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리탕 이야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5211583
오늘은 저녁은 닭도리탕을 먹었습니다.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하고 배달 예상 시간이 50분이나 넘겼지만, 결과적으로 전혀 기다림으로 인한 화보다는 부끄러움이 큰 저녁이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에 느끼는 바가 있어, 이렇게 남겨 두고 뒷날에 돌아보도록 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적어 남깁니다.
---
오늘은 금요일 치고 오후가 바쁜 날이어서 저녁은 매운 게 먹고 싶었습니다.
퇴근하고 배달의 민족 앱에서 좀 뒤적리다가 예전에 시켰던 닭도리탕이 생각나 전에 먹었던 메뉴로 그대로 시켰습니다.
평소보다 퇴근이 좀 늦어서 안 그래도 허기졌던 지라 밥 먹으면서 볼 유튜브 골라두고 예상 도착 시간에 맞춰서 햇반도 하나 돌려두고 대기했습니다.
심심해서 다른 영상이나 좀 보면서 라이더분을 기다리는데, 어느새 예상 시간보다 20분이 넘도록 안 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밥도 다 식어서 물 맺히는 것도 그렇고 배도 고프기도 하고 그래서 괜히 짜증이 났습니다.
그래서 가게에 통화를 하고 음식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가게 배달이라 라이더 위치 조회가 안 됩니다 ) 가게는 굉장히 당황한 목소리로 이미 나갔다고 하며 라이더 분과 통화하겠다고 합니다. 일단 20분이야 참을 만하다고 생각해 적당히 오겠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기다린 지도 40분이 됐습니다. 배가 고프니 짜증이 좀 많이 나더라구요.
다시 가게와 통화하며 취소를 요청하니 굉장히 난처한 목소리로 곤란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가게 배달에 대면 결제여서 저나 가게는 별다른 타격은 없을 테지만, 라이더분이 해당 음식을 대신 결제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만, 솔직히 저와 가게 잘못은 아니니까 '별 상관없잖아?'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도 가게는 취소는 곤란하다고 하며 기다리라고만 하니 답답했습니다. 배고픈 와중에 취소가 안 되어서 다른 걸 먹을 결정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언제까지고 길어질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한 10분 좀 넘게 배달의 민족 고객센터를 통해서도 가게로 취소 요청도 하고 전화로 배달의 민족 측에 취소 접수하려고 전화통화 하고 있으니 예상 시간 50분을 넘겨서 현관문 노크 소리가 들렸습니다.
잔뜩 심통 난 상태에서 뭐라고 따질 생각으로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집 근처 식당 앞에 라이더끼리 보도에서 담배 피우고 시시덕 거리는, 소위 '딸배'들이 모이는 곳이 있어 항상 오면서 가면서 보다 보니 그런 날티나는 사람이 어디 설렁설렁 돌아다니다가 올 거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앞에 계신 분은 한국어도 잘 못하시는, 어눌한 말투로 연신 죄송하다고 하시는 중년의 외국인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차가 너무 막혀요."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저보다 나이도 한참 많으신 분이 연신 죄송하다고 하며 제가 전화한 것 때문에 가게에서 온 전화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운전 중일 거라는 걸 알면서 여러 번 전화하던 제가 많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조용히 결제하고 "저도 죄송합니다."하고 받았습니다. 받아서 먹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매운 건 잘 먹으니, 닭도리탕이 매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수령 후 가게에 핑계인 줄은 알지만 그런 상황인 줄 몰랐으며, 괜히 저 때문에 라이더분이 곤란을 겪으신 것 같아 바쁘시지 않은 시간에 라이더분께 오늘 늦은 것을 마음 쓰지 말아달라 전달해달라고 전화 드렸습니다. 라이더분께 대면해서 직접 전하는 것이 옳은 줄로 알지만, 어버버하다가 놓치고 말았네요.
---
오늘 일은 배달 지연에 따른 정당한 고객의 권리 주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현관문을 열고 마주한 것은 잘못한 일방과 사과받아야 할 사람 아니라, 그저 상황이 안 좋아서 이렇게 불편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이었습니다. 밥값 2만원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숙이는 입장과, 마찬가지로 필요 이상으로 뻗대려 한 졸렬한 마음이었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행유여력 즉이학문이라고 했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보다 실천을 강조하며 중요한 것은 지식보다 먼저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의미의 구절입니다. 비록 도덕과 철학, 윤리를 공부하는 것을 업으로 삼지는 않지만, 국록을 먹으며 연구라는 지식 노동에 종사하는, 대학씩이나 나온 사람이 할 행동은 분명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바쁘고 급하게 사는 사회인이라는 핑계로 공손함, 신뢰, 관용, 너그러움 등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혹은 일부러 모르는 체하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얼굴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으로 나는 냉혹하지 않았나 또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오늘 일로 평소의 생활을 돌아보게 되어,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남겼습니다. 쓰다보니까 별 재미는 없네요. 그래도 공부하시다가 심심풀이로 쓱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04년생#05년생#07년생 인증O) 탈탈털린 짱르비 33 20
-
#공지#국어#독학생 9모 '두 출발' 떠 먹여드림 98 30
-
월례고사 79점입갤ㅋㅋㅋ
-
우주의 밀도 뜻 0 0
우주의 밀도=암흑E밀도+ 암흑물질밀도+보통물질밀도를 인가요?
-
어 즛토 티켓팅 어제였음? 5 2
-
이재명대통령 지지율 올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12 2
중국인 제한 아기 2명이상 놓지 않으면 여자도 강제 군대 국방비 최대 증액 사형...
-
아뭔통신대기야 3 0
일단전보고했어요소대장님
-
총정리과제 0 0
다마자따
-
이거진짜인가요 8 1
개씨발
-
과1사1은 과탐 가산 못받음? 4 0
대학 마다 다른가 이거도
-
강X 15회 96이네 4 0
미적 28번 계산 검토할 엄두도 안나서 안했는데 ㄹㅇ 틀려있노 ㅅㅂ - 빼먹어서 틀렸네
-
옯남충 짤 이거 3 1
진짜 하나같이 ㅈㄴ 음흉하네
-
물리 화학 특징 2 0
=> 희망편 => 절망편
-
씹고수 6 1
20번 빈칸X 21번 ㄱㄴㄷ 22번 수2 28번 정답3 29번 급수X
-
내 눈이 잘못된 거임? 10 0
ㄱ선지 x가 도대체 어디 있는지 안 보이는데
-
2025 수능수학 동의하시나요 1 0
2025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영역은 사교육을 받아야만 풀수있는 문제는...
-
국어도 참 갈길이 멀다 0 0
그래서 자기위1로 하자면 공부한 문법 다맞았네
-
허블법칙을 만족한다라는 말은 허블상수x거리=후퇴속도 공식을 은하가 만족한다는...
-
저 같은 검정고시 생은 이제 수능으로만 대학에 가긴 어려운건가요 ?? 의치한...
-
지인짜 만약 내년 수능 치면 27 2
대성만 살까 국어 유대종 수학 이미지 영어 이명학 탐구는 투투하고 싶은뎅 누구듣지
-
육하원칙과 4대 추론 0 0
육하원칙을 이용한 질문들로 재료가 되는 사실들을 알아내고 그 사실들을 4대추론인...
-
수학 만점마무리 고난도 하이퍼 0 1
문제 풀어봤는데 개어렵네 아무리 내가 통통이 2등급밖에 안된다해도 확통 26 28...
-
다른 탐구 과목들은 킬러라 해봤자 주제 돌려 막기인데 지학은 뭐 파도파도 끝이 없이...
-
10덮 라인 잡아주실분,, 0 0
화작 70 확통 70 영어 77 사문45 생윤42...
-
수학 소신발언 6 0
실모 글 같은 거 보면 지로함에 되게 집착하시던데 느낌상 얘도 28처럼 원히트원더...
-
저녁으로 설빙이나 조져야지 5 0
초코시럽 존나뿌린 ABC초코빙수 드가자
-
수학 이렇게하면 안돼? 3 0
미1만 우진이 듣고 확통은 A강사 대수는 B강사
-
유후
-
수능흡연 루틴 3 0
일어나서 나가서 한대 도착해서 한대 국어치기전 국어운영생각하면서 한대 국어끝나고...
-
강대x 시즌3 12회 후기 0 0
92점 15,30틀 드디어 평가원을 반영하기로 했는지 공통을 좀 쉽게냄 22번은 좀...
-
우영호샘 수강하긴했는데 교재는 굳이 안사고 수특에 필기하면서 공부했고 수완 하고,...
-
피해망상 지리네 진짜 9 2
ㅉㅉ
-
아수라 막주에 뭐함? 2 0
계획표 보면 담주면 김승모도 끝날거같은데 수능 응시하는 그 주에 아수라에서 뭐시킴?
-
출산율은 떨어지고 고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몇년 있으면 gdp도 15위로...
-
근데 둘다 휴가나온는 애들이라 안만나기도 뭐하고
-
역법의 유교적 관점과 조선시대 통시적으로 자체 역법이 만들어지고 발전하고 일본에다...
-
군인 시절 후임이 관물대에 4 0
하면 된다! 가 아니라 되면 한다!라고 붙여 놔서 이새끼 뭐지 싶었는데(심지어...
-
근데 햄버거는 영양이 안좋음? 4 0
양배추,토마토 있어서 영양분이 고르지않나
-
국어 바로 정상화댐 2 0
수능 1등급 두가자
-
이용이용양 4 2
9평때도 개구라 등급컷으로 분탕쳤던애니까 또 당하기 싫으면 미리 차단해두샘 ㅇㅇ
-
오늘따라 유난히 글이 튕김 4 0
시발 하...존내 정보량 많네
-
1회 92였나 88이었나 기억 가물가물 2회 100 3회 88 시즌2는 풀지말지...
-
남은 기간 수학 공부질문 0 0
3등급 목표인 확통러입니다 76점을 3컷으로 예상하고 76점이 목표인데 공통이 쉽게...
-
사랑한다고 이년아 6 0
코오피 한잔 하자는데 왜이리 튕겨
-
B4용지 프린트 해주는곳 2 0
어디가야하나
-
이거 가성비 창렬이네 1 1
조그만한게 5천원정도함
-
2106 문학 좋네 0 0
지금 풀면 연계체감 가능 ㅋㅋㅋㅋ
-
뭐 단순히 우와 예쁘다 귀엽다 이런거 말고 예술작품 속에 숨어있는 감동을 느껴라 미학을 느껴라
-
10덮 등급 예측 부탁드립니다 0 0
언매 92 확통 85 생윤 47 사문 47
-
메타 좈나 천박하노 6 2
금딸이든 폭딸이든 니들 알아서 생각해 ㅋㅋ
-
경제 브릿지 난이도 어떤가여 2 0
이런건 예상 등급컷이 없어서 난이도를 잘 모르겟네















득도리탕이네요공부는 안 했는데 심심풀이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