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너 자신을 알라 1 : 노베 vs 유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3622132
나는 묻는다.
“너는 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니?”
나는 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너는 노베니, 유베니?”
학생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선생님, 저는 5등급이라 노베입니다. ㅠㅠ”
“선생님, 저는 2등급입니다. 쫌 쳐요 ㅎㅎ. 유베인 것 같습니다.”
아니. 질문을 다시 봐라. 나는 ‘등급’을 물은 게 아니다. 분명, 등급은 노베, 유베를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지표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100% 유베, 노베를 판별하지는 못한다.
“선생님, 저는 IQ가 89입니다… 노베입니다.ㅠㅠ”
“선생님, 저는 IQ가 132입니다. 이 정도면 유베인가요?
아니. 질문을 다시 봐라. 나는 ‘지능’을 물은 것이 아니다. 분명, 지능이 높으면 공부를 ‘쉽게’ 할 수 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도 자부할 수 있다. 누구보다 나는 그것을 뼈저리게 느껴왔다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비해 내 하찮은 능력을 경험해왔다. 하지만 수능 점수는 나도 누구에게 지지 않았다.
“선생님… 그만 대답해 주시죠… 저 현기증 납니다.”
유베와 노베인 학생들에게서 드러나는 가장 큰 차이는 ‘일관성’에 있다.
유베인 학생은, 지문을 읽는데 있어서, 그리고 정답을 고르는 데 있어서, 명확한 기준이 있으며,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지문과, 같은 문제를 한 달 뒤에, 두 달 뒤에, 세 달 뒤에 풀려도, 심지어 일년 뒤에 풀리더라도 항상 비슷하게 얘기한다.
반면, 노베인 학생은, 항상 감으로 고른다. 이유도 설명할 수 없다. 그냥 그런 것 같다고만 얘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을 때 마다 항상 대답이 들쭉날쭉하다.
한 문장 안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아 놨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쪼개서 설명해주겠다.
우선, '지문 독해'의 '일관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유베 학생들은 지문을 잘 읽는다. 잘 읽는다는 것이 뭐냐? 글쓴이의 의도에 맞춰서 읽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2026학년도 6월
인간은 정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정보는 인간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인간중심주의와 달리, 플로리디의 정보 철학은 인간을 정보적 존재의 하나로 간주한다. 인간을 포함한 세계 내 모든 존재는 속성과 행위가 정보로 환원된다는 것이다.
⇒이 글은 인간중심주의와 플로리디의 차이점을 논하고 있다. 유베인 학생들은 이를 파악하고, 차이점을 명확하게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노베인 학생들은 그냥 읽는다. 진짜 그냥 읽는다. 아무런 의미를 가져가지 못한다.
2026학년도 6월
[1문단] 재산 관계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므로 계약으로 권리와 의무가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회· 경제적 조건을 달리하는 당사자들 간에서는, 약자 보호를 위해 법률로 그 내용이 정해지는 경우가 있고 이때는 이를 계약으로 변경할 수 없다.
[2문단] 임대차의 경우 그 내용은 계약으로 정해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임대차의 목적물인 임차물이 생활의 근거인 주택이나 생업의 근거인 상가이면 임차인 보호라는 과제는 계약만으로는 실현되기 어렵다. 그래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에는 계약보다 우선 적용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중략)
[3문단] 주택이나 상가 임대차에서도 법이 아니라 계약으로 재산 관계가 정해지는 경우가 있다. (중략)
⇒ 이 글은 첫 문단에서 ‘계약’이 우선인지, ‘법률’이 우선인지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2문단의 경우 ‘법률>계약’인 경우를 말하고 있으며, 3문단의 경우에는 ‘계약>법률’인 경우를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2문단과 3문단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봐야할 것이다. 유베인 학생들은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춰서 읽는다. 하지만 노베인 학생들은 2문단이 법률이 우선하는 것인지, 3문단이 계약이 우선하는 것인지 조차도 모르고 그냥 읽는다. 그러니 아무런 의미도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지문을 잘 읽는다하더라도, 노베 학생들은 여전히 선지에서 나가 떨어진다.
바로 '선지'의 ‘판단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평가원이 쓴 문장들을 정답으로 인정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 ‘판단 기준’은 어디서 오는가?
첫 번째는 문장의 의도를 정확히 해석하는 것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의 수도는 서울이다.”라는 문장이 [지문]에 있다고 해보자.
유베인 학생들은
“서울은 한국의 수도이다.”
“한국의 수도는 부산이다.”
“부산은 한국의 수도이다.”의 세 [선지]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수도가 어디인지를 묻는 문장이다.
하지만, 노베인 학생들은 이들을 개별적인 의미들로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눈 앞에 같은 것이 있어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바하지 말라고?
다음의 예시를 보자.
[지문] 법 규범이 삶의 세계에 점점 더 깊숙이 개입하게 되어
[선지] 이전에는 법적 규제를 통해 해결하지 않던 문제들까지도 법의 해결 과제가 된다.
⇒ 이 둘은 완벽하게 같은 말이다. 하지만 16%의 학생이 이 선지를 해결하지 못했다.
[지문] 산화 극에서는 공급된 수소가 수소 이온과 전자로 분해되는 반응이 일어난다. 수소 이온은 전해질을 통해, 전자는 도선을 통해 환원 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선지] 수소 연료 전지에서 수소 이온은 전자와 마찬가지로 도선을 통해 이동한다.
⇒ 지문에 따르면, 이온은 전해질, 전자는 도선을 따라 이동한다. 이온과 전자는 다른 이동 경로를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선지를 틀린 선지로 인식하지 못했다.
[지문] 사자봉 높은 돌이 용소(龍沼)를 굽어보되
바위 중턱 파인 곳에 돌 하나 끼어 있다
중의 말이 황당하여 대강 걸러 들으니
저 바위의 사자가 화룡더러 말하기를
이내 몸 육중하여 무너져 내려가면
너의 깊은 못이 터전도 없을 테니
네가 재주 많다 하니 내 발 조금 고여 다오
화룡이 옳게 여겨 건너편 산에 올라
저 돌을 빼다가 이 바위 괴었다 하네
[선지] 화자는 ‘중’에게 전해 들은 말을 통해 ‘사자봉’ 중턱 파인 곳의 위치가 사자 형상의 발밑임을 제시하고 있다.
⇒ 화자는 중의 말을 들었다.
중: “ 저 바위의 저 사자 모양 보이시죠? 저게 사자봉이에요. 저 녀석이 저~ 쪽에 화룡 보이시죠? 쟤한테 부탁하기를, 건너편 산에 저 돌 빼서 발에 고여달라고 했다네요. 그래서 저기 사자봉 중턱 파인 곳의 위치가 딱 사자 형상의 발밑으로 된 거라는 전설이 있습니다”
지문에서 나온 내용을 이미지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11%의 학생이 이 선지를 고르고 장렬히 전사했다.
[지문] 거리에서 바다로 나가는 길이 좋다. 넓고 양편에 소나무가 선 길은 송전 말고도 얼마든지 있을 게다. 그러나 이 길처럼 정하고 고운 길을 나는 일찍이 걸어 본 적이 없다. 혼례식장에서 이제 막 나오는 신랑 신부나 걸었으면 싶은 그런 길이다. 이 길이 끝나면 천공(天空), 해활(海闊), 거기엔 떡 뻗치고 선 것이 하나 있으니 초현실파의 그림처럼 의외의 것이되 배경에 조화되어 버린 철봉이 하나, 나는 뛰어가 매달리어 턱걸이를 겨우 네 번을 하다.
[선지] ‘초현실파의 그림’ 같은 공간에서 ‘뛰어가 매달리’는 행동을 하면서, ‘혼례식장’을 걷는 ‘신랑 신부’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 ‘바다로 나가는 길’에서는 ‘혼례식장’에서의 ‘신랑 신부’를 상상했고, 한편, ‘이 길이 끝나는 곳’에서는 ‘초현실파의 그림’같은 곳에서 뛰어가 매달리는 행동을 한다. 즉, 다른 장소에서 다른 행동을 한 것이다. 하지만, 21% 학생들이 이 선지를 고르고 장렬히 전사했다.
두 번째는 어휘에서 나온다.
유베인 학생은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노베인 학생은 단어의 의미를 ‘대충’ 알고 있다. 사실 자신이 알고 있는지, 모르는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보자.
경외감이 무엇인가? 몰랐는가? 그렇다면 너는 노베다. 이제 내가 알려주겠다.
경외감 (敬畏感): 어떤 대상에 대해 존경하면서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는 감정.
이렇게만 보면, 두려움이라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면 예문을 한번 보자.
『 박완서, 그 가을의 사흘 동안』: 태아가 눈을 반짝 떴다. 이미 태아가 아니라 아기였다. 일순 나는 나를 관통하는 경외감에 소스라치면서 한 번만 더 힘을 주라고 힘차게 명령했다.⇒예문까지 보니, 경외감이라는 감정은 숭고한 대상이나 초월적인 존재 앞에서 느끼는 감정으로, 단순한 두려움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다. 즉, 너무 멋있거나 대단한 대상 앞에서의 존경심에 대한 표현, 예찬에 가까운 태도인 것이다.
세 번째는 경험에서 나온다.
유베인 학생은 정확한 개념을 ‘반복 경험’을 통해 학습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답으로 인정되고 안되는 그 선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노베인 학생은 항상 ‘대충’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선이 굉장히 애매한 것이다.
이 세 경우에서 경외감을 판단해보라.
2010학년도 6월
이 경우는 경외감으로 인정되었다.
24학년도 수능
이 경우는 경외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경외감이라는 감정에 대한 선이 어느 정도 생겼는가?
경외감이란, 1)어떤 대상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감탄하며, 2)나와 대상 간의 어떤 넘을 수 없는 차이를 느끼면 성립하는 것이다.
자 이제 판단해볼까?
2026학년도 6월 모의고사
논쟁이 꽤나 있었다. 확실히 2)‘나와 대상 간의 어떤 넘을 수 없는 차이’가 눈에 학연히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 안에서 백미러를 통해 꽃들을 바라보고 있으며, 심지어는 이 꽃들을 보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늘을 온통 품고 있는 아주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예찬으로 마무리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저 세상의 아름다움까지도 온통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경우도 앞선 경험을 통해서 경외감이라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좋다. 그렇다면, 정리해보자.
유베와 노베를 가르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유베 | 노베 |
일관성O | 일관성X |
지문 이해O (글쓴이의 의도O) | 지문 이해X (글쓴이의 의도X) |
선지 판단 기준O (문장 의도 O 어휘 O 경험 O) | 선지 판단 기준X (문장 의도 X 어휘 X 경험 X) |
너는 유베인가 노베인가?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내가 쓴 글 나오네..지웠는데 왜 ㄸ드는거지
-
김0한 2개월만에 컴백! 4회 모의고사는 준킬러 도배보다는 킬러 몰빵형에 좀 더...
-
어케 현역으로 서울대 경제를 들어갔는데 학점을 2점대 초반을 맞고 대학을 7년...
-
기출먼저 돌리는게맞죠? N제랑 실모 엄청 쌓여잇는데..
-
1~2 등급 진동하고 김기병 서바이벌 듣는 중인데 수업날 1개 과제로 2개 총...
-
50분에 안녕이라 보냈는데 52분?쯤에 읽고 지금까지 연락이없음 ..
-
다음주 계획 0
국어 김재훈T 수업 서바이벌, EBS 독서 : 최신기출순으로 가볍게 기출분석,...
-
김슨리 말투 왤케 중독적이냐 숫자 1 숫자 2~
-
꼴타여도 연봉 2억은 되겠죠?
-
연애하는사람들도와줘 10
님들이시기에 얼마나 만남? 만나면 어느정도 만남 하루종일?
-
답답하면 포르자 켜서 포르쉐로 한바퀴씩 쏘는데 매우 좋음
-
설뱃 너무부럽네 1
하아.. 확 주작해버려?
-
아무리 불이어도 몇분안으로 들어들오시나요???
-
다소로 봐뀜.. 근데 솔직히 3모보단 어려웠는데...
-
같이들을래? 0
힘이 들 땐 하늘을 봐~
-
ㅋㅋㅋ
-
50일수학 일주일정도 풀고있는데 개념만 알겠고 어려운 문제는 잘 안돼서요 과외를 구해야할까요
-
오더라도 적당히 와야지 이렇게 많이 와버리면 저 어떻게 나가요?
-
과외알바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매뉴얼&팁입니다. 5천원 커피값에 미리 하나...
-
유튜브댓글에서 0
강사부심부림 부리는 애들이랑 평가질 하는애들은 진짜 병신집합소의심연을 보는거같네 난...
-
나 팔로우 같은거 잘 안하는데 해놓을게요
-
어차피 가망 없는것 같다고 올해 수능 수과탐 111안뜨면 내년 재수 안시켜주신다는데...
-
악명이 어떠할지
-
평범하고 솔직한 효자는 베스트에 갈수없나 배설물 글보다야 낫잖아
-
하 이 굇수 n수생들 ㅡㅡ
-
모오 나카세레루 코모토 나이시
-
22번은 더하기 1을 까먹고 안했으니 호머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14 19 20 28 틀렸뇨
-
그냥 강사컨, 시대북스로 채워야겠다... 넘무 비싸 ㅠ
-
2025 최적T 단권화 교재(작수 대비)있는데 이거 26수능 대비로 그대로 써도 괜찮을까요?!
-
요즘 뭐 based on 어쩌구 명령어 쓰면 그동안 질문한걸로 까준다고 해서...
-
혼자 찾아보고 있는데 담임쌤도 고3 처음이신것 같아서 입시에 무지하심... 돈...
-
ㄹㅇㅋㅋㅋ하
-
오후는 only 수학
-
오늘도 카페인 수혈 10
-
진짜 감사한 일인거같음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항상 사는중
-
말해주고싶지않았는데 탐구 하나빼고 망했다고 함 ㅎ
-
수학 실모들 9
아주 어렵게만 내지 말고 2606 같은 킬러몰빵형도 많았으면 좋겠다 한 50분동안...
-
공2 미2
-
책이 물 먹어서 흐물흐물해짐 막 물결처럼 되어서 빳빳한 내 책은 비가역적이 되어 버림
-
강평업ㅋㅋㅋ 4
과연 민철쌤은 느린맘을 싫어할까? 좋아할까?
-
아등바등...왜 우린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요
-
백건아 n제이런건 너무 투머치같은디.. 쌍사에만 시간 ㅈㄴ써서 딴과목좀해야할거같은데...
-
강대 시즌1 2 0
강대X 시즌 1이랑 2 차이점이 뭔가요?
-
작년에 6모 백분위98-99인 사람도 70점대 수두룩했다고 함
-
아 망했다.. 0
강의 듣다 이명학 귀 큰 거 알아채니까 그 후로 귀만 보여요.. 으악
-
식곤증 버텨보자고
-
커피풀도핑 0
일단견뎌봐
-
지랄났네
공감됩니다ㅠㅠㅠ
앞으로도 좋은 칼럼으로 찾아 뵙겠습니다ㅎㅎ. 이후에 해결책도 같이 드릴게요.
반갑습니다 선생님
잘 볼게요 !

난 노베였구나...저보다 똑똑하실듯
노베입니다...
ㄹㅈㄷㄱㅁ
노베등장
너알라