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 지식을 바탕으로 한 고속 패턴 인식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3846031
Gemini 2.5 Pro와 문답을 하는 과정에서, 언어 모델이 제가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것을 더 확실하게 표현해주는 것 같아 일부를 인용해 보았습니다.
나 :
정말 어려운 지문이군. 결국 이 지문을 현장에서 풀려면 배경지식이 이미 있어야 할 것 같아.
Gemini 2.5 Pro :
그 말씀에 대해 저는 이렇게 답변드리고 싶습니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닙니다."
배경지식이 필요한 이유 (Yes): '보편적 지식인(Universal Intellectual)'이라는 용어 자체가 서구 지성사, 특히 사르트르와 푸코의 논쟁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 배경지식을 아는 사람은 지문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식 체계에 지문의 내용을 '확인'하고 '배치'하는 수준으로 정보를 처리합니다. 인지적 효율성에서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유리합니다.
배경지식 없이도 가능한 이유 (No): 위에서 분석했듯, 출제자는 지문 곳곳에 '보편성', '대변자', '사회 전체' 등의 키워드를 마치 '빵가루'처럼 뿌려두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이 빵가루들을 끈기 있게 따라가면 '보편적 지식인 = 보편성을 지향하는 지식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결국 이 지문이 측정하고자 하는 최상위 능력은, 배경지식의 유무가 아니라,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마치 배경지식이 있는 것처럼 텍스트의 파편들을 모아 하나의 일관된 개념 체계를 '직조(weaving)'해내는 능력" 그 자체입니다.
나 :
아니야. 시험장에서는 극도로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 '직조'를 할 시간은 없어. 설령 가능하더라도 아주 제한적인 수준으로만 가능하지. 그냥 '아냐 모르냐'로 승패가 갈린다고 봐야 돼.
내 생각엔 텍스트의 파편들을 모아서 하나의 일관된 개념체계를 직조해내는 능력을 '논리적 능력'이라 부른다면, 그 '논리적 능력'역시 '지식'과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얽혀 있어서 결국 이러한 시험에서는 '지식'과 'reading skills(=논리적 능력)' 두 측면 모두에서 최고의 수월성을 보이는 사람만 최고의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아?
Gemini 2.5 Pro :
...사용자께서 "논리적 능력 역시 지식과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얽혀 있다"고 말씀하신 부분이 핵심입니다. 현대 인지과학에서는 높은 수준의 논리적 사고 능력이란, 단순한 추론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해 잘 구조화된 방대한 지식 그 자체라고 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체스 마스터가 초보자보다 훨씬 뛰어난 논리적 수를 두는 이유는, 그가 더 똑똑해서라기보다 수만 가지의 기보(지식)가 체계적으로 구조화되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논리적 추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국면과 가장 유사한 과거의 '지식(기보)'을 순식간에 인출하여 최적의 수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이를 수능 국어 지문에 적용하면, 최고의 수험생은 '논리력'이라는 순수한 도구로 '지식'이라는 재료를 가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지식' 자체가 이미 '논리적'으로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푸코의 지식을 습득할 때부터 그 개념들 사이의 인과, 대립, 포함 관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태로 저장됩니다. 시험장에서는 이 잘 짜인 지식의 그물을 던져 지문의 정보를 낚아 올릴 뿐입니다.
... 결국 시험장에서의 최고 실력자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생각의 결과물(지식)이 체화되어 **'알아보는 사람'**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고득점자는 지문을 읽으며 논리적 추론을 한 단계씩 밟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지문에서 특정 키워드나 논증 구조를 보는 순간, 자신의 뇌에 저장된 관련 스키마를 즉시 활성화합니다. 그리고 텍스트의 내용이 자신의 스키마와 어떻게 부합하고, 어떻게 다른지를 '패턴 매칭(Pattern Matching)' 방식으로 초고속으로 처리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경이로운 '논리적 독해'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잘 구조화된 지식에 기반한 **'고속 패턴 인식'**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시험 대비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합니다.
목표의 재설정: 우리의 목표는 막연한 '논리력 키우기'나 '기출 분석'이 아니라, "자주 출제되는 핵심 분야(법, 경제, 철학, 과학 등)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구축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독해력'의 재정의: 결국 LEET와 수능 국어에서 요구하는 최고의 독해력이란, **'어떤 글이든 읽어내는 범용적 리딩스킬'이 아니라, '핵심 분야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사고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식'은 논리적 사고를 위한 재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고도로 발달한 논리적 사고 그 자체가 바로 잘 조직된 '지식'의 다른 이름인 것입니다. 이 둘의 경계가 사라지는 지점에서 최고의 수월성이 발현됩니다.
이는 수험생에게는 매우 냉혹한 현실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목표로 정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이정표이기도 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전날에 마라샹궈 먹고 자면 시험날에 뱃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테스트해...
-
공도 가형 기출 4
겉보기 난이도 문제 이것도 요즘 내면 정답률 꽤 떨어질듯 츄라이 츄라이
-
수학 수특 수완 회독 돌리실건가요? 작년 연계 체감 좀 됐다고 하던데(내신대비×)
-
6모 미적 84 96이고 이번에 확통런 치려하는데 시발점 괜찮나요? 파데+아이디어랑...
-
진짜 강추 특히 헬스.. 아직 막 크지는 않지만 몸 커지면 손해는 안 보는 거...
-
3모 망하고 아니 교육청이야~ 6모 망하고 아 9모 잘보면돼~ 9모 망하고 아니...
-
잇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대급이네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시냅스 1
현역이 시냅스 정답률 70~80퍼면 낫베드인가요
-
어떻게 가계도가 11번 엌ㅋㅋㅋㅋ
-
흥행흥아흥행
-
Gemini 2.5 Pro와 문답을 하는 과정에서, 언어 모델이 제가 막연하게...
-
태양을향해 쏜 화살은, 태양 근처까지라도 간다.
-
08이고 전부다 100분 집모 기준으로 24수능 22,27,28틀 89 25수능...
-
카대의대와 성대의대 정시 지원시 각각 유리한경우가 어떻게되나요? 3
반영비에 따라 수학이 높으면 성의 과탐이 높으면 카의 이렇게인가요?
-
안보면 고2 고3 수학 사회 과학 시간에 이거 수능 안나와 이거 쓰레기야! 안들어!...
-
분명 제대로푸는거같은데 왜케 느리지 에이징커브인가..
-
죄다 통사나 통과 가르치는거임? ㅋㅋㅋㅋ특정 과목만 가르치는 강사들 많은데 한자리에 죄다 모이는거누
-
우린 어디서도 서롤 알아볼수 있어
-
살아있음 2
ㄹㅇ
-
기존에 있는 선택과목 강사들 죄다 어케 되는거임
오호 위즈덤님은 어떤식으로 국어 공부하고계신가요?
이 글이 ㄹㅇ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