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를 가르치면서 느끼는 점 (긴 글/감성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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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6모 해설서 작업을 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서 적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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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국어 때문에 재수를 시작했어요.
정말 무슨 짓을 해도 늘지 않더라고요.
제가 수능을 처음 보던 해에 유명하신 선생님들의 강의를 모두 들어봤었고, 안 풀어본 시중 문제집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재능을 탓하고, 부모님의 유전자를 탓하면서 많이 도망다녔어요.
그러다 나의 모자란 점을 무섭지만 마주하였고, 그것을 고치고 재수 때에 운 좋게 국어 백분위 100을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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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었고, 과외를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 친구였고 3,,4등급을 왔다갔다 하던 아이였어요.
저에게 서울에 있는 학교를 가고싶다고, 다소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던 아이었어요.
그 친구는 그 해 수능 국어 100점을 맞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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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천부적으로.
그렇게 목동에서 조그만한 보습학원에서 아르바이트식으로 보조강사를 시작했어요.
소규모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놀라울 정도로 실적이 좋았어요.
담당하던 모든 학교, 단 한 개의 학교도 빠짐없이 제가 가르친 친구들이 전교 1등을 했어요. (물론 가르치는 학교 수가 적긴 하였지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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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너무나 운이 좋게 제가 가르치던 학생 중 한 명이 24학년도 수능 국어 만점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국 64명)
그러다가 너무나 감사하게도 저와 같은 생각의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는 학원에서 연락이 와 지역 최연소로 정식 국어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규모가 있는 학원이고, 지역에서는 꽤나 유명해서 정말 열심히 살아남으려고(?) 노력중입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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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모두 잘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왜 일까요. 재능 탓일까요? 그렇다기엔 서울대를 갔던 제 첫 번째 학생에겐 그러한 모습이 전혀 없었어요.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할 때가 많아요.
저에게 가르치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느꼈던 그때의 당찬 포부가 지금은 흐릿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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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정말 좋은 강사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왜 어렸을 때 국어 때문에 죽고 싶었는지를 부검하고, 그 경험을 아이들에게 온전하게 전달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최대한 진실만을 가르쳐주고, 진실이 아니라면 진실에 가장 가까운 것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강의를 듣고도 좌절하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잠이 안 올 정도로 가슴이 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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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되는 학생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잘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더라고요.
내가 주체가 되어서, 깨달음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나의 부족한 점을 메꾸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끊임 없이 노력하는 친구들이 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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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되는 친구들은 공통적으로'수동적으로 살아간다'는 특징이 보이더라고요.
내가 원해서가 아닌, 남들이 좋다고, 남들이 해야한다는 말에 질질 끌려다니더라고요.
남들이 좋다는 인강을 듣고, 남들이 좋다는 모의고사를 풀고.
이번 시험 난이도가 남들이 느끼기에 어떤지 확인하고....
그런 학생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어차피 그 시험지. 그 모의고사는 수능 성적이 아니잖아요.
1등급 컷이 뭐가 중요해요.
그 시험지를 통해 내가 깨달은 바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누적할 수 있다면,
내가 몇등급을 받는지, 이 시험지가 사설틱 한지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될까요?
어떤 강사를 듣는지 뭐가 중요해요. (절대 분란을 일으키려는 것 아닙니다. 반박시 님 말 맞아요)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검증된 사람들이에요.
누구는 메가 누구 듣고 누구는 대성에 누구 듣느냐가 정말 중요할까요...?
적어도 수험생은 본질에 대한 사유를 해보는 것이 백 번 천 번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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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찬우 선생님의 강의를 수강하고 학습한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꼴에 국어강사라고 가끔씩 유튜브 알고리즘에 선생님의 모습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조목조목 듣다보면은,
어렸을 때 내가 한창 국어를 못하고 수동적으로 살아가던 나라면 굉장히 납득하기 어려운 말들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그 때보다는 어른이 되어서 이 말들을 곱씹어 보다보면은 수능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진실로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주 참고해요 심찬우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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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글을 끄적이다보니, 두서 없이 글을 적게 되었네요.
아마 모든 수험생들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겠죠.
6월 모의고사가 치루어졌고, 그로 인해 누군가는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겠지만
누군가는 좌절과 방황을 겪고 있겠죠.
그게 누구라든, 그 고난이 여러분들의 삶에서 이정표가 되어주는 경험이 되길 간절히 기도할게요.
혹시 궁금하신 점이나 고민이 있다면 댓글이나 쪽지 주시면 언제든지 답해드릴게요.
모두들 평안한 밤 보내시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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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급 누락은 당하기 싫다는거에요
사설 모의고사 점수는 신경 끄는게 맞는거 같아요
그거 점수 하나하나 신경쓰다가 멘탈 무너지는 케이스를 꽤 많이 봤네요 저도
맞습니다. 제가 작년에 가르쳤던 학생중에 국어 하나틀리고 이대 약대 들어간 친구가 있었는데, 수능 직전에 풀었던 모의고사가 70점대가 나왔어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찾아서 결국 좋은 결과를 얻었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등판;;
넌 오르비 좀 성불하자
무섭지만 마주하셨다는 부족한 점이 무엇이었을까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몰랐던 점입니다.
국어를 하다보면 우리가 인지적으로 모르는 것을 모를 때가 많습니다.
모르는 구간이 나오고, 이 구절에서 분명 멈칫하고 생각해봤어야하는데
급하게 읽다보니 그것을 외면할 때가 분명 옵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충분히 사유해보아야합니다.
제가 쓴 칼럼들의 해설서에 이러한 부분들이 적혀있으니 확인해보면 좋을 듯 하네요ㅎㅎ
본인이 부족한점을 학습하는 단계에서 깨달았고
그 부족한점을 보완해나가는 방식으로 공부했더니 국어 실력이 상승하셨단 말씀이신가요?
그쵸. 내가 국어를 확실하게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더라고요.
학원 강단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는 같은 입장에서 깊이 공감합니다.
국어 공부,
나아가 인문·사회계열 전공을 공부한다는 것은,
언어(문서/대화·담화를 비롯한 컨텐츠와 미디어)로 구성된 세상을 꿰뚫어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는 것,
무대 위 화려한 공연을 위해 장막 뒤편은 어떤 이치로 굴러가는지 엿보는 것,
이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공을 중심으로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것,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세계를 종합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인접한 타 학문은 물론, 자연계열에 관한 공부도 할 필요가 있겠죠.
이게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계열이 하나의 종합대학(라틴어 'Uni'versitas→영어 University)에 편제된 근본적인 이유이자,
현대 사회가 문·이과 구분을 넘어선 융합형 인재를 찾는 이유 아닐까요.
저는 텍스트를 읽는 다는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창문을 하나씩 만드는 과정이라고 가르칩니다.
그 창문이 많아질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넓어지더라고요!
태도의 차이라는 것이 꽤 공감되네요
이런 분들이 있기에 산업이 발전하는거겠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ㅜ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당
저두요 사실 도달하지못한 입장에서 제가 하는말은 공허하거나 말이 안될때가 많다고 느낄거에요 그 설득이 결국 공부를 가르치는거고... 받아들이지 못하는경우는 뭐 전달 방식이 안맞는다고 생각해야하더라구요
게다가 어느과목이나 그렇지만 제대로된 방법으로 하지않으면 터지는데 한계가 있는게 국어의 특성이다보니... 양치기를 한다거나 이렇게라도 극복이 안되는데
학생들은 불안함때매 많이 하려고해요 공부하는 느낌이 드는거 자기가 해왔던 방식 유지하는 공부법으로 공부를 많이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양보다는 질이 중요할때가 있고 양이 중요한 타이밍이 있는데 간혹 그 판단을 스스로 내리는경우 미궁에 빠지는것같네요
제가 교재이름이 아포리아인데 니가 뭘모르는지가 출발의 시작이란거거든요
진짜 이게 얼마나 중요한데도 잊고 살죠 다들
내가 모르는걸 채워야 공부인데 ㅠㅠ
정말정말 맞말입니다. 양이 필요할 때가 있고, 질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간혹 학생들 중에는 100문제 풀면 100점 나온다고 착각하면서 무리하게 컨텐츠를 소화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독서같은 경우 평균적으로 3월부터 6모 보기 전까지 하루에 한지문만 제대로 소화하더라도 충분히 1등급이 나오는 사롈례르 너무나 많이 보았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양일 서서히 늘렸고 당연히 안정적으로 수능날에도 일등급이 나오더라고요.
맞아요 너무 공감되는 글입니다.. 저도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수업 이외의 이야기를 할 때 항상 이런 이야기를 강조하는데, 누군가에겐 당연한 태도가 누구에겐 정말 어려운 변화가 되곤 하는게 아쉬울 때가 있어요. 조금이라도 그런 변화를 만들어 주려 노력하는게 강사면서 선생이란 사람의 자세가 아닐까 고민합니다.
항상 학생들에게 그래봐야 19살 20살이다라고 말해 줍니다. 변화하기에도, 다시 시작하기에도 너무 많은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이니까요
저도 계속 고민중인 지점인데.. 그 태도 자체도 습관이더라고요.
그리고 결국 아이들은 미성숙한 단계이기에 충분히 그 태도를 고칠만한 여유가 있고요.
그걸 해보려고 요즘 노력중이네요!
가장 중요한 마인드이지만
그 안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지요
한 걸음 물러나면 보이는 것이
수험생 신분인 그 순간엔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각인 시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ㅜㅜ
계속해서 보게끔 도와줘야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