면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작품의 세계를 임의로 확장할 수 없습니다.
독자는 오직 서술자가 보여주는 범위 내에서만 이해해야 합니다.
이 장면의 해석은 전적으로 초점화자인 갑득이 어미의 시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관점에서 31번 문항의 정답인 ②번 선지를 살펴보면,

'상황을 잘못 인지한 채'라는 부분이 잘못된 표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갑득이 어미가 정확히 잘못 인지했는지, 혹은 올바르게 인지했는지
서술자가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갑득이 어미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사실뿐입니다.

결국 이 문항은 '서술자의 초점과 정보의 한계' 자각했는가를 묻는 문제였습니다.


만일 서술자가 보여주지 않은 사실추측했다면 오답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단순히 인물 관계 파악에만 치중한 감상을 했더라면 답을 맞추기 쉽지 않았겠죠.


하지만 서술자의 시선을 추적하며 읽었다면,
자연스럽게 작품의 맥락과 평가원의 출제 의도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자, 초점화자의 시선이 변화하는 중략 이후도 한번 봐보겠습니다.


2024학년도 수능 - 박태원, 『골목 안』 중략 이후



이번에는 '그것은 전혀 예기하지 못하였던 억울한 말이라,' 등을 통해

서술자의 관점이 할머니의 시선으로 초점화되었음을 알 수 있죠.


이 과정에서 독자는 갑순이 할머니 억울함을 느끼고,
반대로 갑득이 어미 ‘시비만 걸려’ 하는 태도를 보며 

그녀의 부정적인 성격을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이웃 사람들이 할머니를 지지하고,
심지어 갑득이 어미의 남편인 양 서방마저도 할머니의 편을 드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떠오릅니다.

 


"어? 갑순이 할머니가 나쁜 사람이 아닌가?

 

갑득이 어미는 왜 할머니한테 이렇게 공격적이지?"


이렇게 서술자의 관점 변화를 통해서,

독자는 인물들을 보다 입체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하게 됩니다.


중략 이전에는 신분 차별을 당하던 불쌍한 인물로 그려진 갑득이 어미가

중략 이후에는 오히려 할머니에게 시비를 거는 인물로 보이게 됩니다.


중략 이전에는 차별적인 인물처럼 보였던 갑순이 할머니가

중략 이후에는 억울하고 결백한 노인으로 느껴집니다.


따라서 문학을 감상할 때는 인물 파악을 하겠다는 이유로 

인물의 단편적인 행동이나 대사만으로 성격을 단정짓기보다,

서술자의 관점이 누구에게 초점화되어 있는가를 중심으로 읽어야 합니다.


이것이 곧 작가가 의도한 작품의 감상 방향을 올바로 파악하는 길입니다.


현대소설에서는 이처럼 대립적 관계에서의 초점화 전환을 통해

독자에게 다양한 감정과 시각을 체험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대립이 아닌 상황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6. 서술자 이해를 연습하기 좋은 평가원 세트


위에서 배운 서술자 시점독해 개념을 

실제 평가원 작품에 적용해볼 수 있도록 구성한 세트를 제공해드립니다.

8개의 평가원 문학 세트로, 각각 문제지와 답안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든 작품은 '서술자의 관점'을 중심으로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우수한 훈련용 문제들로 적절하게 구성했습니다.


참고로 18년도 9모 눈이 오면에는...


2018학년도 9월 모의평가 - 임철우, 『눈이 오면』 中

어디선가 익숙한 말투가 느껴집니다..



찬우야이!


이거 볼 때마다 괜히 찬우쌤이 떠올라요...


하여간 이 학습지를 통해

학생들이 서술자의 관점, 인물의 내면, 시점 전환을 

실전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즉, 단순히 내용을 파악하는 연습이 아니라,

 '누가 보고, 누가 말하는가'를 읽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목표죠!


결국 문학 감상의 본질은 서술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작품 속에서 근시안적으로 인물이나 사건만 분석하려고 들지 말고,
'이 이야기를 누가, 어떤 눈으로 보여주고 있는가'를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


그 시선만 붙잡으면, 작품의 감정선, 거리감, 내면세계까지 한 번에 정리됩니다.


서술자 시점독해를 통해 여러분이
서술자는 작가가 우리에게 씌어주는 안경
이라는 관점을 체화하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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