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허수가 말아주는 2606 경외감 논란 종결문 (+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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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 6평 복습을 다시 하면서 경외감을 다시 만났는데요,
이 논란에 대해서 국어 레전드 허수인 제가 감히 한번 주장을 펼쳐봐도 되겠사와시붕?
(아래의 글은 주관적인 견해와 분석이 가득가득 담긴 글이니 양해 바랍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상에게 경외감을 드러낸다는 표현은 맞습니다.
그리고 경외감을 드러낸다는 표현이 틀렸다는 것도 맞습니다.
제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상’이라는 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상 - 주로 예술 작품을 이해하여 즐기고 평가함. (표준국어대사전)
평가원 공식자료나 교육부 지침사항을 보면 학생들이 ‘폭넓은 감상’을 하는 것을 학습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객관식 문제의 특성상 개개인의 주관적인 감상능력을 일일히 평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감상은 ‘내가’ 즐기고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주관적인 것이죠. 그렇다면 평가원은 ‘감상’이라는 부분을 어떻게 객관식으로 평가할까요?
이에 대해서 평가원은 두가지 방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보기>문제로 불리는 ‘외적준거 활용 방법’과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외적 준거는 출제자의 감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 텍스트를 넘어, 한발짝 더 나아가 해석하는 것을 외적 준거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상이 아닌 출제자의 감상을 수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포인트인 것이죠. 평가원은 대부분의 문학 지문에서 <보기>를 활용하여 폭넓게 감상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물어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적준거를 활용하지 않는 방법으로는 어떻게 감상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 평가원은 ‘허용 가능성’판단을 활용하여 평가합니다. 평가원은 수험생이 ‘다양한 맥락에서 폭넓은 감상’을 하는 것을 학습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외적준거를 제시하지 않는 방법은 이 목표를 아주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출제자의 감상을 준거로 삼아 선지를 판단할 수 없으니, 출제자가 제시했을 때 납득가능할 만한 선지는 전부 맞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해당 작품에 대한 어떠한 주관적인 감상이라도 ‘합리적인’ 감상이라면 전부 허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두가지 방법이 수험생에게 요구하는 바는 같습니다. ‘출제자의 감상을 기준으로 해도 절대로 안되는 것을 판단하는 것’이 바로 출제의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관점을 기반으로 2026학년도 6월 모의고사 32번의 5번 선지를 살펴보겠습니다.
⑤ [E]: 대상과의 정서적 거리가 멀어지는 상황에서 ‘차를 멈추고 뒤돌아’봄으로써 경외감을 드러내고 있다.
선지를 분해하여 분석해보겠습니다
- [E]는 대상과의 정서적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E]에서 화자는 ‘차를 멈추고 뒤돌아’봄으로써 경외감을 드러내고 있다.
1번부터 보자면, 당연히 틀렸습니다. 시 전체적으로 직접적인 감정어까지 드러내며 화자는 시적 대상에 대해 끝까지 좋은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서적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절대로 안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2번을 보겠습니다. 화자가 경외감을 드러내는가에 대해서는 텍스트로 봐서는 절대 확증할 수 없습니다. 즉, 다양한 감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2번 문항같은 경우는 위에서 말씀드린 평가원의 두가지 방법 중 두번째 유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적준거 없이 주관적인 선지를 활용하여 허용가능성을 평가하고 있죠.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지판단의 기준이 ’나의 감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 논쟁에서 경외감에 대해서 어느 한쪽으로 확언하는 것은 자신의 감상을 선지판단의 기준으로 두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후적으로 논문 등의 외적 준거를 활용하여 정오를 판단하여 주장하는 것도 잘못된 접근이라고 할 수 있죠. 따라서 그러한 방식으로 이 선지에 대해 판단하는 사람은 전부 틀렸습니다. 경외감을 봤을 때, 철저히 출제자의 기준으로 생각을 해야합니다. 그럴 경우에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평가원이 절대로 답으로 주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1번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해서 용납될 수 없는 확실한 근거가 도출되는 반면에 2번은 그럴 수 없음을 느껴야 합니다. (논쟁거리가 된다는 것 자체가 둘다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의 반증입니다.)
경외감이 들지 않았다는 주장과 경외감이 든다는 주장은 ‘자신의 감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둘다 타당한 말입니다. 하지만 평가원은 절대로 수험생의 감상만을 기준으로 하여 정오가 판단되도록 하는 문제를 출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문학의 특성상 주관성이 활용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문학 공부를 하는데에 중요한 태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저는 이 논쟁거리보다 앞선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평가원 문학 문항에서의 발문제시가 아주 애매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설명‘, ’이해‘, ’감상‘은 문학 발문에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인데, 이 세가지를 여러관점에서 다르게 분류를 해봐도 발문으로써 정확히 무엇을 출제하고자 하는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데이터상으로 봤을 때 높은 확률로 출제되는 유형은 있습니다만, 발문에서 나오는 애매함은 매번 생기는 것 같습니다.
경외감도 그 애매함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평가원에서 외적준거 없이 ’이해‘를 묻는다면 텍스트 간의 피상적인 관계를 묻고 그에 대한 감상이나 해석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뇌피셜임). 32번 문항도 그러한 양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2번 문항의 5번 선지를 제외한 다른 문항들은 텍스트 기반 독해로 처리할 수 있는 피상적인 부분을 묻고 있습니다. 하지만 5번선지의 경외감은 피상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느낌표 사용, ‘하늘의 기둥’같이 텍스트 기반으로 경외감을 맞다고 볼 수도 있지만, 논쟁거리가 된 이상 실패한 발문 제시라고 생각이 듭니다. 다만, 선지에서의 ‘정서적 거리’라는 표현이 텍스트 기반으로 확실히 걸러지기 때문에 비판을 함과 동시에 “역시 이게 평가원이지”를 외치며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 이 관점으로 24수능 겸양도 뚫어낼 수 있습니다. <보기>로 자랑스러움이 확실히 재껴집니다(‘출사하지 못해서 그지같은 곳에서 사는 선비의 회포에서 자랑스러움이 느껴진다.’가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oh no입니다). 생각해봤을 때 겸양도 양쪽 입장이 다 허용가능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겸양도 틀린 것 같긴 한데.. ‘선비’가 자신을 야인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자신을 낮추고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낮춤으로써 자신의 지위가 가진 힘을 내려놓고 한발짝 물러나 양보한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 겸손과 겸양은 같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 작품에서 선비가 자신을 야인으로 칭한 이상, 그것을 두고 평가원은 절대로 겸양이 맞다 틀리다를 결정적인 정답의 근거로 내놓지 않는다는겁니다.
결론: 맞다 틀리다 확언하는 사람들 다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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