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멸망기원1367일차 [1399787] · MS 2025 (수정됨) · 쪽지

2025-10-09 02: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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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주의)처음으로 올리는 글(현역)+고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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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수능 얼마 안 남긴 현역 고3입니다..... 심란해서 그런지 여기에라도 뻘소리를 늘어놓고싶네요...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보내시는 학원만 왔다갔다하고 주변에서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야지~ 하는 소리들으면서 꾸역꾸역 억지로 공부를 했습니다. 솔직히 어렸을 땐 제가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도 몰랐고  그냥 부모님이 시키니까 했습니다. 맨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게임하고 살다가 정신차리니 중학생이 되어있더라고요...? 그때까지 저는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학원에서 억지로 시키는게 아니라 제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도 하지 못 했고 해야겠다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생각 없이 학원만 질질 끌려다니고 매일 놀다가, 중학교 2학년이 되고 나서 첫 시험 10일전에 이 시험을 잘 못보면 나는 끝장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자학을 진짜 너무 많이해서 이거라도 못 보면 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진짜 태어나서 처음으로 순공 5시간씩 넘게 찍으면서 벼락치기 대성공을 했습니다. 부모님은 정말 깜짝 놀라셨고 (얘가 왜 공부를 하지 하며 당황하셨습니다)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있죠... 기간을 1주에서 2주, 20일로 점점 늘리긴 했지만 몇 달씩 길게 꾸준히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10일동안 공부 6시간씩 하는 것도 저에겐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시험기간이 될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계속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학원 거의 매일 가는 것 조차도 힘들었어요. 숙제 하는 건 더 더 힘들었고요... 그래도 중학교라 그런지 성적은 잘 나왔고 190점대로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일반고를 갔습니다. 


 그런데... 겨울방학에 공부를 정말정말 안 했을 뿐더러 한달간 하루에 2~3시간씩 공부하는걸로 고등학교 시험 준비는 택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제 나름대로는 노력을 그래도 한거고 한달동안 꾸준히 하는게 진짜 힘들었어요... 특히나 도대체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혀 감이 안 왔습니다. 중학교때는 문제집 없이 그냥 학교에서 준 자료랑 교과서만 봤거든요. 결국 대차게 시험을 말아먹었고 그때부터 공부는 더 더 하기 싫어져서 진짜 입에 꾸역꾸역 쑤셔넣듯이 했습니다.


 하기 싫은 건 고3을 앞둔 고2가 되면서 더욱 더 심해졌습니다. 제가 왜 대학을 가야하는지 몰랐고 다른 걸 도전하고 싶었고(문예 창작학과, 미술 입시 등) 그냥 제가 좋아하는걸 하러 떠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입시는 비싸고 제가 뭘 하든지 의지가 없는 사람 같아서 너무 멍청한 도전 같아보였어요. 도전은 무섭지 그렇다고 공부 열심히 하자니 너무너무 하기가 싫고 의미가 없어보이지... 열심히 공부하는 애들을 보며 쟤네들은 대체 대학을 얼마나 가고 싶길래 저렇게 하는건지 멋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할 지경이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썼던 실패하면 목숨을 던져버리겠단 강박에 가까운 자학이 아니면 저는 그렇게 하지 못 했거든요... 그 자학도 이미 다 써버린건지 쓰려고 하려해도 이제는 그냥 다 그만두어도, 내 인생이 지하 끝 바닥에 떨어져도 무슨 상관이 있겠냐는 생각만이 들었습니다. 


 공부를 하다가 너무 하기 싫어서, 이것밖에 못 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주기적으로 울었습니다. 대부분의 나날을 행복하고 즐겁게 보냈지만 생각 뒷편에 찌꺼기처럼 달라붙은, 나는 한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고3이 되면서 저는 제 자신과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공부를 나름 즐거운 것으로 받아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너무 훌륭하고 좋은 부모님이 있고 귀여운 동생도 있고 좋은 친구들도 있어서 배경으로는 뭐 하나 부족함이 있다고 전혀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사랑을 많이 받아서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냥 저 자신이었어요.


 이번해 4월달부터 정신줄을 잡기 시작하며 나름 꾸준히 생전 안 가던 스카도 다니기 시작하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기 싫어도 이건 내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했어요. 그렇게 공부를 안 했어도 제가 좋아하는 영어만큼은 취미로 자주 해서 그런지 늘 모의고사 1등급이었으니까 그래도 나름 할만해보였어요. 좋은 대학은 꿈도 안 꾸고 인서울만 이상한 과라도 꾸겨 들어가면 너무너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국어학원도 가고 수학 과외도 했습니다.


 그런데 모의고사 성적이 너무 안 오르는거에요... 맨날 백분위 평균 70... 수학은 늘 4등급.... 다음은 괜찮겠지 괜찮겠지 그래도 계속 하자 하고 공부를 하긴 했는데....


 9월 모의고사를 기가막히게 말아먹은겁니다... 국어학원에서 이감모의고사 80점 중후반대가 꾸준히 나와서 국어 성적이 조금은 오를 줄 알았는데 이번에 국어 60점대가 나온거에요... 멘탈이 와사삭 갈리면서 "아, 그냥 나는 이정도이구나. 내 착각이였구나. 나는 왜 그런 기대를 했을까. 그래, 나는 역시 안 될줄 알았어. 괜한 생각이었어. 이럴거라면 왜 애초에 공부를 하려고 했던걸까." 하는 생각이 계속계속 지금까지 끊이질 않습니다... 모든게 의미가 없어보이고 그냥 지금 당장 빨리 수능을 봐서 전부 다 끝내버리고 싶다는 마음밖에는 안 들어요.... 다 지치고 제가 지금까지 뭘 하려고 했나 싶습니다. 9모 끝나고 일주일 내내 스카에서 울고 나아졌나 싶었는데 얼마뒤 누구 죽은 것 마냥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저는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 할 것 같고 죽을 때까지 패배자로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렇게 공부를 안하고 왜 이렇게 의지가 안 생길까요 이 글을 적고 있는 것 조차 한심하고 제가 쓴 모든 말이 하찮은 변명같습니다... 그냥 제가 귀찮고 게을러서 그렇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요...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읽어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건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흐리흐리해서 적어봤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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