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Q&A] 인문논술도 사실 독해력 싸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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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국어 비문학이 너무 약점인 경우(=자신이 없으면)
인문논술 지원을 재고해보는 게 좋음.
비문학 실력이 단기간에 상승하기는 어렵듯이
논술 파이널 특강을 듣는다고 독해력이 유의미하게 좋아지진 않음.
다만 형식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도움이 될 것임.
(* 수능/모의고사 국어 등급으로 말하기는 어려움.
문학과 언매가 들어가 있기 때문임.
물론, 논술에서도 시/소설 문학 작품이 나오기 때문에
문학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딸리는 것도 곤란함)
“지금부터 해서 ~ 학교 논술 합격 확률이 유의미하게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음.
학교마다 제시문을 어느 정도로 분석해내길 원하는지,
제시문의 양과 질(난이도, 분석의 깊이)이 모두 다름.
따라서 위의 질문을 하기 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여도 좋으니,
직접 기출을 뽑아서 실전처럼 시간 재고 풀어볼 것,
그리고 예시답안과 비교해볼 것을 권장함.
그러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힘.
‘내가 남은 시간 안에
이 정도의 퀄리티의 답안은 뽑아낼 수 있겠다 or 없겠다’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음.
만약 이런 감이 안 잡힌다면,
최소한 기출 1set는 실전처럼 풀어보고
써낸 답안으로 논술 선생님한테 피드백을 받아보자.
그러면 보통 객관적으로 남은 시간 대비 가능성을 말해줄 것임.
그니까 “가능?” 질문을 하기 앞서,
파이널 강의를 결제하고 무지성으로 원서를 쓰기 앞서,
기출을 ‘자가진단’의 개념으로 풀어보는 노력은 하자.
Comment)
물론 인문논술의 기본기로써
각 유형에 대한 접근법이나 문장 어투와 같은
형식적인 측면도 중요하긴 함.
근데 이건 진짜 습득하는데 일주일도 안 걸림.
논술 실력이 있는 사람한테 배우면 하루 컷이고,
독학한다고 해도 시중에 판매되는 기출분석서,
돈을 쓰고 싶지 않다면 '논술 가이드북'이나 떠도는 합격자 예시답안만 분석해도
유형에 따른 접근법이나 답안에 구현할 형식은 스스로 정리할 수 있음.
심지어 유튜브에도 무료 논술 해설 강의가 찾아보면 꽤 있음.
답안의 형식을 익히는 것은 '의지의 문제'임.
여러 학생들의 답안을 보고 첨삭하면서 느끼는 점은,
다들 어디선가 뭘 배워서
형식적인 측면에 있어서 '합격자 답안'스러운 흉내는 잘 낸다는 것.
즉 형식은 그럴 듯해보이는 수준까지 단기간에 실력을 급조할 수 있음.
그래서 논술 학원에 1개월 정도 다니고 난 후
학생의 달라진 "글빨"을 보고
학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달라졌구나, 실력이 높아졌구나' 생각하게 됨.
학생의 답안을 받아서 보면
어휘력의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음.
근데 어휘력은 현실적으로 지금 높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도 하고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제시문을 디테일하게 독해하는 것임.
제시문을 대충 뭉개읽지 않고,
하나의 제시문을 구성하는 여러 문단,
그 한 문단을 구성하는 여러 문장들의 관계와 역할을 따져가며 읽으면
제시문을 '단순 요약'하는 것이 아닌 '논증 관계에 따라 재구성'해줄 수 있음.
다음은 연세대 2025학년도 기출의 제시문 (가) 일부임.
한번 읽어보고 지문에 대한 해설을 보기 바람.
_
인간의 행위를 도덕적으로 선하게 만드는 것은 결과의 좋음이나 유용함이 아니라 그 행위를 낳은 의지의 선함, 즉 선의지에 있다. 왜냐하면 선의지만이 무조건적으로 선하기 때문이다. 선의지란 다른 어떤 이유 때문이 아니라 오직 옳다는 이유만으로, 즉 의무이기 때문에 행위하는 의지를 말한다. 달리 말해서 선의지란 오직 도덕법칙을 따르려는 의지이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이나 즐거움을 추구하려는 욕구, 두려움이나 동정심 등의 감정과 같은 자연적 경향성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도덕법칙을 명령으로 강제하지 않으면 도덕법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도덕법칙은 인간에게 ‘도덕법칙에 따라 행위하라’는 명령으로 다가온다. 도덕적 명령은 어떤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명령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무조건적인 명령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고, 이성적 존재란 자기 의지의 모든 주관적 규칙을 통해 보편적으로 법칙을 수립하는 자로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도덕적 명령을 따르는 것은 외부에서 부과된 법칙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존재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 수립한 보편 법칙에 스스로 복종하는 것이다. 즉, ‘의지의 자율’이다. 이성적 존재는 도덕적 존재로서 자유로우며, 그 자유의 본질은 의지의 자율이다.
생윤/윤사를 선택하지 않아서 배경지식이 없다는 전제 하에, 첫 번째 문단부터 문장의 역할을 분석해보겠다.
_
인간의 행위를 도덕적으로 선하게 만드는 것은 결과의 좋음이나 유용함이 아니라 그 행위를 낳은 의지의 선함, 즉 선의지에 있다. 왜냐하면 선의지만이 무조건적으로 선하기 때문이다. 선의지란 다른 어떤 이유 때문이 아니라 오직 옳다는 이유만으로, 즉 의무이기 때문에 행위하는 의지를 말한다. 달리 말해서 선의지란 오직 도덕법칙을 따르려는 의지이다.
⇨ 첫 번째 문장은 어떤 정보를 담고 있다고 압축해서 말할 수 있을까?
바로 " 선한 행위의 원인(근원)에 대한 정보" 를 말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즉, '선한 행위의 원인= 선의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P->Q라는 인과관계 도식으로 정리해준다면
"선의지 -> 선한 행위" 라고 정리해줄 수 있다.
⇨ 상식적으로, '선한 행위'는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좋은 것이다.
⇨ 그렇다면 '선한 행위= 좋은 것'을 유발하는 '선의지'는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좋은 것이다.
⇨ 따라서 '선의지'는 제시문 (가)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대상인 것이다.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문장은 '선의지'에 대한 부연설명이므로 붙여서 읽어주면 된다.
그렇다면 첫 번째 문단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정보는 두 가지이다.
1) "선의지 -> 선한 행위", 다시 말해서 선한 행위의 원인은 선의지
2) 선의지는 긍정적인 대상
이제 두 번째 문단을 분석해보겠다.
_
인간은 자신의 이익이나 즐거움을 추구하려는 욕구, 두려움이나 동정심 등의 감정과 같은 자연적 경향성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도덕법칙을 명령으로 강제하지 않으면 도덕법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도덕법칙은 인간에게 ‘도덕법칙에 따라 행위하라’는 명령으로 다가온다. 도덕적 명령은 어떤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명령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무조건적인 명령이다.
⇨ 첫 번째 문장은 어떤 정보를 담고 있다고 압축해서 말할 수 있을까?
'도덕법칙을 명령으로 강제해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즉, '도덕법칙을 명령으로 강제해야 하는 이유= 인간의 도덕법칙 위반 가능성 존재' 라는 것이다.
⇨ 근데 '인간의 도덕법칙 위반 가능성 존재'의 이유가 또 나온다. 그게 뭘까?
바로 인간은 자연적 경향성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나온다.
⇨ 즉 이를 "P->Q" 인과 관계 형식으로 정리해주면,
"자연적 경향성 극복 쉽지 않음 -> 인간의 도덕법칙 위반 가능성 존재 -> 도덕법칙을 명령으로 강제"
이렇게 된다.
⇨ 또한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라면 그 대상은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당연히 나쁜 것이기 때문에 '극복을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적 경향성'도 '부정적인 대상'으로 처리해줄 수 있다.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문장은 '도덕법칙을 명령으로 강제'에 대한 부연설명이므로 붙여서 읽어주면 된다.
그렇다면 두 번째 문단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정보는 두 가지이다.
1) 자연적 경향성 극복 쉽지 않음 -> 인간의 도덕법칙 위반 가능성 존재 -> 도덕법칙을 명령으로 강제
2) 자연적 경향성은 부정적인 대상
마지막으로 세 번째 문단을 분석해보겠다.
_
그러나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고, 이성적 존재란 자기 의지의 모든 주관적 규칙을 통해 보편적으로 법칙을 수립하는 자로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도덕적 명령을 따르는 것은 외부에서 부과된 법칙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존재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 수립한 보편 법칙에 스스로 복종하는 것이다. 즉, ‘의지의 자율’이다. 이성적 존재는 도덕적 존재로서 자유로우며, 그 자유의 본질은 의지의 자율이다.
⇨ 첫 번째 문장과 두 번째 문장의 관계는 무엇일까?
바로 첫 번째 문장은 두 번째 문장의 '전제'가 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문장에서는 '인간은 이성적 존재자'임을 말한다.
두 번째 문장에서는 '도덕적 명령을 따르는 것에 대한 정의(조건)'을 설명한다.
즉, '도덕적 명령을 따르는 것에 대한 정의(조건)'에
'인간은 이성적 존재자'라는 것은 기본 전제이다.
⇨ 즉 "P->Q"에서 P를 Q가 성립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고 이해한다면,
위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자 (기본 전제) -> 도덕적 명령을 따르는 것
⇨ 그 이후 문장들은 그냥
"도덕법칙에 따르는 것이 자유를 억압하고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를 실현시킨다고 보는구나" 정도로 정리하였다.
앞서 말했던 바와 같이,
형식은 단시간에 급조할 수 있지만 (그래서 그럴듯해보이는 답안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내용의 깊이는 상대방에게 그럴듯한 '지식'을 배웠다고 단기간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님.
왜냐하면, 답안 내용의 깊이는
곧 제시문을 얼마나 이해하고 분석했는가에 달려있고
이는 다시 말해서 '독해력'과 직결되기 때문임.
즉, 남은 시간동안
답안을 기계적인 틀에 맞춰서 적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시문을 천천히 음미하고 문장 하나하나의 역할과 관계를 따져보면서
제시문을 분석하는 경험이 더 중요함.
(즉 수동적으로 어떤 강의나 책에 의존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자신이 분석해보고 스스로 납득하는 것이 중요!!)
사실 제시문 분석만 잘 되면,
문제에서 제시문 간 비교를 시키든,
어떤 제시문을 설명하라고 시키든, 평가하라고 시키든
풍부한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고 봄.
앞으로 과외돌이/과외순이한테
2012~2025학년도 기출 제시문 던져놓고
물론 FULL 답안 작성도 중요하지만
제시문 분석을 제대로 하는 것에 대해 훈련시킬 예정.
수능 직후 일주일 내외로 공부해서 논술 합격한 사례가 종종 보이는데
대부분 국어 재능충일 가능성이 높긴 함.
그거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남은 기간동안 제시문 분석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 됨.
최대한 많은 N개년치의 기출을 구해서
제시문을 여러번 읽어보며 파길 바람.
이는 비단 연세대 논술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학교의 논술을 대비하든, 합격을 거머쥐고자 한다면
그 학교의 입학처 사이트에 들어가서
최소 5개년 이상의 기출(다다익선임)은 제시문 및 예시답안을 분석하고
논리가 거의 암기가 되어 있어야 함.
덧)
2012학년도~2020학년도 모의논술 기출까지
코드킴님이 PDF 파일로 잘 병합해서 과거에 올려두셨더라고요.
과거 옛기출 모음집이 필요하신 분들은 이거 뽑아서 보시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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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