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25-08-04 03:15:37
조회수 177

하루를 남겨두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4147241

 최근 들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몇 월을 지나고 있는지 잊을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학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 학원은 내가 몇 층에서 수업을 하더라' 고민을 할 정도니 올해는 정말 수업도 많고, 하루하루가 바쁘네요. 일요일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자기 전에 뉴스를 보는데, 내일이면 수능까지 정확하게 100일이 남는다고 하더군요. 주변에서 유독 이런 숫자에 쓸데없는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아서, 강사를 시작한 이래로 D-100일에 특별한 메시지를 내거나 한 적은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티브이를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잠도 잘 오지 않고, 문득 몇 가지 드리고 싶은 말들도 생각이 나서, 벗었던 안경을 다시 쓰고 컴퓨터 앞에 앉아 D-100까지 하루를 남겨둔 이 새벽에 몇 자 써봅니다.



정도를 걷고, 때를 기다린다.



 결과는 리듬 안에서 자랍니다.  '수능 국어는 아침에 보기 때문에 아침에 국어 공부 합시다'와 같은 과목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소위 결과를 만드는 삶의 전제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수업 때 살벌할 정도로 강조를 하곤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심지어 입는 옷과 먹는 음식의 종류까지도 일정하게 루틴을 만들고 그대로 행동하세요. 일정하고 일관된 흐름 안에서 리듬이 만들어질 때 소위 '루틴이 만드는 가속도'가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두 다리를 힘껏 도와줄 것입니다.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말고 삶의 구조를 만드세요. 옛 어른들 말씀처럼 여러분들은 '돌도 씹어 먹을 나이'기 때문에 '정적'이기 보다는 '역동적'인 말과 행동을 취하기 쉽습니다. 관계를 펼치지 마시고 에너지를 내부로 수렴 시키세요. 내부에 모인 에너지로 나만의 삶을 조각하고 구조를 세우시기 바랍니다. 프로는 타인보다 자기 리듬에 집중합니다. 누군가는 커뮤니티에 쉴 틈 없이 글을 쓰고, 그로부터 입시로 인해 떨어진 자존을 찾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기 삶의 구조가 튼튼하게 서 있는 사람들은 그런 글들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 현생을 살고 있는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합니다. 하루종일 커뮤니티에 지박령처럼 상주하면서 가볍고 비루한 생각을 분 단위로, 시간 단위로 쉽게 배설하고 있는 분들은 현생으로 돌아와 폐허가 되어버린 자신의 삶의 구조를 다시 세우시길 바랍니다.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마세요. 수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 나도 모르게 '결벽증'이 생깁니다. 이는 완벽함의 모순에 스스로를 가두고 전진보다는 주저함을 선택하게 만듭니다. 움직여야 기회가 보이고, 서는 자리가 바뀌어야 풍경이 다르게 보입니다. 같은 자리에 서서 '언젠가 되겠지'라는 생각만 하지 마시고, 일단 발을 떼고 걸으세요. 프로들은 겉은 평범해 보이지만 안에서는 매일같이 움직이고 자신을 쌓고 있습니다. 일단 걸음을 떼고 걸어가는 그 사소한 태도들이 시간이 지나면 '복리의 법칙'에 따라 무시무시한 수준의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남 탓하지 마세요. 우리는 결과가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으면 스스로 비겁한 원인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건보다 태도를 보세요. 내가 잘 되지 못했던 조건들에 대한 탐색보다 자기 태도의 중심에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쉽게 내 감정을 드러내면서 세상을 욕하고, 환경을 탓하는 이들은 교실 밖으로 나가서도 자신을 키우기보다 끊임없이 잘 되고 노력하는 사람을 저주하고 비난하게 됩니다. 결국 자기 삶의 중심에 자신이 없는 역설에 빠지는 것이죠. 우리가 하루가 끝나는 시간에 매일 같이 만나야 할 사람은 바로 자신임을 잊지 맙시다.

 실패를 할 때마다 저는 2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더 필요한가, 내 능력이 여기까지인가. 대답은 제 몫이었습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더 해보면 되는 것이고, 능력이 여기까지라고 생각되면 다른 것을 하면 됩니다.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은 스스로의 리듬입니다. 제가 어른이 되면서 느낀 건, 이 세상은 '하면 된다'보다 '해도 안될 때가 있다'를 인정해야 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저도 생각해보면 10번 중에 8-9번 정도는 실패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2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 수십 번의 질문과 답변의 시행착오가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실패를 하지 않았습니다. '될까'가 아닌, '된다'는 믿음으로 전진하되, 결과가 나오면 그때 가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짧게 쓰고 자려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길게 쓰긴 했네요.  수능까지 100일을 앞두고 국어 학습법을 말씀드리면 참 좋겠지만, 결국 국어는 '태도'의 과목임을 알기에 구체적인 학습법은 강좌나 다른 것들을 통해 전달해드리고, 오늘은 삶에서의 태도적인 것들만 말씀 드려봅니다.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몸 잘 챙기세요.

0 XDK (+3,200)

  1. 2,200

  2.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