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해도 [1393699] · MS 2025 (수정됨) · 쪽지

2025-08-11 01:24:22
조회수 1,586

유빈 아카이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4251780


끼이이익…


“나 왔어… 엄마.”


“어… 옯붕아… 왔어…? 오늘 하루도 힘들었지…”


“몸 좀 괜찮아? 약은 챙겨 먹었고?”


“응… 괜찮아… 얼른 나아서 집안일 네 손에 안 얹혀야 할 텐데…”




“괜찮아, 내가 할게. 엄만 그냥 누워 있어.”


“…아들, 고맙다…”


“아빠는?”


“오늘은 안 왔어.”





“…또 와서 깽판치면 바로 신고해. 이번엔 그냥 안 넘어갈 거야.

“그런 소리 하지 말라니까…”


“…알았어.”



(엄마 약 챙기고, 설거지하고, 빨래 돌리고, 방 정리까지 끝내고 나니 시계는 벌써 7시)


(내 손에 있는 건 낡은 LG 휴대폰 하나)


(책을 살 돈은 당연히 없고, 탭은 꿈도 못 꾸고…)





19만 원, 몇 달을 모아 간신히 산 대성패스 하나로 버티는 나.


“교재가… 없네…”


김범준 스블은 책이랑 같이 보고 싶은데…



그때, 검색창에 스쳐 간 단어 하나.


유빈아카이브.


클릭.


“와… 자료가 다 있네…?”


(손가락이 떨린다)



스타팅블록 PDF 발견.

다운. 다운. 다운.

"이거..이거 찾았다노..나의 원피스다노...."



프린터, 인쇄비는 없다


그래도, 핸드폰에 폴라리스 오피스 깔고, 인강 화면 번갈아 띄우면서 푸는 문제들.


모의고사를 핸드폰에 띄우고 공책 한 권에 빼곡히 적힌 답안들.


눈이 빠질 듯 아프지만, 책과 함께 공부하는 그 짧은 순간이 너무 좋았다.

공부 할 수 있는 자체로 너무 행복했다.



(며칠 후 저녁, 밥상 차리다 잠깐 휴대폰을 집어 든 옯붕이)


“어…? 왜 접속이 안 돼…?”


(다시 새로고침)


“에이… 서버 터졌나 보네… 이런 건 몇 시간 안에 복구되잖아…”


(5분 뒤)


“…응? 아직도 안 돼?”



(검색창에 ‘유빈아카이브’)


"…없어…?”


(손가락이 덜덜 떨린다)


“…설마…”


(‘존재하지 않는 페이지입니다’)


“…아아… "


(숨이 턱 막힌다)




“아직 스블 미적분도 못 받았는데… 모의고사도 더 풀어야하는데… 나… 이제 어떻게 해…”


(눈앞이 캄캄해진다.)


“나… 교재 살 돈 없어… 프린터도 없고…”


(옆에서 엄마가 조심스레 묻는다)


“왜 그래 아들… 시험 준비하다가 무슨 일 있어?”


“…엄마… 나 책이랑 강의 같이 볼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 없어졌어…”



“그거 말하는 거구나… 그거 없어졌다고…? 다른 건 없니?”


“없어… 다른 데는 다 유료야… 그거라도 있어서 버텼는데…”


(잠시 정적)


“…그럼… 그냥 무료 문제 찾아서 풀어…”


“엄마, 그거랑 달라… 그건 그냥 문제만 있는 거고… 나는… 강사 필기랑 해설이랑… 다 보고 싶었단 말이야…”



(유빈아카이브 사라진 후, 습관처럼 커뮤니티를 켠 옯붕이)


“…뭐야, 오늘은 무슨 글이 많네…”


『PDF 쓰는 놈들은 다 도둑놈입니다 ㅋㅋ』


“…… 뭐…?”



(다음 글)


『교재는 사야죠;; 불법 PDF ㅉㅉ 잡아 쳐넣어라 ㅋㅋ』


(심장이 쿵 내려앉고, 손끝이 차가워진다)


“아… 나 그거 없으면 공부를 못했는데…”



“너네… 내가 뭐… 좋아서 그렇게 한 줄 알아?
책 살 돈이 있으면 샀지… 19만 원 모아서 인강 하나 사는 것도 몇 달이 걸렸는데…”


(스크롤을 내릴수록 쏟아지는 조롱 게시글들)


『PDF충 ㅋㅋ』
『그래서 실력 안 느는 거임 ㅋㅋ』

  • 「PDF충들 공부 잘 되는 거 한 번도 못 봄 ㅋㅋㅋㅋ」

  • 「불법 자료로 공부하는 놈들 특징 : 실모 성적 3등급에서 안 변함 ㅋㅋ」

  • 「교재도 못 사면서 무슨 의지로 대학 가냐 ㅋㅋㅋㅋ」

  • 「그 시간에 알바해서 정품 사라;;」


  • 「PDF 보면서 공부하는 거 = 유튜브 보면서 다이어트 하는 거랑 똑같음 ㅋㅋ」

  • 「양심도 없는데 성적이 오르겠냐」

  • 「PDF 찾는 놈들 100% 공부 오래 못 함, 이미 멘탈 나가있음」

    • 「PDF로 공부하는 애들 특징: 책 펴는 순간부터 냄새 남 ㅋㅋㅋ 거지 냄새」

    •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머리도 없고, 결국 아무것도 없는 애들ㅋㅋ」

      • 「PDF충은 대학 가면 뭐함? 거기서도 밥 공짜로 얻어먹고 도서관 책 뜯어가겠지 ㅋㅋㅋ」

      • 「진짜 사회의 암덩어리. 너네 같은 놈들이 나라 말아먹는 거다」





  • 「그러니까 가난충은 공부해도 소용 없다니까…」

  • 「남의 피땀으로 만든 책 공짜로 보고 잘도 합격하겠다 ㅋㅋ」

  • 「그렇게까지 해서 공부해야 되냐? 차라리 그냥 포기해라」

    • 「교재 살 돈도 없는 찐따가 뭘 대학을 가냐 ㅋㅋㅋㅋ」

    • 「니네는 머리도 가난충, 지갑도 가난충, 인생 자체가 가난충임」

    • 「불법 자료 긁어모으는 거 = 쓰레기통 뒤지는 거랑 똑같음 ㅋㅋ」

    • 「그렇게까지 해서 대학 가면 뭐함? 거기서도 불법만 찾을 거잖아 ㅋㅋ」





“…... ... ....”


“나, 하루종일 집안일하고, 알바하고, 엄마 약 챙기고…


그거 끝나면 남는 시간이 고작 몇 시간이라…


그거라도 보면서 버텼는데…”



“…아니… 왜 이렇게 쉽게 욕하는 거야…


너네는 교재 그냥 풀세트 사서 탭이랑 같이 보면 되니까…”



“…나만… 나만 이렇게 된 거구나…”




(밖에서 들리는 엄마의 한숨소리를 애써 무시한다.)

(오늘만큼은 처음으로 엄마가 원망스러워졌다.)


“아들, 오늘은 그냥 좀 쉬어…”


“…그래… 오늘은… 그냥 쉴게…”



(옯붕이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것만 같은 눈물을 집어삼킨다.) 


(그날, 옯붕이는 인강 앱을 켜지 않았다. 빈 공책 위에 볼펜이 굴러다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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