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9년전 수능본 아재의 이야기 +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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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3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11월이 다가와도 싱숭맹숭한 느낌은 커녕 전날이 되어서야 아 내일 수능이야? 하는 아저씨입니다. 졸업증명서를 메일로 보냈는데 뱃지를 주지 않아서 그냥 3류 어그로 글로 묻혀서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좀 슬프겠지만 갑자기 생각나서 들어왔고 제 이야기나 좀 일기장처럼 풀고 나가려구요 ㅎㅎ
10년이 지나도 시험들은 원점수는 진작 까먹었지만 등급은 기억이 나더라구요. 대략 기억나는건 고2 11월 고3 6평 9평 수능 이정도 기억납니다. 대학교가서 반수를 했는데 재수 성적은 수학 이후론 볼 것도 없이 수학을 망해서 국어와 수학 점수만 기억이 나네요 저의 고등학교 생활과 수능에 대해서 필력은 부족하지만 썰을 좀 풀고 여러분들께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선 제가 졸업한 학교는 그 지역에선 나름 유명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그냥 듣보인 지방 기숙사 학교입니다. 그래도 내신은 매우 치열했었습니다. 수학 내신은 그럭저럭 1 2등급이었으나 국어교과 내신은 5 6등급 영어는 3 4 5 왔다갔다 했던 것 같습니다. (3학년 1학기까지 합산내신 3.7등급정도 였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첫 일주일은 수학여행온 기분이었습니다. 밤에 몰래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자고 공부에 대한 경쟁도 없던 시기라... 그냥 학원숙제만 야자시간에 좀 하다가 아무 생각없이 지내다 소등하면 자고 그랬습니다. 첫 주 주말에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캠퍼스투어와 인서울 대학 입학한 선배님들의 멘토링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서울대학교 홍보동아리 샤인의 민트색옷 입으셨던 누나는 제게 세상은 불공평하단걸 알려주신 분이십니다. 남자 고등학생의 눈에 엄청엄청 예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 목표는 서울대로 바뀌었습니다. 요즘도 샤인이라는 동아리가 있나요? 서울대 재학중인분들 얘기해주십쇼. 사실 안될 걸 알면서도 내신에서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2학년 1학기 끝나고 건강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그때 기말고사를 망친 터라 비슷한 내신으로 선배님들이 가는 대학들은 눈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때 병원에서 뚜렷한 목표 없이 공부만 했던 것 같습니다. 주치의 원장님께서 우리 아들도 학생처럼 공부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말씀도 해주셨죠 ㅋㅋㅋㅋ 그러다가 연고티비라는 유튜브를 보게 됩니다. 자~ 지축을 박차고~ 자~ 포효하라 그대! 저게 청춘이구나! 했습니다. 내가 무슨 서울대야 2과목 포기하고 닥 정시박고 연고대 가야지 -> 그리고 고2 9월모의고사에서 11111 한국사까지 싹 1등급을 처음 받아봅니다. 여담으로 그 당시에 썸타던 여자애가 제 가방뒤지다가 그 성적표보고는 저를 엄청 비행기 태워줘서 너무 좋았었네요 ㅎㅎ 고2 11월 모의고사에선 국어 100 수학 92 영어 100으로 11121에 한국사는 기억안납니다. 암튼 기고만장해졌죠. 여기서 제 목표는 의대로 바뀝니다.
고3이 되어서 저는 담임선생님께 정시로 대학에 가겠다고 선언해버립니다. 그리고 친 3월모의고사 딴건 기억안나는데 수학이 97점 이었던건 기억납니다. 1등급이긴한데... 병신이 처라리 96을 맞지 그리고 6월 모의평가 등급은 21222 역시 재수생들이 같이 치는 시험은 장벽이 높더군요 또 기억나는건 수학 30번이 미분도하고 적분도하고 뭐 이상한 문제였는데 답도 기억납니다 83 암튼 그걸 전교에서 저 혼자 맞았는데 중복조합 4점짜리 26번인가 27번을 틀려서 결국 96점 1컷에 머물렀던... 그런 아쉬움을 뒤로한채 여름이 됩니다.
다른 친구들은 다 자기소개서 작성이 한창입니다. 전교1등 내신이 2.5 정도라 다들 종합을 노려서... 문제는 이 때 저도 놀았다는 겁니다 ㅠㅠ 고2 11월 모의고사 성적표 얘기의 썸녀는 여자친구가 되어 있었고 주말엔 학원과 학원 사이에 데이트하기도 했습니다. 다니던 수학학원을 7월까지 다니고 그만두었습니다. 같은학교 친구들이랑 다녔는데 저희 반이 그냥 종강했습니다. 그때 수학학원 선생님이랑 악수를 하고 이젠 인강과 자습으로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 물1과 생1을 했습니다. 생1지1 안한걸 본과1학년까지 후회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기대하던 9월모평 22232 9모 다음날까지가 수시원서접수였는데 저는 수시를 단 한군데도 쓰지 않았지만 9평친날 하루만에 자소서 빠르게써서 내야하나 고민을 많이했습니다. 여자친구도 충격을 받았는지 휴대폰을 정지시켜 이메일로 주고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성적표 받는날 찢어 버리는걸 본 담임선생님께서 제 손을 잡아주시며 선생님은 널 믿는다 라고 하셨는데 솔직히 개T이지만 눈물났습니다 남은 두달은 인생을 건 것처럼 공부했습니다. 학원교재도 틀렸던거 개념부터라도 다 정리하고 파이널 인강을 듣고 종이모의고사도 많이 풀었습니다. 국어의 유형이 좀 많이 바뀌던 해였는데 드디어 좀 적응한듯 보였습니다. 수능 전날 예비소집 갔다가 집에서 과탐 인강 강사님 노트들을 좀 보다가 저녁을 먹고 (뭐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잠에들려고 하는데... 1시간만에 깼습니다. 10시에 자서 11시에... 그리고 5시까지 그냥 누워서 눈만꿈뻑... 5시부터 한시간정도 더 잤습니다. 아 시발 좆댔다!
수험장에가니 담임선생님께서 또 너를 믿는다 잘보고와 눈물을 훔치고 화장실가서 똥누고 유대종선생님이 인강에 공유해주신 예열지문을 풀고 일부러 매기지는 않았습니다. 첫 국어시험지를 푸는데 어라? 제가 가장 먼저 시험지를 넘기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막히면 넘어가는 스타일인데 45번까지 하나도 안넘어가고 그냥 풀었습니다. 오 시발 뱍점인데? 시간 5분남았는데 그냥 잤습니다. 결론적으로는 93점입니다. 5번 화작 3점짜리 ㅅㅂㅅㅂㅅㅂ!
수학도 막히면 넘어가는데 그냥 21번도 바로 풀리고 28번까지 35분만에 풀었습니다. 병신같이 5분동안 인터뷰 준비했습니다. 왜녀면 국어 100인줄 알았으니까요 수학도 60분동안 풀면 100일거라 생각했슴다. 29 30도 심지어 풀었습니다! 괴랄한 저만의 방법으로 풀어서 그렇지 30번은 최소를 묻는 문제였는데 729 나왔던건 기억하네요 ㅋㅋㅋㅋㅋ 답은 216입니다. 29번도 전 틀렸는데 밥먹을때 19 맞춘 친구한테 우겼던 기억이... 암튼 영어시간엔 좀 힘들었습니다. 은선진 선생님 강의를 많이 들었었는데 이게뭐지?이게뭐지? 상황이 발생 -> 이성적 추론이 힘들어졌습이다. 빈칸을 마지막에 풀었는데 시간이 얼마없어 결국 하나 찍었습니다. 물론 맞았어요 대충 답은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뭐 이런거였는데 캬~ 양놈들은 있어보이는게 답이지 사면서 찍었습니다. 물리시간도 어려워서 이거 재수각인가?? 100 100 2 2 50이면 의대 가나?? 이런 생각하면서 풀었습니다. 38일눌 알았는데 43인가 42얐습니다. 생1은 그냥 다 풀고 막힘 없었습니다. 이당류 이딴건 당연히 맞았죠 ㅎㅎ 48점이었습니다. 성적은 11121로 9평기준 과목별로 1등급 상승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경상댜 의대가 빵꾸가나서 갈 수 있었다는 사실에 후회했지만 뭐 지방 치대를 들어가서 졸업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어쨌든 어딜 가든 항상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겐 많은 행운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생 재핟생분들 오해는 말아주세요 폄하라는게 아니라 임플란트의 대가 원장님중에 경북대 출신 조선대 출신 원장님도 계시고 사랑니 발치로 유명한 분 중에도 전북대ㅜ원장님도 계시고 뭐 그렇습니다. 그 분들처럼 어디서든 자기 분야를 잘 개발하고 우직하게 공부하고 일하면 꼭 돌아오는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항상 행운이 따르길 이번 수능에서 꼭 원하는 점수를 받길 바라겠습니다.
제가 도움을 받았던 인강들입니다.
전형태선생님 형태잡기 문법
김상훈선생님 문학론
유대종선생님 치열하게 독하게+ebs
수학은 동네학원 다녔습니다
이명학선생님 리드앤로직
은선진선샹님 나논독
전홍철선생님 ebs
물리 정원재선생님 김성재선생님 강의
생물 윤도영선생님
한국사는 그냥 한국인 맞냐? 라는 난이도였습니다 저때는
암튼 이 기록이 얼마나 읽혀질지 남아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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