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수능보스 [348584] · MS 2010 (수정됨) · 쪽지

2025-09-06 20:47:22
조회수 2,953

9모 국어 총평 : 2022수능보다 어려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4580424

총평

독서 : 평이(하지만 정보량 및 선지 판단의 인지적 부담은 증가)

문학 : 어려움

언매 : 매우 어려움


이번 9월 모의평가는 네 가지 명확한 특징을 드러냈습니다.


첫째, 시험의 무게중심이 '독서'에서 '문학'과 '언어와 매체'로 이동하는 기존의 기조가 확고히 유지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교육 경감 대책'이 빠진 만큼 독서의 난도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지만, 평가원은 24~25시즌의 출제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둘째, 문제 풀이의 핵심 요구 역량이 '글의 대의나 맥락(Context) 파악'에서 '미시적 정보 처리'로 완전히 전환되었습니다. 거의 모든 문항이 지엽적인 세부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거나, 선지 내부 단어/표현 간의 세밀한 의미 차이를 구별해야만 풀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셋째, 그 결과 평가원 시험이 '사설 모의고사'와 매우 유사해졌습니다. 제목을 가린다면 이감 모의고사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문학과 언매 파트를 통틀어 요구하는 인지적 작업의 양이 매우 많은 것은 이러한 경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마지막으로, 문학에서는 EBS 연계 학습의 중요성이 절대적인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작년 수능과 마찬가지로, <이화전>의 21번 문항이나 <화전가>의 30번 문항 등은 연계 작품에 대한 사전 학습 여부가 시간 단축과 정답률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내가 99%...? 이번 시험의 변화


A. 결과 보고: 93점, 백분위 99%


  • 성적: 공통(-2), 언매(-5). 원점수 93점, 예상 백분위 99%.

  • 오답 유형: 실력의 영역 2문항(33, 38번), 신체의 영역 1문항(39번).

최고 실력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점수입니다. 저는 다 풀고 10분 가량이 남았는데, 다 푼 뒤에 10분의 검토 시간을 들였는데도 오답을 수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번 시험의 변화된 경향을 보여줍니다.





B. 원인 분석: '신체'의 오류와 '설계'된 함정


이번의 백분위 99%의 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제어하지 못한 '신체'의 변수입니다. 그동안 모든 요소를 통제하려 했지만, 시험 주간의 누적된 수면 부족(3일간 18시간 미만)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는 39번 문항에서 실수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오류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제 '신체 최적화' 이론의 실패 사례이자,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생생한 데이터입니다.

둘째, '실력'의 영역을 파고든 출제진의 정교한 '설계'입니다. 33번과 38번 문항은 시간을 되돌려 다시 풀어도 정답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38번의 '이나마'는 기존의 문법 지식에 익숙한 수험생을 노린 고도의 함정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평가원의 출제 기술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지문별 분석


출제진이 전체적으로 ‘학생스러운’ 소재들을 EBS 연계교재에서 선택해서 출제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입니다(SF영화/저널리즘/축음기).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했다면 알 수 있는 파동의 진동수와 진폭에 대한 내용을 축음기 지문에서 출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적정 변별력은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선택지 판별 단계에서 능력에 따른 변별이 이루어지도록 단어/표현들의 미묘한 용법 차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였습니다.


수능 역시 이 기조를 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번 9모에서 확인된 출제 원리를 바탕으로 기존 EBS 연계 예상 지문 리스트를 전면 수정하여 다시 게시하겠습니다.

(9모에서는 EBS 수능완성은 거의 연계되지 않고, 수능특강 위주로만 연계된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이 점 사과드립니다.)







[#4~9번, SF영화]

6번 문제 : [A]는 SF를 통해 현실 너머의 이상적인 세계를 탐색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보기>는 SF속 유토피아(이상적 세계)는 결국 외부의 위협이나 내부의 갈등에 의해 붕괴하기 때문에, 현실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현실 너머에서 찾으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정보량이 매우 많아 이 내용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이해를 하였다면 1~3번 선지는 바로 소거되며, 4번과 5번 선지 중 5번을 고르면 됩니다.


8번 문제 : 2026 이감 5-5의 8번 문제와 똑같은 논리로 출제되었습니다. <보기>에 나온 ‘지상이 콘크리트 건물의 잔해로 뒤덮인’ 이미지는 분명히 ‘이미지’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가)의 본문 2문단에 나온, ‘이면에 감추어진 이념을 암시하거나 비유하는 이미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답은 1번입니다.


<보기>와 선택지 내부에서는 모순이 발생하지 않지만, 본문에서 제시하는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 오류 유형입니다.













[#14~17번, 축음기, 디지털 소리 저장, 지각부호화]

16번 문제 : 파동의 ‘주파수(=진동수)’와 ‘소리 크기(=진폭)’을 구별하는 것은 통합과학에서부터 등장하는 개념이고, 파동의 이러한 성질은 과학의 여러 학문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17번 문제 : 본문의 마지막 문단에서, ‘차폐 문턱값’은 ‘차폐음의 임계대역’과 ‘최소가청강도’를 모두 반영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파악하여야 합니다. 현장에서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만 했다면 1분 미만으로 풀이 가능한 정도로, 선택지는 쉽게 줬습니다. 하지만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3~5분 이상 걸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18~21번, 이화전]

18번 문제 : 그냥 5번 선택지의 ‘근거 없음’이 정답의 근거인 문제입니다. 수험생의 확신을 의도적으로 흔드는 유형이므로, 나머지 4개 선지를 반복 검토하며 시간을 투자해 실수를 방지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정답 결정 논리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21번 문제 : EBS 연계공부를 하였다면, 암수 여우 쌍을 잡아야만 진정으로 ‘위기를 탈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들어가기 때문에 5번 선택지의 정답을 고르기 매우 쉬워집니다. 본문 내부에서도 근거는 있지만, 연계 공부가 큰 유불리를 가를 수 있습니다.









[22~26번, 현대시+고전수필 복합]

23번 문제 : 정답 선지는 3번인데, ‘그것’이 ‘멀리’ 있음으로 인해 화자가 느끼는 아쉬움 <- 같은 건 없습니다. 이 역시 선택지 내부에서는 모순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문을 확인해 보면 ‘그것(=달)’이 ‘멀리서’도 나를 끌고 있고, 그것은 내가 ‘달빛 체질’을 가졌다는 것을 말할 뿐입니다. 


오답을 찍으신 분들은 거의 4번 선지를 찍으셨을 듯합니다. 많은 사설모의고사 풀이를 통해 문장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을 키우면, 이런 류의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6번 문제 : (다)글의 본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1번과 2번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게 되고 지옥으로 갑니다. 1번과 2번 선택지는 모두 (다)에 대한 진술이 틀렸는데, 1번, 2번 선택지의 진술들이 모두 문학에서 자주 나오는 관용적인 주제들입니다. 


따라서 이것들이 틀렸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다)를 정말 꼼꼼하게 읽은 뒤, 본문의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해야만 합니다. (다)글은 ‘포용하는 삶의 중요성(1번 선지)’이나,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2번 선지)’를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험에서 38번과 더불어 최고 난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7~30번, 화전가 + 시조 복합]

27번 문제 : 꽤나 생소한 선지가 정답이고, 1번을 찍은 분들이 은근히 많을 것 같습니다. 사설 많이 풀면 되는 유형입니다.


30번 문제 : 화전놀이를 가는 것 자체가 ‘일상적 생활’에서 벗어난 특별한 경험이라는 점을 파악해야만 합니다. 본문에서 “날짜를 정하자 하니 좋은 날은 언제런고 / 이월이라 이십오일 청명시절 제때로다 / 손꼽고 바라더니 어느 덧에 다닫고야”라는 구절과, “규중에 썩힌 간장 오늘이야 쾌한지고”라는 구절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일상적으로는 조선 시대 사대부 여성들이 규방에서 규중생활을 하지만, 오늘(화전놀이 하는 날)만은 그 일상에서 벗어난 것이지요.


이러한 유형은 사설에서도 거의 보여준 유형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 고전시 본문의 ‘모든 표현과 단어들’을 거의 다 최대한 이해한 뒤에, 본인 나름대로 논리를 전개하고 추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고 난도 유형입니다.








[31~34번, 현대소설(두 출발)]

32번 문제 : 인물들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한 뒤에 약간의 추론까지 필요합니다. 사설 많이 풀면 됩니다.


33번 문제 : 저는 자꾸 모든 진술이 옳다고 생각이 들어서, 이 문제만 3번 풀었습니다. 하지만 2번 선지에서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음을’이라는 표현이 틀렸습니다. 본문의 ㄴ. 아래에서도 “응? 치전이가 죽었어?”하고 놀라는 소리도 그중에서 들렸다는 근거를 명시적으로 주었습니다. 정답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면 이런 서칭도 필요하다는 교훈이 있습니다. 


저는 3번 선지에서 시간적인 내력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것이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것을 관용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가지고 3번을 찍었습니다. 다시 놓고 보니 신체적인 능력치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언어와 매체]

35번 문제 : 부사격조사 ‘와/과’와 접속조사 ‘와/과’를 구별하는 문제였습니다.


36번 문제 : 의도적으로 시간 소모를 유발하는, 정답률 대비 효율이 극도로 낮은 문항입니다. 저 역시 2번의 풀이 과정에서 5분 가까운 시간을 소모했습니다. 사설을 많이 풀면서 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8번 문제 : 최고 난문입니다. 1번 선지를 찍은 비율이 매우 높은데, 1번 선지에서 “작은 집이나마”에서 ‘이나마’가 하나의 보조사라는 점을 파악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저는 ‘이다’라는 서술격조사의 활용형에 ‘나마’라는 보조사가 붙은 것으로 현장에서 파악하였고, 시간을 많이 들여 문제를 계속 봤지만 틀렸습니다.


4번 선지에서 ‘로써’라는 것이 격조사라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보조사인 줄 알았습니다. 실력틀 깔끔하게 인정합니다.


39번 문제 : 33세의 나이로 신체적 최적화를 하지 못한 죄로 틀렸습니다. 틀렸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기에 시간이 남아도 검토를 할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신체적 최적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최상위권의 수능은 결국 ‘두뇌로 하는 올림픽’입니다.











최종 분석 및 생각

저는 언어능력시험의 손꼽는 고인물인데, 이번 시험은 저에게 체감 난이도가 2022수능보다는 약간 어렵고, 2024수능보다는 약간 쉬웠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나온 등급컷은 22수능보다 높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수험생 분들이 고난도 독서 지문(브레턴우즈 체제, 헤겔 등)에 약하고, 고난도 문학/언매에 조금 더 강하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향은 그러한 고난도 독서 지문이 요구하는 ‘배경지식의 양’이 많은 것 때문입니다. 배경지식의 장벽을 걷어내고, 시험이 요구하는 순수한 인지적 출력(net cognitive output)의 총량만을 본다면, 이번 9월 모의평가는 악명 높았던 2022수능보다도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고 확신합니다.


이는 수능 국어가 점점 제한 시간 내에 두뇌의 처리 속도와 정확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두뇌 올림픽'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언어능력시험에서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지식’이라는 요소의 중요도가 떨어지고, 오직 훈련된 ‘신체’와 ‘스킬'로만 승부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저 역시 남은 기간, 이번 9모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 모든 것을 다시 최적화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정진하여, 좋은 결과를 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보는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10월 더프 분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