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 국어] “표구된 휴지” 깊이 읽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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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1. 왜 나는 편지를 보고 비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을까.
주제 2.1 왜 나는 친구가 떠날 때 지게꾼의 편지가 생각났을까.
주제 2.2 내가 편지를 바라보다 알 것 같아진 ‘친구의 심정’ 은 무엇일까.
주제 3. 왜 지게꾼은 편지로 동전을 쌌고, 버리기까지 하였을까.
주제 1. 왜 나는 편지를 보고 비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을까.
우물집 할머니가 하루 앓고 갔다. 모두 잘 갔다 한다. 장손이 장가갔다. 색씨는 너머 마을 곰보영감 딸이다. 구장네 탄실이 시집간다 …
이 편지를 읽고 화자는 왜 비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을까요? 이 부분을 자연스레 이해하고 넘어갔다면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고 있는 분입니다. 하지만 ‘그냥 웃은 거구나’ 하고 넘어갔다면 이는 소설이 차려준 사람의 이야기 중에서도 진미인 부분을 휑 하고 지나가 버린 것입니다. 비시시 - 웃은 것은 와하하! 허허허! 하고 호탕히, 유쾌히 웃은 것이 아닌 은은하게 퍼지는 웃음일 것입니다. 만화에서는 주로 캐릭터의 얼굴이나 테두리가 흐물흐물해지며 녹아내리는 듯이 묘사하는 그런 웃음입니다. 얼굴의 긴장이 풀어지며 어딘가 가슴 한켠이 따스워지는 웃음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은행원과 지게꾼이 공존하는 시대입니다. 시골에 살던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올라오는 시대이며, 도시라는 새로운 공간의 삭막함과 딱딱함이 안겨주는 괴리감이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시대입니다. 문득 이상-날개의 한 문단이 떠오른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도심 분위기 속에서 이렇게 걱정이 담긴 따스한 편지를 보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례적이라고 해서 이질적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도심 속에서 잊고 있던 따듯한 가족간의 걱정, 정겨운 마을 사람들과의 유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문이나 벽에 붙이는 종이를 떼어 적은 서투른 글씨, 그런 글씨 속에 담긴 어머니의 걱정과 따듯함, 마을 사람들의 소식을 알려주는 것에서 느껴지는 유대감. 이 모든 것이 도심 속에선 볼 수 없는 그리운 현상이기에 화자는 비시시 웃음이 새어 나온 것입니다.
주제 2.1 왜 나는 친구가 떠날 때 지게꾼의 편지가 생각났을까.
친구가 떠나는 비행기를 보며 문득 화자는 편지의 내용을 생각합니다.
니떠나고메칠안이서송아지났다
지게꾼은 돈을 벌기 위해 마을을 떠나 도시로 향했습니다. 지게꾼의 어머니는 떠난 지게꾼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젠 자신의 친구가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떠납니다. 어머니가 지게꾼을 도시로 떠나보내고 쓴 편지를, 화자는 친구를 외국으로 떠나보내며 떠올린 것입니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 순간 화자는 편지를 쓴 어머니의 내면세계에 공감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주제 2.2 내가 편지를 바라보다 알 것 같아진 ‘친구의 심정’ 은 무엇일까.
감감히 잊어버리고 있던 편지를 친구를 떠나보내며 다시 생각하니 화자는 편지의 수신자와 송신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하게 됩니다. 지게꾼의 어머니 정도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동일시를 한 것일까요, 화자는 그대로 표구사에서 편지를 가져와 화실에 걸어 둡니다. 그 전까진 그저 창호지에 서툴리 적은 마을 소식과 어머니의 걱정 정도로 이해하여 비시시 웃고 넘어갔던 편지가, 이제는 도심에서 볼 수 없는 시골의 대부분을 담고 있는 하나의 상징이자 그 세계를 보이게 하는 통로로 보인 것인지, 화자는 이 편지가 글과 그림이 합쳐진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렇게 화실에 걸린 편지를 바라보고, 외국으로 ‘떠난’ 친구를 생각하니 왜 친구가 이 편지를 표구해달라 하였는지 점차 화자는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친구는 진작이 차가운 휴지 조각에서 따뜻한 정과 유대를 본 것입니다. 친구는 도심에선 느끼기 어려운, 어쩌면 도시의 특성이 말소시킨 정겨운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편지가 소중히 보였던 것입니다. 조금 과장한다면 전장에서 가족 혹은 연인의 사진이 담긴 팬던트를 바라보는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직접 누군가를 떠나보낸 입장이 되어보니 편지에 담긴 세계를 느끼게 된 화자는 편지가 하나의 예술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제 3. 왜 지게꾼은 편지로 동전을 쌌고, 버리기까지 하였을까.
약간은 외적인 주제입니다. 하지만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외지에서 일하다 가족에게 편지를 받는다면 보통은 소중하게 다룰 것입니다. 그러나 지게꾼은 편지로 돈을 싸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은행 휴지통에 버리기까지 합니다. 이것이 편지인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동전을 쌀 종이가 마땅치 않아 편지를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냥 저금통을 그대로 들고 오면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무작정 꺠고 보니 담아갈 곳이 없어 유일한 넓은 종이인 창호지에 주섬주섬 담아온 것이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아니면 이런 편지를 받은 적이 한둘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매주 오는 편지로 수북히 쌓인 창호지가 집에 더미째 있어 그냥 쓴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하다 최서해의 ‘백금’ 의 한 부분이 생각났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온 주인공의 비애가 담긴 최서해의 자전소설입니다. 소설의 일부분을 발췌하며 이만 글을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어머니 용서하소서! 이 자식이 성공하는 날까지 어머니 꼭 살아 계시소서! 백금아! 울지 마라 잉! 아버지 돌아가는 날 이쁜 모자와 맛난 과자를 많이많이 사다줄게. 할머니 모시고 울지 마라 잉!
여기까지 쓰다가 나는 그만 일기책에 머리를 박고 울었다. 문을 꼭 걸고 가슴을 치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소리 없는 뜨거운 눈물을 기껏 뽑았다. 이렇게 소리 없는 울음을 기껏 울다가 오정이 넘어서 밖에 나서니 천지가 누런 것이 진흙물을 흘린 듯하다. 나는 미친놈처럼 이 골목 저 골목 방향도 없이 허둥지둥 쏘다니다가 해 진 뒤 하숙으로 돌아와서 어머니와 R형에게 이러한 뜻으로 편지를 썼다.
ㅡ이제부터는 절대 내게 집 소식을 알리지 마세요. 나도 내가 죽든지 살든지 성공하기 전에는 편지를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 뒤로 내 생활은 그저 번민과 고통의 생활이었다. 아무 신통한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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